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과반, 그래도 방송장악 일방독주 어려울 듯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직 언론인 출신 3분의 1만 당선…전·현직 여야 문방위원들 ‘맞대결’ 예고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원내 1당을 차지한 가운데, 새누리당 간판 아래 출마한 전직 언론인 출신 후보자(첫 출마 기준) 8명 중 3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민주통합당과 진보신당 등 야당 후보로 출마한 전직 언론인 8명 중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는 2명이다. 선거철마다 언론인들의 출마 선언은 계속되고 있지만 공천 과정에서부터 당선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언론인 출신이란 점은 더 이상 프리미엄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 모양새다.

▲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으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신경민 당선자.
전직 언론인 출신 후보 16명 중 5명만 국회 진출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 3명 중 2명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길정우(서울 양천갑)·이상일(비례) 당선자다. 길 당선자는 지난 2007년 박근혜 당시 당내 대선 경선 캠프에 참여했다.

이 당선자는 오랜 정치부 기자 생활을 통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연을 쌓았으며,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 닷새 전인 3월 15일까지도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에 우호적인 칼럼을 게재해 ‘권언유착’에 따른 언론 윤리 훼손의 당사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신문> 논설위원 출신의 박대출 당선자(경남 진주갑)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현역 의원인 최구식 의원을 꺾고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길정우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 양천갑과 양천을(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모두 전직 <중앙일보> 출신 인사들의 텃밭이 됐다.

신경민 전 MBC 논설위원과 배재정 전 <부산일보> 기자는 민주통합당 간판 아래 각각 서울 영등포을과 비례대표로 출마,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명박 정부의 방송·언론 장악 논란과 이에 따른 방송·언론인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이들 당선자가 방송·언론 정책을 다루는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에서 활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언론장악 논란 주인공들 귀환

19대 국회는 방송·언론과 관련해 수많은 당면 과제를 떠안고 있다. 유례없는 방송·언론인 동시 파업을 부른 정권의 방송·언론 장악 관련 국정조사(또는 청문회)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위법 처리된 언론법에 근거해 탄생한 종합편성채널 청문회 등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원내 1당을 차지한 새누리당 당선자들의 면면을 살필 때, 일련의 당면 과제를 수행하기까지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18대 국회에서 위법 언론법 날치기 처리에 앞장선 이들과 정권의 방송·언론 장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의 당선이 눈에 띄는 탓이다.

먼저 새누리당의 정병국(경기 여주·양평·가평), 한선교(경기 용인병), 장윤석(경북 영주),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을동(서울 송파병) 의원 등은 18대 국회 전·후반기 문방위원으로 활동하며 언론법 날치기와 KBS 수신료 인상 강행처리 시도 등에 앞장섰다.

특히 후반기 문방위 간사로 활동한 한선교 의원의 경우 지난해 6월 임시국회 당시 도청 의혹이 일었던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의 수신료 관련 비공개 원내대책회의 녹취록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한 의원은 KBS와 함께 도청 의혹에 연루됐으나 의원 면책 특권을 내세워 경찰 소환 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고, 결국 관련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정병국 의원의 경우 18대 국회 전반기 문방위원으로서 종편채널 탄생의 근거가 된 언론법의 골간을 잡는데 역할을 하며, 언론·시민단체로부터 ‘언론 5적’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후반기 문방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엔 “종편채널은 콘텐츠 시대에 뒤떨어진다” 등 곧바로 말 바꾸기에 나서 물의를 빚기도 했으며, 19대 총선 출마가 빤히 예상됐음에도 9개월짜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취임, ‘경력쌓기용’ 행보로 비판을 받았다.

언론인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 2008년 정권의 정연주 전 KBS 사장 해임 당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김회선 국정원 2차장 역시 서울 서초갑에 출마해 금배지를 달았다.  

▲ 19대 국회의 원내 1당을 차지한 새누리당 당선자들의 면면을 살필 때, 일련의 당면 과제를 수행하기까지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은 18대 국회에서 언론법을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 장면.

민주통합당, 18대 전·후반기 문방위 간사+17대 국회 ‘조중동 저격수’ 생환

그러나 민주통합당 당선자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고작 8명이었지만 18대 국회 문방위에서 여당의 언론법 등 날치기에 강하게 저항했던 현역 의원들과 17대 국회 당시 이른바 ‘조중동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전직 문방위원들이 귀환에 성공한 탓이다. 통합진보당도 19대 총선과정에서 전국언론노조와 정책협약을 맺고 소속 의원의 문방위 배치를 약속했다.

더구나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했던 18대 국회 달리 19대 국회의 의석 분포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 통합진보당 13석 등으로 변화했다. 18대 국회 문방위원석의 과반 이상(28석 중 16석)을 새누리당이 독식,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것과 같은 상황의 반복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에선 18대 국회 전·후반기 문방위 간사로 활약한 전병헌(서울 동작갑)·김재윤(제주 서귀포) 의원과 전반기 문방위원이었던 변재일(충북 청원), 이종걸(경기 안양만안) 의원 등이 3선에 성공했으며, 장병완(광주남) 의원도 재선을 확정지었다. 17대 국회 당시 문방위 간사로 활약했으며 19대 총선 과정에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 성향 신문들과의 인터뷰 거부로 화제를 낳은 정청래(서울 마포을),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노웅래(서울 마포갑, 전 MBC 기자), 민병두(서울 동대문을, 전 <문화일보> 기자) 전 의원 등도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 ‘조중동 저격수’로 17대 국회 문방위에서 이름을 날린 정청래 당선자.
그밖에도 구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의 최민희 당선자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각각 지낸 서영교 당선자(서울 중랑갑)와 김현 당선자(비례대표), 오랜 기간 동안 부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방송·언론 관련 사안들에 목소리를 내온 유은혜 당선자(고양일산) 등도 만만찮은 화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산일보> 기자 출신인 배재정 당선자(비례대표)는 하반기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이 있는 정수장학회의 <부산일보> 지분 환수 등의 문제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총선 막판 제수씨 성폭행 미수 의혹이 나온 김형태 전 KBS 방송국장(새누리당, 경북 포항남·울릉)과 논문표절 의혹이 현재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문대성 당선자(새누리당, 부산 사하갑) 등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