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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의 결과로 본 총선보도 토론회… “뉴스보도, 인터넷 여론과 극명한 차이”

지난 4·11 총선 관련 방송뉴스가 불공정과 색깔론을 앞세운 최악의 보도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KBS·MBC·YTN 등은 유례없는 언론사 장기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치러진 총선 과정에서 불공정 보도가 활개를 쳤다는 것. 특히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는 조·중·동 등 보수신문의 프레임에 KBS·MBC·YTN 등의 ‘물타기’ 보도가 보태지면서 사건의 본질이 흐려졌고, 선거 막판 김용민 후보의 막말 논란이 주요 보도로 키워지면서 불공정 보도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단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대강의실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주최 ‘언론장악의 결과로 본 4·11 총선 보도’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는 △이진로 영산대 교수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활동가 △성재호 KBS본부 특임국장 △이재훈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임장혁 YTN 공정방송추진위원장 △윤성한 <미디어스> 편집국장 등이 참석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가 주최한 토론회 ‘언론장악의 결과로 본 4·11 총선 보도’가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대강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PD저널

발제자로 나선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본부 활동가는 “(총선 방송 보도가)기계적 중립성조차도 확립시키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한 뒤 “시민들은 지상파에서 다루지 않는 아이템들을 포털 사이트 뉴스와 트위터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지상파는 편파적인 보도가 결국은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행태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새노조가 지난 3월 29일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을 공개하자 19대 총선의 판세를 가르는 이슈로 급부상했다. 지상파와 보수신문에서는 이틀 후 청와대가 내놓은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다. 이 활동가는 “지상파는 적극적으로 청와대의 해명을 주로 메인뉴스로 전달했다”며 “뉴스 꼭지들은 불법사찰의 본질을 규명하는 게 아니라 여당과 야당, 현 정권과 전 정권의 정치구도를 강조하는 등 양비론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4·11 총선방송 모니터링을 재구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31일 지상파 3사 뉴스는 KBS <뉴스 9>에서 첫 번째 꼭지 ‘사찰 80% 노무현 정부서 이뤄져’, MBC <뉴스데스크>의 두 번째 꼭지 ‘특검도입…노무현 정부 문건’, SBS <8 뉴스> 두 번째 꼭지 ‘80%이상 前‘정부 작성…책임 떠넘기기’ 등의 보도로 청와대의 해명이 담긴 적극적인 보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포털사이트나 트위터에서는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이 이슈가 되는가 하면 ‘국민 분노’, ‘이명박 정권 퇴진’등의 키워드가 주목 받으며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YTN 총선선거방송은 낙제점

이처럼 총선 전후로 보도된 선거방송을 두고 내부 구성원들은 보도의 양적 균형뿐 아니라 질적 내용이 “최악이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성재호 KBS새노조 특임국장은 “KBS의 뉴스보도가 이렇게 편파적인 적이 없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 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프레임이 작동했다. 기계적 중립조차 지켜지지 않은 최악의 선거방송이었다”라고 꼬집으며 “뉴스 꼭지 순서에서도 총선 전까지는 여야 순으로 전달하고선 총선 후 당 수습 관련해선 야당을 앞세우는 등 교묘한 편파성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성재호 특임국장은 특히 김용민 후보 막말사태에 대해 문제점으로 꼽았다. 성 국장은 “4월에 접어들면서 조‧중‧동을 필두로 해서 여당이 의도적으로 퍼뜨린 김용민 후보 막말사태는 융단 폭격 수준의 보도였다”며 “(KBS는) 대놓고 보도하기 애매하니까 문대성 논문 표절 논란을 보도하는 것처럼 하면서 김 후보 논란 보도의 수위를 점차 높여갔다”고 설명했다.

MBC나 YTN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재훈 MBC 민주실천방송위원회 간사는 “MBC의 총선보도는 편파의 꼼수가 곳곳에 숨어있다. 형식은 50대 50으로 맞추지만 세부적으로는 좀스러운 꼼수들이 많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 3일 방송3사 공동여론조사 결과 경기 고양시 덕약구 갑의 손범규 새누리당 후보가 심상정 통합민주당 후보에 비해 불과 1.5%p를 앞섰으나 <뉴스데스크> 리포트에서는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가 우위를 보였다”라는 멘트를 내보내 시청자들이 손 후보가 절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착각이 들 수 있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임장혁 YTN 공정방송실천위원회 간사도 “선거보도는 선거자체에 대한 유세‧판세 보도도 있지만 후보 및 정책 검증에 대한 보도도 중요한데도 선거방송은 지나치게 판세에만 치중했다”라고 지적한 뒤 “불법사찰, 내곡동, 4대강 등의 쟁점에 대한 면밀한 분석보다 쟁점이 미치는 논란 또는 여파에 대해서만 언급돼 선거보도의 본질을 흐리고 쟁점을 가리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며 전형적인 물타기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이처럼 총선보도의 짙은 편파성을 띄게 된 배경을 두고 성 특임국장은 결국 MB특보 김인규 사장과 정치부 기자들의 공동운명체에서 비롯됐음을 지적했다. 성 국장은 “KBS 새노조 파업에 들어선 이래 파업에 참여한 정치부 기자 1명을 뺀 나머지 정치부 기자들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특보체제와 공동운명체가 된 정치부 기자들은 총선에서 여권이 지면 그들 스스로 KBS 내부에서 몰락한다고 여긴다. 결국 정치부 말단 기자부터 부장까지 그들 모두는 전쟁 총선보도를 흐리게 하기 위해 뭉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번 총선 선거방송처럼 향후 대선에서도 선거보도 방송의 영향력은 클 것으로 내다보며 시급히 언론사 내부의 견제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윤성한 <미디어스> 편집국장은 “선거보도의 균형추는 기자들의 윤리의식과 내부의 견제세력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번 선거보도는 방송사들이 파업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균형추를 잃어버린 게 아니겠느냐”며 “향후 대선이 있기 때문에 내부의 견제력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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