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제작기 CBS <마을 만들기, 쾌적하고 즐거운 삶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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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마을이야기 우리 시각으로 재해석

|contsmark0|cbs 해외특집 3부작 <마을 만들기, 쾌적하고 즐거운 삶의 비밀>은 1부 일본편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마을’, 2부 미국편 ‘잿빛 도시가 꾸는 꿈’, 3부 독일편 ‘그들의 선택이 소중한 이유’가 방송됐다.
|contsmark1|돌아보니 참 길었다. 지난 해 11월, 파업 초기에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니 1년이 걸린 셈이다. 파업이 끝나면 취재를 시작하겠다는 가벼운 생각에서 출발했다. 지금도 달라진 건 거의 없지만, 당시 회사는 극도의 혼란 속에 있었다. 특히 우리가 목말라 했던 건 아마도 ‘꿈’이었다. ‘꿈’을 빼앗아 가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했다.
|contsmark2|그건 ‘나라’란 공간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였다. 삶 속에서 가슴 벅찬 꿈을 갖고 산다는 건 이제 불가능해져 버린 걸까? 작은 공간인 마을에 주목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단체를 만들어도 ‘전국 무슨 무슨’ 아니면 안 만든다.
|contsmark3|하지만 삶터 바꾸기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출발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 무엇보다 개인 공간은 화려해져 가지만 공공 공간은 황폐해져 가는 현실은 프로그램에 대한 의욕을 부추겼다. 해야 할 일이고 이 시대의 코드라는 확신도 있었다.
|contsmark4|<마을 만들기>란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렇지만 방송위원회에서 제작 지원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파업은 깊어져만 가고 있었다.
|contsmark5|파업 초기 기획, 1년 걸려
|contsmark6|긴 파업 중에 마을 만들기의 꿈도 많이 빛이 바래져갔다. 기획안이 통과되고 난 후 해가 바뀌자 신문들 곳곳에선 ‘살고 싶은 도시’란 기획이 이뤄졌다. 쾌적한 도시, 친환경적인 도시 등 다양한 도시가 소개됐다.
|contsmark7|하지만 그런 기사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마을을 만들어간다는 게 그렇게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알 수 있는 걸까? 왜 가난한 삶에 찌든 이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그런 기획에선 느껴지지 않을까? 그런 종류의 아쉬움이었다.
|contsmark8|다른 나라의 마을 이야기를 우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노력이 없을 때는 잘 사는 나라의 배부른 이야기로만 비쳐질 가능성도 엿보였다. 그런 고민을 하는 중에도 파업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contsmark9|파업이 끝나지 않으면 취재를 포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길고 긴 길을 돌아서 7월이 되자 파업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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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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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8월부터 본격적인 취재 준비를 시작했다. 하지만 취재 대상 지역을 다시 선정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일본 편을 예로 들면 사정은 이렇다.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소개한 책자들을 보면 지나치게 희망적이고 과장된 감이 적지 않다.
|contsmark15|마을 만들기 역시 현실 속의 운동인데 마치 꿈처럼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일본은 수년간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나라다. 그 말은 국가가 삶의 다양한 문제에 답을 줄 힘을 잃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여가와 복지, 육아의 공간으로서 마을이 주목되는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른다.
|contsmark16|회사인간으로 살아 왔던 자부심을 잃어버린 그들의 현실이 마을 만들기엔 어떤 의미를 주는지 확인해야만 했다. 이런 저런 사정을 고려해서 결국 <작은 목소리가 들리는 마을>로 취재의 줄기를 잡았다. 사라지는 역사를 되살려 가는 마을 이야기와 노숙자들의 마을 만들기 이야기란 소재 역시 그런 맥락에서 선정됐다.
|contsmark17|취재 과정을 돌아보면 특히 이번엔 기억나는 일들이 많다.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미국 서부를 취재하던 중에 또 다른 취재 예정지였던 뉴욕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항공기조차 운행이 정지돼버려 발이 묶여버렸다.
|contsmark18|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여관방에서 전화통 붙잡고 살았던 기억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tv 뉴스를 하루 종일 보다보니 청취 능력이 향상됐다는 착각도 들었지만 미국의 오만과 언론의 천편일률적인 보도 속에 이방인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 후 탄저 공포가 기승을 떨치던 때 뉴욕을 다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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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1|일본 노숙자와의 1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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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3|일본의 노숙자 마을을 취재하면서도 처음엔 노숙자들의 이야기가 겉돌아서 애를 먹었다. 이틀을 취재했지만 인서트로 쓸만한 내용이 안 나왔다. 하지만 하룻밤 공원에서 노숙을 같이 하고 난 후, 꼭 그 때문은 아니겠지만 취재가 순조롭게 풀렸다.
|contsmark24|음식을 같이 나누면서 노숙자들과 지내며 보았던 도쿄의 새벽 풍경은 당분간 잊기 힘든 기억일 듯 싶다. 힘도 들었고 아쉬움도 많이 남지만 솔직히 후회는 없다. 다만 밤늦게까지, 때론 새벽부터 정말 고생이 많았던 코디 분들께 미안할 뿐이다.
|contsmark25|이제 프로그램이 모두 방송됐다. 늘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내가 참여해 마을을 바꿔가고 이웃으로 거듭 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지금 우리에게도 가장 필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생동감 있게 살고 싶다는 건 모두의 꿈일 것이다.
|contsmark26|마을을 만들며 더욱 풍성해져 간 삶의 이야기들이 우리 곁에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시에서 겹겹이 쌓인 문제들 때문에 지레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포기해버린 이들에게,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얘기하고 싶었던 건 아마도 희망이었을 것이다.
|contsmark27|박 철 cbs 편성제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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