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진선미의 chat&책]

요즘 출판 시장은 한 발짝만 움직여도 터져버릴 것 같은 지뢰밭길이다. 출판 매출의 감소는 기본이고 강남의 한 대형 서점의 폐점, 중소 도서유통 회사들의 줄이은 부도 등 악재가 계속 겹치고 있다. 출판사 사장들의 한숨은 이미 바닥을 쳤고 출판 관련 사업 사장들은 쌓여만 가는 외상으로 온몸이 휘청거릴 지경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출판사에게는 끊임없이 경쟁력 있는 출판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길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오늘은 답답한 출판 시장을 우선 뒤로 두고 지난번 ‘다큐멘터리 출판’에 이어 ‘라디오 콘텐츠를 이용한 출판’에 대해 <부부로 산다는 것> 출판 과정을 예로 들며 알아보고자 한다.

▲ ‘부부로 산다는 것’ ⓒ위즈덤하우스
<부부로 산다는 것>은 30주년을 맞이한 MBC 라디오 <여성시대>와 협의하여 기획한 에세이집인데 사실 소개된 사연을 엮어낸 책은 한겨레신문사를 포함하고도 여러 출판사가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기존 도서들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 이유를 분석한 결과 라디오 청취자층과 책으로 만들었을 때 구입할 독자층에 대한 구별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자체 정리했다. 따라서 명확한 구매 타깃을 선정하고, 이에 맞는 사연을 감동스토리로 다시 풀어낸다면 폭발력이 있으리라 확신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30여년 동안 축적된 울고 웃긴 진실한 사연들, 또 이를 기반으로 한 부부를 타깃으로 한 감동의 책, 책이 자연스럽게 방송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 이 모든 것이 업계 용어로 ‘먹히는’ 컨셉의 책으로 재탄생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출판 기획자 입장에서 본다면 라디오 콘텐츠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청취자들의 사연. 둘째, 구성작가에 의한 기획코너. 셋째, 게스트로 출연한 인물의 콘텐츠.

첫째 유형은 기획으로 묶고 윤문을 잘 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두 번째 유형은 기획방향만 맞는다면 제목, 내용을 그대로 책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책으로 전환하기 쉽고 다만 글의 성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 요즘 라디오 구성작가들의 출판물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는 강연까지 가능할 수 있는 ‘땡큐’한 저자를 조우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출판 전환보다 여러모로 편리한 면이 많다.

물론 라디오 콘텐츠도 영상콘텐츠의 출판화의 과정처럼 저자와 계약하여 원고를 받아 출판하는 일반 과정보다는 공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방송국, PD, 구성작가, 출연자 초상권(영상일 경우) 등의 저작권이 뒤엉켜있어서 계약을 체결해 나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 노진선미 마더커뮤니케이션 대표
현재까지 방송국마다 정확한 저작권 계약에 관한 매뉴얼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각 프로그램의 조건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상황이여서 계약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당사자들도 점차 출판을 통해 콘텐츠의 지속성을 가지고 싶어 하고, 방송사는 저작권 부가수익을 무시할 수 없으며, 출판사 또한 시청률로 미리 시장을 체크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방송사 내 출판 에이전시 활성화, 출판사 내 방송콘텐츠 개발, 멀티 작가의 활발한 출현 등이 이러한 결합, 도모, 모색을 활발히 진행시킬 가연성은 충분하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