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로 ‘새벽 추격전’...그들은 왜 장관 뒤를 쫓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뉴스타파>팀의 법무부·농림부 장관 취재기

법무부장관이 법을 안 지키네. 여기 80km 구간인데 120km 넘었다. 속도 겁나게 내내. 너무 바짝 붙이지 말고 따라가.”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각, 올림픽 대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뉴스타파> 제작진 3명이 탄 차가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차에 따라 붙었다. 이 도로는 시속 80km 제한 구간 이지만 제작팀의 차 계기판만 봐도 시속 120km를 넘었다. 이른 아침, 법무부장관의 차가 도로를 질주하며 취재차량을 따돌린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 4일, <뉴스타파> 제작진의 취재현장에 동행했다. <뉴스타파>는 이근행 전 MBC PD와 노종면 전 YTN 기자 등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다 해직된 언론인과 언론노조가 함께 만드는 인터넷 방송뉴스다. 여기에 언론노조에 파견된 박중석 KBS 기자, 조성현 MBC PD 등 현직언론인이 힘을 보태고 있다.

<뉴스타파>는 방송사가 정권 홍보방송이 돼 버린 현실에서 저널리즘의 본분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뉴스다운 뉴스’, ‘시민들이 보고 싶은 뉴스’를 내건 <뉴스타파>는 지난 1월 2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국민들로부터 변함없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취재진의 필사적인 인터뷰 시도

▲ 4일, <뉴스타파> 제작팀은 최근 검찰이 수사중인 권력형 비리사건에 끊임없이 이름이 거론되는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입장을 직접 듣기위해 권 장관의 자택을 찾았다. 조성현 문화방송 PD와 박중석 KBS기자가 아파트 입구에서 권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사무실 한쪽 회의실이 <뉴스타파>의 사무실이자 촬영 스튜디오, 편집실이다. 전날 제작진과 약속한대로 이날 오전 5시에 언론노조 사무실로 찾아갔지만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불 꺼진 사무실에서 코고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30여분 뒤, 비몽사몽간인 취재팀 3명이 사무실 어딘가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타났다. 오전 5시 반, 지친 몸을 이끌고 그들이 취재에 나선 시각이다. 이날 촬영은 조성현 MBC PD(언론노조 파견)가, 취재는 박중석 KBS 기자(언론노조 파견)가 맡았고 언론노조 소속 김현익 AD(조연출)가 운전대를 잡았다.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출발한 취재팀의 차는 대치동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자택으로 향했다.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 부산저축은행, 민간인 불법 사찰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는 권재진 장관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다. 취재진은 “(권 장관을 만나기 위해) 나흘째 새벽같이 나가고 있다"며 "어제도 집에 찾아갔었는데 조금 늦게 갔더니 못 만났다”고 했다.

20분쯤 달려 권 장관의 자택인 대치동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취재팀은 아파트 입구에서 권 장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6시쯤 권재진 장관이 나왔다. 취재진은 필사적으로 인터뷰를 시도했다. 취재팀은 “여러 의혹들에 대해 한 말씀해달라”고 했지만 권 장관은 곧바로 차에 오르며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남겼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직원은 온 몸으로 취재진을 막았다. 기자를 밀쳐내며 접근을 막고 카메라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 광경은 고스란히 <뉴스타파> 취재팀의 카메라에 담겼다. 권 장관의 차가 출발하자 취재진은 곧바로 뒤쫓았다. 구체적인 목적지도 모르는 취재팀 3명의 시선은 앞 차에 고정됐다. 추격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권재진 법무부장관.(자료사진) ⓒ오마이뉴스
제작진 찾아온 법무부 직원 “예의를 지켜달라”

권 장관의 차가 도착한 곳은 김포공항이었다. 주차장에서 장관의 차를 놓친 취재팀은 공항 의전실 앞에서 기다렸지만 끝내 장관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법무부 직원이 제작진을 직접 찾아왔다. 기자들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에 <뉴스타파> 취재진은 “장관님 업무수행 중 동선에 따라 찾아가서 물어봤다, 예의를 안 지킨 게 없다”고 말했다. 잠시 후 법무부 대변인은 짧은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민정수석 때 업무고,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장관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나흘간의 취재는 결국 이렇게 끝났다. 취재진은 “할 만큼 했다. 진이 빠진다”며 “원래 이렇게까지 험하진 않은데 가끔 이럴 때가 있다”고 했다. 조성현 PD는 “(취재가) 원하는 대로는 안됐다, 상황 되는 거 봐서 그 거에 맞춰가지고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중석 기자는 어떠한 언급도 회피하는 권력과 침묵하는 언론에 일침을 가했다.

“취재의 오랜 관행 중 하나가 출입처 제도다. 기관들은 기자를 관리, 통제하려고 하고 좋은 것만 내보내고, 불리한 기사는 안 내보내려고 한다. 우리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당사자 본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잡아내려고 한다. 권재진 장관은 지금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 민간인 불법사찰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아무런 얘기가 없다. 그 부분에서 기자들이 물어보려고 시도는 했을지 모르겠지만… 국민적관심사라면 직접 찾아가 물어봐야 되는 게 언론의 도리다.

