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이 곳은 MBC노조 역사상 가장 질기고 독한 파업임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노조를 만들었던 초창기 멤버들이 지금 사장퇴진 농성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올해 안식년을 가고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노조원들은 1992년 파업 상황을 30분 분량의 영상으로 담은 ‘민주방송 횃불 되어’를 상영했다. 이 영상에는 20년 전 공정방송을 내걸고 싸웠던 MBC 선배들의 치열했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 1992년 9월 2일 시작된 파업은 10월 2일 사측의 요청에 의해 들어온 공권력 투입으로 극적 전개를 맞았다. 이날 MBC조합원 200여명이 강제 연행됐다. 영상에서 등장한 손석희 당시 조합원은 “우리들이 바랐던 것은 공정방송이었다”고 말했다.
영상속 등장한 20년 전 MBC는 지금의 MBC와 꼭 닮아있다. 1992년 9월 <PD수첩> ‘우루과이라운드’ 편 방송이 2주 동안이나 연기돼 노조는 격렬히 항의했다. 사측은 당시 안성일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사측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공정방송협의회 제도와 ‘보도국장 등 추천제’ 등 공정방송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참고 보지 못한 노조는 조합원 84%의 지지로 파업을 결의했다.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 3명은 이날 후배들의 최장기 파업을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 집회에 나섰다. 안성일 당시 노조위원장은 “지금 정년이 1년 8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렇게 다시 마이크를 잡을지는 몰랐다”고 말한 뒤 “1992년 파업으로 인해 이후 MBC사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성일 당시 위원장은 “옳은 일은 하는 사람은 즐겁게 해야 한다. 집행부를 믿고 끝까지 가면 이긴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최상일 당시 편제부문 부위원장은 “파업이 길어지면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전망이 안 보이기 시작하고 불리한 소식만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의 적인 불안을 자존심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을 제대로 끝냈을 때 비로소 언론인의 기가 살아난다. 단결을 잃지 않으면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선배들의 격려에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52일이란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다짐”이라며 “우리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싸우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