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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은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다?

|contsmark0|방송사 pd라면 누구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한다. 그것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나, 언젠가 제대로 하나 만들어서 pd로서의 보람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인지상정도 예능 pd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꿈이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contsmark1|주위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채택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기란 좀처럼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contsmark2|방송위원회가 한 달에 한번 선정하는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결과를 보면 심사위원들이 혹시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달의 좋은 교양 다큐멘터리’를 뽑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뚱한 혐의마저 들었다.
|contsmark3|호기심으로 최근 5년간의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시상내역을 살펴보았다. 선정된 총 134편중 다큐멘터리는 104편으로 77%, 교양은 18편으로 13%를 차지한 데 비해, 드라마는 9편으로 7%, 쇼 오락은 3편으로 겨우 2%에 불과했다.
|contsmark4|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을 합하면 그 비율은 9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열에 아홉은 다큐멘터리와 교양프로그램을 선정하고 한 번은 드라마와 쇼 오락을 합해서 준 셈이다.
|contsmark5|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은 이 달의 좋은 다큐멘터리로 이름을 바꾸어도 열 번 중 아홉 번은 맞는 셈이니 크게 무리 없어 보인다. 이 결과만을 적용한다면 쇼 오락 프로그램 프로듀서들과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과의 상관관계는 없어 보인다.
|contsmark6|그리고 이런 불균등한 상황아래서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받은 쇼 오락 pd들이 정말 대단해 보이기만 한다. 한편으로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 선정을 행여나 꿈꾸는 쇼 오락 프로듀서들의 아홉 배나 힘든 고투에 연민과 동정이 느껴진다.
|contsmark7|얼마전 pd연합회에서 선정하는 ‘이 달의 pd상’ 심사를 맡으면서 두 가지 점에서 놀랐다.
|contsmark8|심사대상 프로그램 대부분이 교양 다큐멘터리프로그램 일색이라는 것과, 참신성·정보성·완성도·즐거움이라는 기준에서 다른 기준들이 3점 만점인데 비해 즐거움이라는 기준만 2점 만점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비중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왜 차이가 있냐는 질문에 그저 관행이라는 대답을 받았다.
|contsmark9|물론 예능 프로그램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아서 즐거움이라는 기준이 크게 변별력을 가지지 못했다. 하지만, 현업인들의 모임인 프로듀서 연합회의 심사 기준도 즐거움이라는 기준을 저평가하는 점은 못내 씁쓸했다.
|contsmark10|심사가 끝나고 스스로 깊이 자문했다. 정말 즐거움을 주는 프로그램은 정보를 주는 프로그램보다 덜 좋은 것일까?
|contsmark11|코미디프로그램이 건강한 즐거움을 주면 좋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쇼 프로그램이 위로와 감동을 전해주면 좋은 것 아닐까? 각각의 다른 가치가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 진실로 궁금하다.
|contsmark12|얼마 전 경쟁력 강화 및 정체성에 대한 사내 심포지엄이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결국 근본적으로 오락에 대한 방송가의 생각을 정립하는 데 달려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contsmark13|다큐멘터리나 교양프로그램이 오락프로그램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순위매기는 담론들이 방송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한 오락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다.
|contsmark14|오락이 제대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교양이 가미되어야 하고, 교양프로그램이 제대로 평가받으려면 절대 오락스러우면 안 된다는 인식은 오락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일 지도 모른다고 한 학자의 말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contsmark15|홍경수kbs 예능국 pd <뮤직 플러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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