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로서의 본분을 되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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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스타 ②]6mm 카메라 든 민경락 연합뉴스 기자

펜 기자가 카메라를 들었다. 민경락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다. 민 기자는 원주MBC PD로 3년간 일하다가 연합뉴스 기자로 자리를 옮겨 현장을 누비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위원장 공병설, 이하 연합뉴스노조)가 지난 15일부터 ‘공정방송 쟁취’를 내걸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민 기자는 ‘PD’ 출신답게 6㎜카메라를 들었다. 연합뉴스 노조의 파업 영상 기획과 구성을 맡고 있는 민 기자를 지난 22일 서울 공평동 연합뉴스 본사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민경락 연합뉴스 사회부 기자 ⓒPD저널

민 기자는 “파업을 시작하면서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부 요구와 함께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했다”며 영상 제작에 나서게 된 취지를 밝혔다. 이어 민 기자는 “일반인 대다수는 연합뉴스가 ‘통신사’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심지어 ‘찌라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중적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를 겪었기 때문에 제대로 알리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그간 연합뉴스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담아 ‘연합뉴스가 사죄 드립니다’라는 영상 클립을 처음 제작해 배포했다. 이 영상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현재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21일 정기주총으로 박 사장의 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박정찬 사장 퇴진 운동’으로 가닥을 잡고서 매일 아침 사장출근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또 ‘연합뉴스의 얼굴을 공개합니다’에서는 이례적으로 23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첫 날 조합원들의 상기된 표정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민 기자는 “연합뉴스를 기사 생산하는 기계로, 연합뉴스 기자는 소위 ‘바보온달’, ‘소 같이 묵묵히 기사 쓰는 기자’로 여겨졌다”며 “이제 ‘이름 없는 기자’가 아닌 기자로서의 본분을 다시 되찾고자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펜 기자들이 영상제작에 나선만큼 현재 파업 중인 KBS, MBC, YTN 등에 비하면 어려움이 많다. 연합뉴스 노조의 영상제작은 파업 현장을 매일 스케치해 데일리 영상을 제작하는 뉴스 영상팀과 대외홍보용 영상물을 제작하는 기획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으며 총 8~10명이 참여하고 있다.

주로 기획영상을 맡고 있는 민 기자의 경우 3~4분짜리 영상의 자막과 편집, 구성 등 후반 작업을 하다보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고 한다. 민 기자는 “KBS·MBC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일 것이다”라며 “방송사는 장비 걱정이 덜하겠지만 개인용 소형 카메라로 찍고 노트북으로 편집하다보면 전원이 꺼지는 등 과부하 걸리기 일쑤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민 기자는 제작과정에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파업 영상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민 기자는 “단순히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영상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며 “그간 연합뉴스의 잘못된 관행과 구조에 대한 투쟁이기도 하므로 내부적으로는 동력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제작해서 외부에 파업의 의미를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연합뉴스 노조는 다양한 방향으로 파업과 관련한 영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각국 특색을 담은 특파원들의 파업 지지 영상을 비롯해 공정보도쟁취를 주제로 KBS <개그콘서트>의 ‘용감한 녀석들’을 패러디한 영상, 그리고 연합뉴스지역본부 및 조합원가족 응원 영상 등이 속속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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