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압승’ 총선 보도 갑(甲)은 KBS·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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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파업 중 ‘친여 프레임’ 설정…공정방송 회복, 대선 과제

“언론 환경이 참 나빴던 선거였다.”

초반만 하더라도 야권에 있어 “절대로 질 수 없는” 선거였던 4·11 총선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에게 19대 국회의 원내 1당이란 위치를 안겨주는 결과로 끝났다. 야권이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진 배경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현 민주당 수석 부대변인은 12일 “나빴던 언론 환경”을 패배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파업 틈타 ‘친(親)정부’ 성향 속살 그대로 노출한 공영방송 총선 보도

지난 1월 MBC 보도국 기자들이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제작거부에 돌입하고 곧이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낙하산 사장 퇴진 주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파업을 벌였을 당시만 해도, 일련의 흐름 속에서 웃는 쪽은 야권일 것으로 예측됐다. 아니, 3월 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가 파업방송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정권의 불법 민간인 사찰 정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할 때도 그랬다.

그러나 점차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 방송·언론인 파업이 아무쪼록 4·11 총선까지 계속되길 바라는 쪽은 여당이란 얘기가 하나 둘 들려오기 시작했다. 방송·언론인 파업으로 최소한의 제어 장치마저 상실한 공영방송들이 친(親)정부 성향의 속살을 그대로 노출한 보도들을 거리낌 없이 내보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와 파업방송인 <리셋 KBS 뉴스9>, <제대로 뉴스데스크>, <뉴스타파> 등은 정권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사안들을 짚으며 일정 부분 의제 설정 기능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의제 확산 기능을 해온 TV 방송이 여론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여전히 큰 게 현실이다. 실례로 이번 총선 결과가 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SNS 이용률이 높은 서울의 투표율(55.5%)이 전국 투표율(54.3%)을 상회하고 야권연대가 수도권에서 탄력을 받은 반면,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선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2일 YTN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 아침>과의 인터뷰에서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를 이용하는 곳에선 다른 표(여당 지지)를 찍은 것이 이번을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당장 지난 3월 6일부터 KBS 새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지만 KBS의 메인뉴스인 1TV 시청률은 지상파 방송 전체 시청률 상위 순위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총선 직전인 지난 2~8일 사이 <뉴스9>의 평균 시청률은 18.5%(AGB닐슨)로 전체 5위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상파 방송의 메인뉴스들이 선거기간 동안 SNS 여론 등을 달궜던 정권의 민간인 불법 사찰이나 새누리당 후보의 선거법 위반, 논문 표절, 성추행, 막말 의혹 등 여권에 불리한 의제들을 선거철 여야 공방의 사례로 다루는 데 그치자 관련 논란은 사안의 중요성에 비춰 볼 때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수년 전 막말을 둘러싼 파문은 선거 막판인 지난 4~5일 MBC <뉴스데스크>과 KBS <뉴스9> 등에서 1~4번째 사이에 주요하게 배치됐다. 이와 관련해 김현 당선인은 12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용민 후보의 결함도 크지만 (새누리당의) 문대성 후보(논문표절 의혹)와 손수조 후보(선거법 위반 의혹), 김형태 후보(성추행 미수 의혹) 등의 결함 문제에 대해 (방송) 보도가 상대적으로 편파성을 갖고 있지 않았나”라고 지적한 뒤 “언론환경이 나빴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여야의 총선 관련 정책 공약 역시 구체적으로 비교·분석되기는커녕, 보도된 사례를 찾기조차 어려웠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12일 발표한 모니터 보고서에서 “선거 전날인 지난 10일 지상파 3사는 KBS 7건, MBC 5건, SBS 6건의 선거 관련 보도를 내놨지만 정책 보도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권 심판 대신 ‘김용민 심판’ 프레임 설정한 방송 보도…“공정방송 회복 이유 확인”

일련의 현실을 놓고 방송·언론인들은 공정방송 회복의 이유를 다시금 확인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MBC본부장을 지낸 이근행 해직PD는 12일 오전 트위터(@mbcpdlee)에서  “이번 총선을 ‘박근혜 대선전’ 양상으로 보여준 게 KBS, MBC, YTN 등 정권에 의해 장악된 방송들이다. 만약 그들이 MB정권의 수많은 악행을 연일 보도하고 ‘정권 심판론’을 어느 정도만 보도했더라도 선거 결과는 무척 달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BS새노조도 같은 날 트위터(@kbsunion)를 통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시 문제는 언론, 방송의 제자리 되돌리기”라고 강조했으며, 김진혁 EBS PD 역시 자신의 트위터(@madhyuk)를 통해 “제가 분석하는 선거 결과의 갑은 언론이다. 사실에 대한 의견의 차이가 아니라 사실 자체를 차이 나도록 만드는 언론, 특히 지상파의 위력”이라고 지적했다.

또 고재열 <시사IN> 기자(@dogsul)도 트위터에서 “이번 총선이 준 교훈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언론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언론 독립”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도 작금의 방송 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김현 당선자는 “(지금 상태라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운 지점이 될 것”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극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송·언론계와 정치권 안팎의 이 같은 고민은 결국 SNS 등 뉴미디어 대한 부당한 규제를 막아내는 것과 함께 전통적인 미디어인 방송의 독립을 온전하게 보장하기 위한 현실과 제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는 파업 중인 방송·언론인들이 19대 국회의 우선 과제로 정권의 방송·언론장악에 대한 진상조사(청문회)와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일찍부터 요구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주문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이명박 정권에 의해 벌어진 방송·언론장악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집요하게 요구해야 하며, 언론노조를 비롯한 파업 언론인들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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