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에 기댄 디지털 전환 ‘착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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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전체 가구 97% 디지털 방송 시청 가능” 발표 이면엔…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를 9개월 앞둔 현재까지도 디지털 전환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2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에 따르면 안테나를 이용해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는 아직까지도 55만 5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들 가구가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 이후에도 무리없이 방송을 시청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을 받거나 디지털 TV를 구매하는 등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전국 13세 이상 남녀 9200명에 대해 면접조사 방식으로 디지털 전환 보급률과 인지율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응답자의 90.8%는 연말 디지털 전환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또 전체가구의 96.8%는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 이후에도 지상파 방송을 지속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지난 연말 케이블 TV 사업자들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로 변환·송신하는 장비를 구축했고, 전국 1606개 아파트 단지 공시청 설비에도 동일한 장비 구축이 완료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날로그 TV 방송 종료 이후에도 디지털 방송이 시청 가능한 가구 안엔 △유료방송 가입 가구 △디지털 TV 보유 가구 △공시청 설비에 ‘디지털 컨버터’가 설치된 아파트 거주 가구 △아날로그 TV에 디지털 컨버터 등 설치 가구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케이블 등 유료방송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는 가구가 전체의 85% 이상이란 점이다. 그간 방통위가 디지털 전환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을 보다 나은 환경에서 수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해 왔다는 점에 비쳐볼 때, 이 같은 결과 발표는 유료방송에 기대 디지털 전환 추진 현황에 대한 착시 효과를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당장 디지털TV 보급률은 59.7%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에 대해 방통위는 지난 2010년 대비 13.2%p 증가한 큰 폭의 상승률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방통위의 디지털TV 보급률 목표는 80%였다. 지난 2011년 7월 디지털 전환을 완료한 일본 역시 디지털 전환 1년을 앞두고 인지율 96.8%, 보급률 95%를 달성했다.

방통위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추진 목표엔 고음질, 고화질 등도 있지만 미디어에 대한 선택권도 있어야 하는데, 과연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그런 권리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책기관이 디지털 전환의 의무가 없는 유료방송을 포함해 디지털 방송 수용률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디지털 전환 인지율이 90%를 넘겼다고 하지만 이 안엔 단순 인지, 다시 말해 디지털 전환 사실을 들어 알고 있지만 실제 전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가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에도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구가 97%에 달한다는 발표는 과연 올해 디지털 전환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나오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직시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방통위는 난시청 문제로 유료방송에 가입한 취약계층에 대한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9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는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저소득층, 나아가 일반 가구 등에 대한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와 현업 언론인, 언론학자 등이 발족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도 지난 2월 발표한 정책 보고서에서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인 재산권의 보장을 위해 취약계층 등만이 아닌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전체가 디지털 전환 이후 TV 수신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1월부터 아날로그 TV를 직접 수신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매일 자막고지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정보취약 지역 및 계층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면대면 홍보, 유통사·가전사 대리점·TV홈쇼핑 등 민관 협력 홍보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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