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시사프로그램 말살 야욕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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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시사프로그램 말살 야욕 드러내”
MBC 기자·PD 공동 기자회견 열고 조직개편안 전면 거부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4.24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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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자·PD 200여명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의 조직개편안을 ‘시사프로그램 죽이기’로 규정하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MBC노조
MBC 기자와 PD들이 경영진의 탈을 쓰고 시사프로그램 말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MBC노조
▲ MBC 기자·PD 200여명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의 조직개편안을 ‘시사프로그램 죽이기’로 규정하고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MBC노조

MBC 경영진이 지난 20일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해체하고 라디오본부를 라디오제작국으로 격하하는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가운데 MBC 기자와 PD들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직개편안을 ‘시사프로그램 죽이기’로 규정하고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협의회, 라디오 평PD협의회 소속 기자 · PD 200여 명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직 개편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승호 전 <PD수첩> PD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번 조직개편은 MBC 고발프로그램들을 모두 편성제작본부에 몰아넣고 사장 직속으로 통제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최승호 PD는 “김재철 사장 취임이후 <PD수첩>을 지켜냈던 마지막 보호장치였던 시사교양국이란 조직 자체가 없어지며 <PD수첩>은 고사당할 위기에 놓였다”라고 우려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연출했던 김현수 라디오PD는 라디오본부가 라디오제작국으로 격하되며 라디오의 위기도 가속화될 것이라 지적했다. 김현수 PD는 “지난해 김미화, 김어준씨 등이 라디오 진행자에서 쫓겨난 것처럼 이제 ‘시선집중’에서 손석희 교수의 진행을 들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사매거진 2580>의 데스크를 맡고 있는 연보흠 보도제작국 기자는 “뉴스의 자율적 제작을 끝없이 막아왔던 경영진이 이제는 각 부문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보흠 기자는 “계약직 기자들을 대거 채용하는 대신 그만큼 비판적 기자들을 솎아내 편성제작본부로 보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개편은 <PD 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각각 소속 국에서 분리시켜 힘을 빼고 라디오 본부를 축소시켜 김재철의 직할통치가 가능한 편성제작본부로 보내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MBC를 사랑하는 모든 시청자들과 함께 반드시 김재철 일당을 몰아내고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 그리고 MBC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벌어진 퍼포먼스에선 기자와 PD들이 각각 김재철 사장과 이진숙 기획조정본부장, 권재홍 보도본부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의 탈을 쓰고 <PD수첩>과 <시사매거진 2580>, MBC라디오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 MBC 기자와 PD들이 경영진의 탈을 쓰고 시사프로그램 말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MBC노조

다음은 MBC 기자회,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 라디오 평PD 협의회의 공동기자회견 전문.

 

시사프로그램 말살하는 김재철은 물러가라
막장에 몰린 김재철의 광기가 다시 MBC를 피로 물들이고 있다. <PD 수첩>이 속해 있는 시사교양국과 <시사매거진 2580>을 제작하는 보도제작국을 공중 분해시키고, 라디오 본부까지 합쳐 편성제작본부 산하로 통합하는 희대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개편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기가 막힌다. 우리는 김재철이 그동안 어떻게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말려 죽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PD수첩>의 숨통을 끊기 위해 고발 전문 PD들을 솎아내고,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편한 아이템은 아예 손도 못 대게 협박했다. 또, 보도 본부에선 간판 고발 프로였던 <후+>를 폐지한데 이어, MBC 뉴스의 공정성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라디오 본부에서도 김미화씨 등 정권의 눈 밖에 난 인사는 모조리 축출 당했다. 이러고도 시너지 효과 운운하다니, 그 뻔뻔함이 가증스러울 뿐이다.

김재철이 이번 개편을 통해 노리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PD 수첩>과 <시사 매거진 2580> 등 MBC의 대표적인 시사 고발 프로그램을 각각 소속 국에서 분리시켜 힘을 빼고, 라디오 본부를 축소시켜, 자신의 직할통치가 가능한 편성제작본부로 보내 꼭두각시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권력의 눈엣 가시였던 <PD수첩> 등을 폐지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개편이 현실화되면 수십 명의 기자들은 아예 소속 본부를 옮겨야 한다. 과연 누가 보도본부에서 쫓겨나겠는가. 결국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꼿꼿한 기자들'이 보도본부에서 추방될 것이요, 이를 수시로 보여주며 기자들에게 ‘순치’를 강요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리는 김재철이 MBC에 올 때부터 <PD수첩>과 뉴스를 죽이고 MBC를 영혼 없는 조직으로 만들겠다고 정권에 약속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은 바로 회사 안팎의 퇴진 여론에 몰린 김재철이 정권을 향한 맹목적인 충성맹세로 생존을 위한 마지막 발악을 시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인 <PD수첩>과 <2580>에 대한 광기 어린 탄압을 우리 시청자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MBC를 사랑하는 모든 시청자들과 함께 반드시 김재철 일당을 몰아내고 <PD수첩>과 <2580>, 그리고 MBC 뉴스와 라디오 프로그램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2012년 4월 24일
MBC 기자회, 영상기자회, 시사교양국 평PD 협의회, 라디오 평PD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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