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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못 보여드려 안타깝다”

[인터뷰] 고 이소선 여사의 일상을 담은 영화 <어머니>의 태준식 감독 방연주 기자l승인2012.04.10 16:3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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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소선 여사. 태어날 때 너무 작아 아버지가 붙여준 ‘작은 선녀’라는 뜻의 이름. 그의 아들 전태일 열사의 죽음 이후 ‘전태일의 어머니’는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고된 반평생 세월이 흐르고 이름 석 자 앞엔 ‘노동자의 어머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11년 9월 3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깨어나지 못한 채 영면한 이소선 여사는 생전 ‘대모’라는 수식어도, ‘여사’라는 칭호도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어머니>에는 이소선 여사에 대한 모든 수식어를 뺀 채 ‘어머니’만 오롯이 남아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대학로 근처 한 카페에서 <어머니>를 만든 태준식 감독을 만났다.

   
▲ 태준식 감독 ⓒ인디스토리

영화 <어머니>는 이소선 여사의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부터 시작돼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카메라는 이소선 여사의 삶이 켜켜이 쌓인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좁은 골목을 파고들며 지난 2년여 어머니의 일상을 밀착해서 보여준다.

태 감독이 <어머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그야말로 ‘문득’이었다. 태 감독은 “<어머니>에 앞서 다른 작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문득 이소선 어머니가 떠올랐고 생전에 어머니를 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2월 기획에 돌입해 본격적인 촬영과 후반 작업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스태프 규모도 태 감독을 포함해 5~6명으로 단출했다. 제작비도 공공기관의 펀드 지원을 받기보단 자립해서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련의 제작과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이 있었다. 바로 ‘어머니 이야기’였다. 태 감독은 이소선 여사의 일대기를 담기보다 ‘어머니’로서의 삶을 묵묵히 그려내고 그를 지탱해온 따스함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가장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인 듯합니다. (이소선 여사는) 평생 많은 사랑을 베푼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따스함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젊은 층에게는 작은 할머니가 살아온 길을 보며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용기를 얻게 되길 바라고요.”

태 감독에게 이소선 여사와의 첫 만남은 쉬이 잊히지 않는 기억이다. “길게 보고 시작한 일인 만큼 허락 여부보다 계속 어머니를 찾아뵀죠. 어머니가 워낙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는데 고민이 많은 분이라 초반에는 달가워 하진 않았어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어머니가 지인을 통해 제게 제작을 맡겨도 되는 사람인지 면밀히 알아봤다더라고요.”(웃음)

이소선 여사가 공식적으로 촬영을 수락하면서 태 감독과 스태프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창신동을 찾았다. 어머니와 고스톱을 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때론 아들마냥 담배 심부름을 하면서 어머니와의 일상을 공유했다.

“우연히 어머니 통장을 보니 잔고가 이백만 원이더라고요. 잔고 내역을 보니 천만 원을 넘어간 적이 없어 정말 가난하게 사셨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가 대출 광고 문자를 두고서 모르는 사람인 이은미 팀장이 자꾸 돈을 준다고 말씀하셔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벌어지기도 했죠.”

   
▲ 태준식 감독과 고 이소선 여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촬영 현장

이처럼 순조롭게 촬영을 이어가던 중 이소선 여사는 2011년 7월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두 달 뒤 숨을 거두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이 가운데 태 감독은 카메라를 내려놓기보다 다시 바쁘게 카메라를 돌렸다고 한다.

그는 “정신이 없어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중에 어머니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할 수도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 겨 오히려 더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가끔 울컥하지만 아직까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며 “다만 영화를 생전에 어머니께 보여드리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태 감독의 마음 속에 이소선 어머니는 어떤 모습으로 뿌리내렸을까.

“민주화 열사라기보다 참 괜찮은 할머니, 정의로운 할머니로 기억돼요. 어머니는 늘 작은 방안에 계셨지만 늘 제게 자극을 주신 분이죠. 하루는 김진숙(민주노총지도위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놓는가 하면, 하루는 이명박 대통령, 아니면 저를 지켜보면서 든 생각들을 말씀하시니 만나는 저로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일까. 태 감독은 “요즘이 슬럼프”라고 귀띔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제작과정이 상대적으로 길었고 어머니와 촘촘한 일상을 함께 해온 탓인지 태 감독은 “예전 같지 않게 빨리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태 감독은 유독 노동과 관련된 영화를 다수 제작해왔다. <인간의 시간>(2000), <필승 ver1.0>(2003),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2005), <필승 ver2.0 연영석>, <당신과 나의 전쟁>(2010) 등의 작품의 궤적을 만든 태 감독은 이번 영화 <어머니>처럼 “평화로움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고 한다.

태 감독은 “일각에서는 노동전문 다큐멘터리스트라 명명해주는 게 달갑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여전히 노동은 그에게 있어 뜨거운 화두이다. 태 감독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차별화시키는 구조와 제도에 대해 화가 나는 편이다. 노동은 특화된 게 아니라 삶이 곧 노동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태 감독이 관심 있는 주제는 ‘금융자본주의’이다. ‘금융자본주의’는 우리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이미 생활 구석구석까지 침투해 있다. 태 감독은 “오래 전부터 금융자본주의에 대해 다뤄보고 싶었다. 유럽을 비롯해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그 영향은 우리에게도 가혹하게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태 감독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다. “PD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동종업계의 구성원으로서 영화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방송사마다 파업 중인데 <어머니>를 보면서 따스함과 편안함을 마음 한 쪽에 담아가셨으면 합니다.”

   
▲ 영화 <어머니> 포스터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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