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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참여하는 아나운서 약점 잡아 겁박”

[인터뷰]파업 중 프로그램 하차 압박 받은 이상호 KBS 아나운서 박수선 기자l승인2012.03.22 1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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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KBS 아나운서들에 대한 사측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얼굴이자 프로그램 하차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아나운서들에게 업무 복귀에 대한 종용이 특히 집중되고 있다. 

KBS 1TV <세상은 넓다> 진행자인 이상호 아나운서는 지난 22일 담당 PD로부터 “ 복귀를 안하면 파업 이후에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또 최원정 아나운서도 파업 초반 비슷한 문자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호 아나운서는 22일 <PD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아나운서들에게 프로그램은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방송 할 맛도 나지 않겠냐”며 “파업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이상호 KBS 아나운서 ⓒKBS
다음은 이상호 아나운서와 가진 일문일답.

-교체 통보를 직접 받은 것인가.
“교체가 결정된 것은 아닌데, 어제(22일) 담당 PD한테 문자 한 통을 받았다. 22일까지 복귀 안하면 파업 이후에도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달하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회사가 담당 PD한테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면 제 입장에서는 진행자 교체 통보와 다를 바가 없다.”

-회사로부터 이런 연락을 받은 아나운서가 또 있나.
“최원정 아나운서가 라디오에서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2주 전 쯤에 담당 PD한테 비슷한 문자를 받은 적이 있다. 본부노조 소속 아나운서 중에 프로그램 하는 분이 거의 없어 다른 분들은 모르겠다.” 

-2010년 파업을 거치면서 KBS본부 소속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크게 줄었다.
“얼마 전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상호 아나운서가 개편이 돼서 안나오는 것이냐’는 글을 봤다. 아나운서는 방송에 안 나오면 저절로 잊혀진다. 그래서 아나운서들은 더욱 방송을 붙들고 싶어한다. 우리는 그래도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인데 파업을 하는 것도 모르구나 싶어 서글펐다.”

-얼마나 많은 아나운서가 이번 파업에 참여하고 있나.
“간부를 빼면 아나운서실에 80명 정도의 아나운서가 있다. 이 가운데 새노조 조합원이 19명이고, 이번 파업에는 13명 정도 참여하고 있다.”

-파업에 돌입하면 아나운서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것 같다. 심정은 어떤가.
“조직에 대해 실망을 많이 하게 된다. 아나운서들은 방송 제작에서 을의 입장이다.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없다. (회사는) 이런 약점을 최대한 부각시켜서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능수능란하다.”

-파업 중인 아나운서들의 올림픽 참여도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KBS본부에 들어와 있는 아나운서 대부분이 스포츠 중계와 진행에 탁월한 분들이다. 프로그램에 대한 열정도 높다. 회사는 이걸 빌미로 해서 겁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청자들도 요즘엔 방송의 질 하락을 금방 알아차리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파업이 끝나도 프로그램 진행을 못할 수도 있는데.
“두렵고, 불안하다. 오상진 MBC 아나운서가 말했던 것처럼 파업 참여는 아나운서들이 자기 파괴를 감수하면서 방송을 내려놓은 것이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없어도 상관없다. 아나운서들에게 프로그램은 중요하다. 하지만 프로그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방송 할 맛도 나지 않겠나.”

-아나운서의 파업 참여를 놓고 트위터에서 ‘오상진 아나운서’와 ‘ 전현무 아나운서’의 시각차이가 드러나 관심이 집중됐다.
“개인적인 판단은 존중한다. 아나운서들이 방송을 놓는 건 정말 힘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엇이 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애매모호하게 정의를 외치는 게 아니라 방송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나중에 떳떳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방송에 얼굴을 알리는 건 오래가지 못한다.”

-파업참여를 후회하지 않나.
“파업 시작하기 전까지 갈등이 많았다. 몸살까지 났다. 하고 있는 프로그램 모두 소중하고 애정도 많이 쏟았다. 결정하기 전까지 힘들었는데 이제 마음은 편하다. 이 싸움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박수선 기자  susu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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