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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입장에서 김재철은 방송 사고죠”

[파업스타 ③] 파업 프로그램 연출로 활약 중인 김민식 MBC 드라마 PD 정철운 기자l승인2012.04.06 1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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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식 MBC 드라마 PD. ⓒMBC노조
김민식 MBC 드라마 PD는 지금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이다. 공대를 나와 동시통역사 일을 하다 MBC 예능PD로 입사해 <논스톱> 시리즈 등을 제작해온 김민식 PD는 5년 전 드라마로 직종을 바꿔 <내조의 여왕> <글로리아> 등의 감독으로 유명세를 탔다. 부족함이 없었던 연출 인생이었지만 현재 그는 노조 간부로서 ‘MBC 프리덤’과 ‘마지막 파업’등 각종 파업 콘텐츠를 제작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 3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도 받았다.

모두에겐 저마다의 파업 이유가 있다. 이 드라마 PD가 김재철 사장 퇴진투쟁의 앞장에 선 연유는 2010년 12월 연기대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재철 사장은 고현정과 함께 시상식에 나타나 충격적인 인상을 남겼다. 일일이 참석한 연기자의 이름을 호명하는가 하면, 고현정에게 “SBS 연기대상은 문제없을 것”이란 말을 불쑥 던지기도 했다. 뜬금없이 한국의 산업화 이야기를 했고, 외국인 방청객을 두고는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왔다”고 해 모든 이를 당혹케 했다.

김 사장의 ‘기이한 언행’은 구설수에 올랐고, MBC는 망신을 당했다. 김민식 PD는 이날 사장이 매우 부끄러웠다. 드라마 속에서만 악역과 만났던 PD가 현실에서 ‘악당’과 마주하게 된 순간이었다. 김민식 PD는 “김재철 사장은 내게 NG였고 방송 사고였다. 그는 MBC PD라는 자긍심에 상처를 줬다. 도저히 사장으로 모실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연기대상이 있고 한 달 뒤 노조 집행부에 합류했고, 곧바로 파업을 대비해 적금을 들었다. 그렇게 김 PD의 2012년 필모그래피는 ‘파업’이 됐다.

드라마 PD가 바라본 김재철 사장은 “멘탈이 쩌는 분”이었다. 2년 전 ‘39일’ 파업처럼 단식이나 농성, 삭발, 사장출근저지처럼 감정소모와 육체소모가 많은 정공법으론 사장을 몰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 김 PD는 ‘예능감 있는 파업’을 기획했다. 지난 2월 3주 동안 사장이 출근하지 않자 길거리에서 ‘김재철을 찾습니다’ 수배 전단지 배포를 기획했다.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이 해고됐을 때는 ‘나꼼수’ MBC파업 버전에 해당하는 ‘서늘한 간담회’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하며 해고를 웃음요소로 처리했다.

지난 2일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해고됐을 때도 김민식 PD는 노조 간부들을 모아 MBC 드라마 <마지막승부>를 개사한 ‘마지막 파업’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정영하 위원장은 여기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2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해 만든 뮤직비디오 ‘MBC프리덤’과 서울역 대합실에서 진행된 ‘MBC프리덤’ 즉석공연은 모두 김 PD의 작품이다. 그는 “분노가 응집된 조합원들이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한 뒤 “아나운서, 기자 등 양질의 출연진 수백명이 무보수로 대기하고 있어 좋다”며 웃었다.

김 PD는 다소 무거운 집회현장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싸우면 이길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예능PD 시절 기획안을 보면 이게 웃길까 싶지만 뭐든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사장 퇴진도 마찬가지다. 싸워야 하기 때문에, 오직 싸울 뿐이다.” 그는 동료 PD들에게도 “해야 할 파업이라면 이 과정을 안식년처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파업의 ‘경험’이 MBC조합원들을 성장시킬 것이라 믿고 있다. 노홍철을 능가하는 ‘긍정의 힘’이 질기고 독하고 당당한 싸움의 근원이다.

파업에 참가 중인 MBC노조 조합원 700여명은 김민식 PD와 함께 웃고 떠들며 어느덧 파업 70일을 눈앞에 두고 있다. 때로는 분노하고 눈물 흘렸지만 다들 웃음은 잃지 않았다. 김 PD는 “우리가 즐겁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신념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했다. “이번 파업이 마지막 파업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웃으면서 가자. 그리고 언젠가 술자리에서 우리의 파업을 웃으며 이야기하자.” 그런 그의 모습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연출한 로베르토 베니니를 닮아 있었다.
정철운 기자  pierc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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