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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 학살자, 드디어 저격한다

[인터뷰] 강풀 만화 ‘26년’ 영화제작 나선 최용배 ‘청어람’ 대표 정철운 기자l승인2012.05.01 13: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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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배 <청어람> 대표. ⓒ최용배
영화 〈괴물〉(2006)과 〈효자동 이발사〉(2004)의 제작자로 유명한 최용배 〈청어람〉 대표(사진)가 올해 11월 말 개봉을 목표로 한편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강풀의 원작만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26년〉이다. 이 영화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학살의 피해자들이 학살의 책임자를 저격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최 대표는 2008년 당시 배우 류승범과 김아중 등을 섭외해 촬영에 나섰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투자자들이 이탈하며 제작을 중단해야 했다.  

그렇게 4년이 흘렀다. “4년 간 몇 차례나 제작을 시도했지만 매번 무산됐다. 한 곳이 투자에서 빠지자 나머지가 다 (자본을) 모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모두 외면하기 시작했다.” 영화 전문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자본과 이어져 있다. 이들은 현 정부에서 〈26년〉에 투자하면 곤란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걸까. 최 대표는 최근까지 투자유치를 위해 뛰어다녔지만 냉담한 분위기만 느꼈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 새로운 자금조달방식을 고민했다.

최 대표는 이익이 목적인 영화투자자를 만나는 대신 시민의 후원으로 제작비를 모으는 ‘소셜 필름 메이킹’ 방식을 택했다. 이전에도 〈바람난 가족〉이나 〈장화 홍련〉 등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제작비를 조달하며 성공했다. 최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SNS를 활용해 프로젝트 후원을 받는 플랫폼)을 택했다. 시민들은 2만원·5만원 후원이 가능하다. 2만원 후원자는 시사회티켓과 영화포스터를 받고 5만원 후원자는 앤딩크레딧에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며 DVD도 제공받는다. 목표액은 10억 원이다.

3월 26일부터 시작한 펀딩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6년〉의 펀딩을 맡은 소셜 펀딩업체 ‘굿 펀딩’에는 후원 시작 이틀 만에 1억원이 넘게 모였고, 5월 1일 현재 2억 9300여만 원이 들어왔다. ‘아름다운재단’에선 하루 만에 개미투자자 후원금 1000만원이 모이기도 했다.

최 대표는 “후원인원으로만 따지면 6000명이 넘는다. 돈 대신 스태프를 하겠다는 재능기부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 뒤 “크라우드 펀딩의 열기 덕분에 다양한 금액의 투자 약속도 들어왔다”며 웃었다. 이와 관련 한국PD연합회(회장 황대준) 또한 〈26년〉의 홍보와 기타 후원을 위한 지원에 나선 상황이다.

〈26년〉은 현실적으로 영화제작이 가능한 수준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말 개봉까지는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 기간을 당초 4월 20일에서 오는 5월 31일까지 연장했다. 예비관객을 좀 더 모으고 크라우드 펀딩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기간 연장을 요청한 점도 한 이유였다. 최 대표는 5월까지 캐스팅을 확정하고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영화 <26년>의 원작인 강풀의 <26년>.
“4년 간 번번이 제작 무산…시대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

최용배 대표에게 〈26년〉은 특별한 작품이다. “〈26년〉이 무산된 이후 4년간 영화를 한 편도 못 만들었다. 이처럼 좋은 원작이 꼭 영화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4년간 매듭을 짓지 못했다는 책임감이 있다.” 최 대표는 촛불이 한창이던 2008년 ‘외압’ 논란과 함께 제작중단을 맞았다. 그는 “시대적 조건에 굴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 전 영화를 내놓을 생각이다.  

최 대표가 〈26년〉 제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뭘까. 최 대표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죄를 지은 것처럼 부채의식을 지니고 살았다. 광주에 대한 다큐필름도 어렵게 구해 봤다. ‘짭새’가 학교에 상주하던 시절이었다. 전두환은 광주학살로 집권하고 정당성을 유지하려했다. 우리는 80년 광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6년〉은 과거 광주항쟁을 다룬 〈화려한 휴가〉나 〈스카우트〉처럼 1980년 당시를 다루지 않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주인공의 배경이 되어 현재의 관점에서 ‘광주’를 이야기한다. 최용배 대표는 “80년 광주의 희생자 2세들과 지금까지 살아남은 가해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며 “가해자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모순된 현실을 보여주며 고통 받은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26년〉이 “공권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사적 복수를 하는 이야기 구조”여서 상업영화의 스펙도 높아 흥행을 기대하고 있지만 당장에는 크라우드 펀딩의 열기에 더불어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그는 “후원자 중에는 역사 선생님도 있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DVD를 남겨주고 싶다는 부모도 있다”며 “광주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영화 한 편으로 담아내기는 어렵겠지만 하나의 장면이라도 온전히 주제의식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26년〉은 크라우드 펀딩 참여가 늘수록 시민들의 관심과 함께 더 좋은 작품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후원을 하려면 ‘굿 펀딩’(www.goodfunding.net)에 접속하면 된다.


정철운 기자  pierc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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