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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KBS 뉴스9' 문건 공개 파문…YTN소송 검찰 항소 건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정·재계 인사들뿐만 아니라 노동단체 언론사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해온 사실이 <리셋 KBS 뉴스9>보도로 드러났다. 10여일 앞둔 총선과 언론사 파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 중인 KBS기자들이 제작하는 <리셋 KBS 뉴스9>는 30일 총리실이 최근 3년간 정치인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찰보고서 2619건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 <리셋 KBS 뉴스9>3회는 총리실이 정재계 인사들 뿐만 시민단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찰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민간인·언론사까지 무차별 사찰

‘총리실 불법 사찰’ 특집으로 진행된 <리셋 KBS 뉴스9>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외에도 정태근 의원, 참여정부때 임명된 이세웅 전 적십자사 총재 등 공사 임원, 서울대 병원 노조, KBS·MBC·YTN 등에 대해 총리실이 동향 보고의 형태로 사실상 사찰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정태근 의원은 이상득 의원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사찰 대상에 올랐고, 정태근 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립대학 전 이사장도 사찰 대상이 됐다. 광우병 파문 당시 시민단체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벽보를 병원에 붙인 서울대 병원 노조도 사찰 대상이었다.

이향춘 서울대 병원 노조 사무국장은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벽보를 가지고도 사찰한 것이 경악스럽고,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사찰을 했다는 생각에 섬뜩하다”고 말했다.

공기업 임원들 중에는 특히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임원들이 집중 감시를 받았다. 사찰 대상이 된 이세웅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광식 전 조폐공사 감사 등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물러났다.

박규환 전 소방검정공사 감사는 <리셋 KBS 뉴스9>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인사 중에 공기업 감사는 제가 마지막까지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까 총리실 민간인 사찰팀에서 집중적으로 여덟번 정도 왔었죠”라고 말했다.

KBS· YTN·MBC 인사 동향 보고…'PD수첩' 작가 동향도 파악

사찰은 언론계에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사찰 문건’에는 ‘KBS,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 보고’, ‘한겨레 21 박용현 편집장’, ‘PD수첩 역대 작가 확인’ 등 제목도 눈에 띈다. 언론통제와 장악을 위한 지속적인 사찰이 이뤄져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YTN 해직기자와 관련해서는 총리실이 검찰 수사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2009년 9월 3일에 작성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서’에는 배석규 신임 대표 이사에 대해 “새 대표가 회사를 조기 안정시킬 수 있도록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는 건의가 담겨 있다.

노조 반발 제압이라는 소제목 아래에는 “노종면 등 불법 파업 주동자의 1심 판결(전원 벌금형)은 검찰에 항소 건의”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YTN사측은 검찰에 항소를 건의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총리실이 검찰 항소를 건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YTN 사측은 “검찰이 스스로 판단해서 법원에 판단에 불만이 있기 때문에 수용을 못했기 때문에 항소를 하는 거잖아요. 회사에서 검찰에 항소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법치 국가에서 안맞는 이야기다”고 항소 건의에 대해서 부인했다.

문건에 “강단과 지모를 겸비한 인물” 평가된 배석규 사장은 이 문건이 나온 뒤 정식 사장으로 임명됐다.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배석규씨가 자신은 내부 인사고 YTN출신이고, 정치권이나 캠프같은 이력은 없기 때문에 낙하산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문건을 보면 낙하산이라는 게 확인된 것”이라고 밝혔다.

<리셋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총리실은 방송사 인사와 노동조합 성향 분석 등에 대해서도 상시적으로 동향을 파악해왔다. 2009년 8월 25일 작성된 1팀 사건 진행 상황 문건에서 ‘KBS MBC YTN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을 담당했던 인물은 원충연 조사관, 비고란에는 청와대를 일컫는 ‘BH 하명’으로 적혀있다.

<리셋 KBS 뉴스9>는 “방송사 임원 인사에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개입됐다는 것이 확인 된 것”이라며 “11월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가 지속적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동향 보고서가 작성된 시기는 김인규 KBS 사장과 배석규 KBS 사장이 임명되고 엄기영 MBC 전 사장의 퇴임 압박이 거세지던 시기였다.

총리실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MBC <PD수첩>도 사찰 대상으로 삼았다. 정재홍 MBC <PD수첩> 작가는 “방송작가까지 사찰한다면 정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설 자리를 없애는 것 아닙니까. 정권 비판이나 권력에 대한 견제가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본령인데 그 본령을 수행하고 있는 작가들까지 사찰한다면 누가 탐사보도 프로그램 만들고 국민들을 위해서 어둡고 더러운 부분을 밝힐 수 있냐.”고 꼬집었다.

또 <한겨레 21> 박용현 편집장도 사찰 보고서에 이름이 올려져 정부에 비판적인 진보 언론에 대한 사찰도 광범위하게 진행 된 것으로 추측된다.  

           ▲ 사찰 문건에는 YTN 해직자에 대해선 검찰 항소를 건의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특보 사장’ 김인규도 사찰 대상

이 뿐만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이 있는 KBS도 사찰 대상이었다. 보고서에는 노동조합과 김인규 측근에 대한 인물평까지 포함됐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KBS 색깔을 바꾸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거쳐 조직을 장악한 후 수신료 현실화 개혁과제를 추진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김인규 사장에 대해 “자신감이 지나치고 언행에 거리낌이 없어 경솔하게 비춰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대외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조직 통합 및 본격적인 개혁업무 추진을 위해 보다 신중하고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김 사장 측근들에 대한 입단속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보고서에는 “수요회를 이끌고 있는 고대영 보도총괄팀장 등 측근들도 김인규를 닮아 자신감이 지나쳐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고 평했다.

‘감시와 미행’ 불륜까지 보고

총리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감시와 미행 없이는 불가능한 적나라한 내용이 담겨 있다. 2009년 5월 19일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를 사찰한 문건에는 분단위로 불륜 행적이 적혀있다. 해당 간부를 기다리고 있던 내연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5m 앞에 정차한 차로 걸어가 승차했다”는 등 근거리에서 미행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묘사까지 담겨 있다. 취재진은 이 문건을 검찰이 이미 확보해놓고도 수사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보도를 통해 사찰 대상자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책임 규명 등에 대한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언론노조 KBS본부는 30일 오전 11시 문건에서 드러난 언론사 사찰을 규탄하고 김인규 사장 퇴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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