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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MBC 셔터 내려라”

[인터뷰] 파업 100일 앞둔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정철운 기자l승인2012.05.07 11:5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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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100일을 달려왔다. 아무도, 100일을 예상하진 못했다. 파업을 이끈 정영하 노조위원장(사진)도 마찬가지였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한 싸움은, 위원장의 말마따나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계속됐다.

100일간 노사 간 각종 고소 고발이 오고가며 험한 상황도 많았고, 웃음과 눈물의 순간도 있었다. 정영하 위원장은 파업 100일을 기점으로 더욱 질긴 싸움에 나서겠다며 각오를 밝혔다. MBC 파업 100일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MBC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 노조사무실에서 정영하 위원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

   
▲ 정영하 MBC노조위원장.
김 사장 막장인사, 조합원 동력 살려준 꼴

- 100일 파업을 예상했나.

“100일까지는 전혀 예상 못했다. 어려운 이슈를 걸수록 파업은 짧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기간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100일까지 올 수 있었던 건 김재철 사장 덕분이다. 각종 고소 고발과 노조집행부 재산 가압류까지 가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스스로 집행부가 됐다. 사장은 이 와중에 조직개편에 막장인사까지 했다. 꺼져가던 조합원들의 동력을 살려준 꼴이었다.”

- 100일까지 파업과정을 평가한다면.

“조합원들이 잘 싸웠다. 조합원들이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다 만들어냈다. ‘MBC프리덤’ 뮤직비디오부터 ‘으랏차차 콘서트’까지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의 성공을 조합원들에게 돌리고 싶다.”

- 몇 몇 조합원들은 4‧11 총선 이후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이 있었다고 한다. 위원장은 어땠나.

“야당이 선거에서 이길 거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안 했다. 다만 18대 국회보다는 여당에 일방적이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총선 결과를 보고 (사장 퇴진까지) 시간이 좀 더 걸리겠구나 싶었다. 총선에 많이 기대했던 분들이 있겠지만 MBC의 싸움은 본질적으로 현 정권의 언론장악을 심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지금은 MBC가 공영방송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 어떤 반석 위에 올라가야 하는지 그 철학을 쌓는 과정이다. 이건 정치 지형과 무관하다. 설령 야당이 총선에서 이겼다 해도 우리가 할 일은 똑같다.”

- 경영진은 지금까지 노조에 몇 번이나 협상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어떤 제안이었나.

“회사가 ‘총선 전 업무에 복귀하면 해직자 복직시켜주겠다’, ‘8월에 방문진 법 바뀌면 나가겠다’고 말하며 임원회의에서는 노조와 물밑협상 중이라고 했다는데, 제안이 전혀 없었다. 회사의 주장은 흔들리는 임원들을 묶어두기 위한 마타도어다. 구체적인 협상 제안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 주장은 명백히 허위사실이다. 더욱이 대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해고를 남발할 수 있나. 최근의 조직개편이나 임원인사를 봐도 회사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 회사는 직장폐쇄 빼고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 협상 제안은 지금까지 행실에 비춰 말이 맞지 않다.”  

법인카드와 J씨 문제 함께 물려있다

- 파업 참가자 750명 중 현장에 나오는 조합원은 200~300여명이다. 혹시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 다수가 파업에 회의적인 것은 아닌가.

“우선 총선 이후에는 집회 위주로 가지 않고 있다. 이번 싸움은 버티기 게임이다. 투쟁이 굉장히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 팀이나 ‘파업특보’팀처럼 업무가 있는 조합원들이 집회대오에서 빠져있다. 한창 파업이 무르익어도 현장에 모을 수 있는 인원은 300~400명이다. 200여명은 집회를 못 나오는 사람이다. 이중 게으른 조합원도 있다.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 100일간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나 무용수 J씨 특혜처럼 김재철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고발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런 사안은 ‘눈길끌기용’으로 일종의 옐로우저널리즘으로 끌고가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수도 있다.

“J씨와 법인카드 건은 배임혐의로 함께 물려있다. 개별 건이 아니다. 배임혐의가 명확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존재한다.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경찰은 몇 십 만 원 정도의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굳이 하나씩 배임으로 가려야 되냐고 말한다. 하지만 수많은 결제가 모여 수 억 원 대의 배임이 나온다.

법인카드는 사장이 맘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법인카드 문제를 취재하다보니 무용수 J씨 건이 나왔다. 회사 협찬금액이 특정인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한 것이다. 옐로우저널리즘은 아니다. J씨 건은 우리가 각색해서 만들 수 없는 것이다. 김 사장이 저지른 일이다. 우리는 저지른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장의 부도덕성을 비판하는 것은 치부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반면교사를 삼기 위해서다. 이런 감시가 이루어져야 사회가 깨끗해진다. 방송사 사장은 청렴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사장이 각종 배임혐의에도 물러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소송에서 자신 있다는 뜻 아닌가.

