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보다 중요한 건 승리의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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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일보다 중요한 건 승리의 확신”
MBC노조 최장기 파업집회…1992년 파업 선배들 “끝까지 가면 이긴다”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3.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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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MBC파업을 담은 영상의 한 장면. ⓒMBC노조
21일 최장기 파업 집회에 참가한 1992년 파업 주역들. 왼쪽부터 정찬영, 최상일, 안성일. ⓒMBC노조
3월 21일, 파업 52일차 집회는 차분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서울 여의도 본사 1층 로비에 모여 이날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의 해고 확정 사실을 들으며 MBC 사상 최장기 파업을 맞이했다. 조합원들은 지난주까지 MBC 최장기 파업이었던 1992년 파업을 기록한 공정방송투쟁을 영상으로 접했다. 이날 집회에선 1992년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선배 언론인 3명이 참석해 노조의 싸움을 응원했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이 곳은 MBC노조 역사상 가장 질기고 독한 파업임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정영하 위원장은 “노조를 만들었던 초창기 멤버들이 지금 사장퇴진 농성을 하고 있다. 이 중에는 올해 안식년을 가고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모인 노조원들은 1992년 파업 상황을 30분 분량의 영상으로 담은 ‘민주방송 횃불 되어’를 상영했다. 이 영상에는 20년 전 공정방송을 내걸고 싸웠던 MBC 선배들의 치열했던 모습이 담겨 있었다. 1992년 9월 2일 시작된 파업은 10월 2일 사측의 요청에 의해 들어온 공권력 투입으로 극적 전개를 맞았다. 이날 MBC조합원 200여명이 강제 연행됐다. 영상에서 등장한 손석희 당시 조합원은 “우리들이 바랐던 것은 공정방송이었다”고 말했다.

영상속 등장한 20년 전 MBC는 지금의 MBC와 꼭 닮아있다. 1992년 9월 <PD수첩> ‘우루과이라운드’ 편 방송이 2주 동안이나 연기돼 노조는 격렬히 항의했다. 사측은 당시 안성일 노조위원장과 김평호 사무국장을 해고했다. 사측은 단체협약에 명시된 공정방송협의회 제도와 ‘보도국장 등 추천제’ 등 공정방송 관련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참고 보지 못한 노조는 조합원 84%의 지지로 파업을 결의했다.  

▲ 1992년 MBC파업을 담은 영상의 한 장면. ⓒMBC노조
사측은 이완기 노조위원장 직무대행 등 노조간부 15명을 고소했고, 파업 한 달만에 13개 중대 160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200여명을 연행했다. 이 당시 이완기 직무대행, 손석희 아나운서 등 7명은 구속됐다. 공권력 투입으로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이에 분노한 송신소, 시설운용부, 관련회사 조합원도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 결국 10월 21일 공정방송 조항을 강화시킨 MBC 노사의 단체협약이 타결되며 파업은 마무리됐다. 

당시 파업을 주도했던 노조 간부 3명은 이날 후배들의 최장기 파업을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 집회에 나섰다. 안성일 당시 노조위원장은 “지금 정년이 1년 8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렇게 다시 마이크를 잡을지는 몰랐다”고 말한 뒤 “1992년 파업으로 인해 이후 MBC사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성일 당시 위원장은 “옳은 일은 하는 사람은 즐겁게 해야 한다. 집행부를 믿고 끝까지 가면 이긴다”며 후배들을 응원했다.

최상일 당시 편제부문 부위원장은 “파업이 길어지면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다. 전망이 안 보이기 시작하고 불리한 소식만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의 적인 불안을 자존심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업을 제대로 끝냈을 때 비로소 언론인의 기가 살아난다. 단결을 잃지 않으면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 21일 최장기 파업 집회에 참가한 1992년 파업 주역들. 왼쪽부터 정찬영, 최상일, 안성일. ⓒMBC노조
1992년 경찰력 투입 당시 집회 사회를 맡았던 정찬영 당시 민실위 간사는 “<파워업 PD수첩>을 보며 후배들이 어떻게 치욕적인 수모를 당하면서 울고 있었는지를 보게 되며 파업에 동참하게 됐다”고 밝힌 뒤 “이번 파업이 여러분을 썩지 않게 만들 것이다. 여러분은 이미 이겼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격려에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52일이란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다짐”이라며 “우리의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때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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