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를 위한 영화 읽기 이만희 감독의 ‘마의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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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한국에도 ‘히치콕’이 있었다

|contsmark0|음산한 분위기에 쌓인 어느 개인병원. 그 병원의 외과과장인 주인공(김진규 분)은 한 간호사(문정숙 분)와 내연의 관계다. 그러나 그는 출세욕에 눈이 멀어 병원원장 딸과 약혼이 성사되자 귀찮아진 간호사를 살해하고 연못 속에 수장한다.
|contsmark1|그런데 그 후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그 앞에 간호사가 자주 나타난다. 급기야 그는 견디지 못하고 원장 딸도 죽이게 된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 간호사는 죽지 않았음이 밝혀지고, 결국 모든 사실이 폭로되어 주인공은 경찰에 체포된다.
|contsmark2|줄거리만 보면 그저 전형적인 스릴러영화의 한 편이다. 그러나 직접 이 영화를 대해 보면 6, 70년대 한국영화의 명장으로 불렸던 감독 이만희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한국 스릴러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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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한국 스릴러 영화의 진수
|contsmark5|이만희 감독의 초기작에 속하는 영화 ‘마의 계단’은 ‘돌아오지 않는 해병’ 같은 그의 다른 대표작들에 비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덜 알려진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소위 ‘이만희표’라는 딱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contsmark6|특별한 영화수업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이만희 감독은 당시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물게 기술적, 내용적 완성도를 가진 영화들을 만든 감독으로 영화사에 기록되어 있다.
|contsmark7|미스테리, 멜로, 사회물, 반공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던 이만희 감독의 작품연보를 보면 당시 한국영화에선 드물게 스릴러영화를 많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contsmark8|1962년에 만든 ‘다이얼 112를 돌려라’는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를 연상하게 하며, ‘마의 계단’이 만들어진 1964년에는 그가 연출한 6편의 영화 중 ‘마의 계단’을 포함해 ‘검은 머리’, ‘협박자’등 3편의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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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0|연기·촬영·조명 등 요즘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어
|contsmark11|영화 ‘마의 계단’은 60년대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는 촬영, 조명, 세트, 연출, 연기, 음악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스릴러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도한다든지, 관객으로 하여금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게 만드는 내용이나 분위기 등은 요즘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contsmark12|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는 영화의 끝까지 관객들을 압도한다. 신분상승과 출세를 위해 나약하면서도 광기 어린 주인공을 연기한 김진규나 이만희의 페르소나라 할 수 있는 개성파 여배우 문정숙(죽은 줄 알았던 간호사와 김진규의 공포스러운 연기, 그리고 묘한 복선을 풍기는 최남현의 연기, 게다가 정애란(<전원일기>의 할머니 역)의 섬뜩한 표정연기는 압권이다.
|contsmark13|이들 외에도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누가 범인인지를 모르게 하는 무표정한 표정연기로 관객들이나, 심지어 등장인물끼리도 서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contsmark14|또한 극적 구성에 있어서도 아주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은 과연 간호사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신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음산한 전체적인 분위기 속에서 군데군데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촬영이나 장치들을 통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contsmark15|그런데 이 영화의 촬영을 담당한 서정민 촬영감독(그는 ‘다이얼 112를 돌려라’, ‘돌아오지 않는 해병’등의 영화를 이만희 감독과 했다)은 ‘이만희 감독은 콘티도 없이 촬영을 했다’고 회고한다. 어쩌면 이는 이만희 감독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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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7|긴장감 고조시키는 음악의 묘미
|contsmark18|그리고 스릴러 영화인만큼 음악의 사용 역시 중요하다. 이만희 감독은 전정근 음악감독과 주로 호흡을 맞춰 왔는데, 이 작품은 김기영 감독의 콤비로 알려진 한상기 음악감독이 맡았다. 묘한 타악기 소리로 영화 내내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음악은 또한 영화의 음산한 스릴러 분위기를 더해 준다.
|contsmark19|마지막 장면, 김진규가 경찰들에게 체포되어 나간 후 병원의 계단에서 부감으로 잡은 화면 안에 유령처럼 머리와 다리를 깁스한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지나간다. 마지막까지도 이만희 감독은 관객을 편안히 두지 않는다.
|contsmark20|이승훈 pdebs <한국영화걸작선>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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