“자신이 있었다면 이미 사내 감사를 통해 소명했을 것이다. 아마 우리를 완전히 눌러놨을 것이다. 그러나 법인카드 세부내역을 두 달 넘게 못 내고 있다. 회사는 ‘치명적인 부도덕성은 없다’는 식으로 가고 있다. 아마 어떻게든 재판과정을 통해 (배임이) 큰 혐의는 아니었다는 식으로 포장하려 할 것이다.”

   
▲ 정영하 MBC노조위원장.

마지막 카드는 아직…퇴로 있는 파업은 없다

- 파업 중이지만 어쨌든 뉴스는 나가고 있다. 일반인들은 뉴스의 질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노조가 지금처럼 파업 일수만 늘리지 말고 보도국 점거 같은 극단적 방법을 통해 강한 타격에 나서야 한다고 한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강한 수단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한 수단을 통해 국민 여론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극단적인 ‘홍보’는 정말 마지막 카드다. 그것을 써버리면 끝이다. 아직 안 쓴 게 많이 있다. 상대가 김재철이다 보니 되치기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질기게 독하게 가야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건 정말 이 문제(낙하산 사장)를 풀 수 있는 사람에게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점거와 같은 방법은 고전적인 도구다.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는다. 파업 한 달이 지나고 점거를 생각해봤지만 역풍이 우려됐다. 그러나 모든 수단은 언제나 유효하다.”

- 김재철 사장에 대한 퇴진과 함께 방송문화진흥회법(사장선임구조 관련)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법개정 투쟁에 집중하다보면 노조의 당초 목표인 김 사장 퇴진이 희석될 것이란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현행 방문진법의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게 현 정권에서 드러났다. 방문진법은 23년 간 있어왔다. 지금까지 문제제기 안하다가 너희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와서 이러는 거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지난 23년간 이명박 정권처럼 방문진법을 악용한 경우는 없었다. 현 정권에서 언론자유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집권자가 됐을 때 현재 법의 맹점이 많다는 것을 명확히 봤다. 누가 집권하든 방송은 장악하면 되는구나라는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따라서 개선안이 나와야 한다. 여야합의로 특정 세력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현재 제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현 사장이 잘못 뽑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방문진법을 바꾸자는 것은 김재철‧김인규의 부적합성이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물러나야 하는 게 기본 논리다. 법을 바꾸게 되면 사장퇴진은 연쇄작용으로 일어날 것이다.”

- 김 사장이 버티면서 퇴로가 없다.

“퇴로 있는 파업은 없다. 만약 단체협약이나 보도본부장 퇴진을 걸었다해도 상대가 안 들어주면 퇴로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별히 사장 퇴진이어서 퇴로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싸움은 방문진 법과 연결된다. 앞으로 김재철과 같은 사장이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담보가 필요하다. 조만간 김 사장이 ‘이렇게 정리될 것이다’라는 담보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본다. 100일 파업이라는 힘으로 이 담보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당장 오늘 안 나가더라도 판단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전술에 대해선 이야기하기 어렵다.”

절반의 성과, 정권 부역방송 오명 떨쳐내

- 파업은 낭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무엇을 얻었나.

“아직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지만, 절반의 성과는 이미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이 ‘정권 부역방송’이라는 오명을 떨쳐냈다. 기자들은 이번 파업을 통해 보도의 중요성을 경험했고, 다시는 이런 사단을 만들면 안 되겠다는 기자정신을 갖게 됐다. 공정보도의 문제는 기자들 스스로가, PD들 스스로가 갖는 철학의 문제다. 의식적인 부분에서 자양분이 생겼다. 이제 조합원들 마침표를 어떻게 찍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 사측은 노조 집행부가 전원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가면 협상 할 용의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다. 현재 경영진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가 가능하다. 경영진이 노조 내부 문제를 왈가왈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노조가 이권을 갖고 물리력을 행사했나. 그렇지 않다. 우리의 싸움은 공정방송의 문제다. 우리는 부단히 노력해왔다. 공정방송협의회를 살려놨지만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기자 조합원들이 리포트를 열심히 만들었지만, 정작 방송이 안 되고 시민들에게 욕을 먹었다. 할 수 있는 것이 일손을 놓는 것 밖에 없었다. 경영진 입장에선 ‘공정방송 못 들어주겠다’라고 말하는 게 차라리 논리적이다.”

- 앞으로의 투쟁 방향과 각오는.

“파업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단순히 길게만 한 건 아니다. 지금껏 변곡점이 다섯 번은 있었다. 투쟁의 질도 달랐다. 전술전략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건 진정성이다. 다시는 파업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피로감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더 질기고 독하게 끝까지 갈 것이다.

KBS와 똘똘 뭉쳐 광장에 나가 정치권에 기대지 않고 우리 손으로 낙하산 사장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MBC 안으로는 김재철 사장의 부도덕한 면을 집중 조명하며 버틸 것이다. 회사는 차라리 MBC 셔터문을 내려라. 그게 우리 진심이다. 우리는 지형에 상관없이 정치권에 방문진법 개정을 말할 것이다. 19대 국회는 파업상황을 무시하고 있는 현 정권과 다를 것이라 보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정철운 기자  pierc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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