당연히 기자라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기자가 모든 걸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하는 노력 자체가 의미가 있다. 장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취재를 막을 수는 있지만 몸싸움을 하듯이 취재진을 밀쳐내고 촬영을 막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

온몸으로 취재 방해한 경비업체와 농식품부직원

▲ 4일 오전, <뉴스타파>취재팀은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만나기 위해 대치동 서울국제무역전시장(SETEC)을 찾았다. 이날 오전에 SETEC에서 '2012 농촌귀촌 페스티벌'이 열렸고, 서 장관은 이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 박 중석 기자가 취재를 방해한 사설경비 업체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진은 곧바로 대치동 서울국제무역전시장(SETEC)으로 향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고 검역강화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힌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날 오전 10시에 농림수산식품부 주최 ‘2012 대한민국 귀농귀촌 페스티벌’이 열렸다. 귀농 희망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행사였다. 취재팀은 서규용 장관이 행사를 마칠 때까지 2시간여를 기다렸다. 그리고 서 장관이 행사를 마치고 차로 이동하는 틈에 인터뷰를 시도했다.

박 기자는 ‘검역 강화 만으로 광우병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근거’와 ‘광우병 걸린 소라도 살코기는 먹을 수 있다’는 서 장관의 발언에 대해 추궁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제대로 된’인터뷰는 실패했다. 서 장관은 짧게 인터뷰에 응했지만 동문서답만 늘어놓았다.

이번에도 사설경비업체 직원들과 농식품부 직원은 장관을 경호하며 온몸으로 취재를 막았다. 이들은 끝까지 따라가서 질문하는 기자를 억지로 끌어내며 취재를 방해했다. ‘몸싸움’에 박중석 기자의 옷 단추가 떨어졌다. 장관의 차는 출발했다. 박 기자는 서 장관이 떠난 뒤 주최측에 과도한 취재방해를 지적하며 “장관의 인터뷰를 국가공무원이 막았다고 하면 몰라도 왜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취재를 원천 봉쇄하나?”라고 항의했다.

박 기자는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일 아닌가, 그것도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한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매몰차게 외면하고 가버리는가”라며 허탈해했다. 조성현 PD는 “(농촌 행사 관련하여)홍보하고 싶은 건 열심히 하고, 불리한건 언급을 회피하고 도망간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오늘 두 장관을 만나고 진이 다 빠졌다”고 했다. 조성현 PD는 “취재를 회피하더라도 막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막느냐”며 “예전에는 취재할 때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평소 기자가 어떤 식으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미리 전화해서 오세요 하면 오고, 가세요 하면 가야 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중석 기자는 “기자들이 야성이 적어서 그렇다”며 “(기자들이)너무 순응적이라 거기에 길들여졌다”고 말했다. 그날 행사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왔지만, 광우병 관련한 질문을 한 기자는 없었다.

“<뉴스타파> 첫 방송에 동료 기자들이 먼저 놀랐다”  

▲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조사무실 한 쪽 회의실이 뉴스타파의 사무실, 촬영 스튜디오이자 편집실이다. 노종면 전 YTN기자가 앵커멘트를 녹화 중일 때 한 쪽에서는 편집이 한창이다. ⓒ오마이뉴스

SETEC에서 출발한 취재진은 정오가 넘어서야 언론노조 사무실에 도착했다. 오후 1시 30분께 <뉴스타파>의 앵커인 노종면 전 YTN 기자가 멘트를 연습했고 30분 후 녹화가 시작되었다. 한쪽에서 녹화가 진행됐고, 다른 한쪽에서는 편집에 열중했다. <뉴스타파>는 월요일에 아이템 회의를 하고 취재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진다. 목요일부터는 편집에 들어간다. 기획과 취재, 편집이 중첩되어 가는 일정이다.

낮에 동행했던 ‘뜨거운 취재’에 대해 물었다. <뉴스타파> 제작을 총괄하는 이근행 PD는 “조건의 열악함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며 “우리가 출입처가 있거나 어디로부터 기사를 받을 수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니까 가서 부딪치고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내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뉴스타파>에) 가장 환호했던 점이 발로 뛰고 찾아가고 부딪친다는 거였다. 책상에 앉아서 기사를 쓰고, 출입처에서 주는 기사를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가서 부딪치고, 말을 안 하려고 하는 사람의 입을 열게 하고,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자체가 기사가 된다는 생각들, 그리고 그렇게 부딪치면서 얻어내는 새로운 사실들, 이게 사람들한테 큰 감동과 새로운 충격을 줬다고 생각한다. 그건 선거부정관련 의혹보도, 4대강, 강정 등 쭉 일관되게 우리가 해오던 방식이다. 가서부딪쳐야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이 PD는 ‘발로 뛰는 취재’가 현직 언론인들에게 좋은 자극을 주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첫 방송 나갈 때부터 우리가 기존에 몸담고 있던 KBS, MBC, YTN 동료들이 먼저 놀랐다”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를 직접 한 동료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계 내부적으로도 <뉴스타파>라는 프로젝트는 상당히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박중석 기자도 언론인으로서의 의무를 강조했다. 그는 “<뉴스타파> 13회 김종훈 새누리당 당선자의 인터뷰는 <뉴스타파>가 기존 언론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며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정부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누가 책임 있게 물어봐야 되나? 기자다, 국민들에게 공무원들의 태도, 얼마나 말과 행동이 다른지, 수많은 말 바꾸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 등 그런 부분들까지 밝혀주고,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해직기자 복직, 명예로운 방식이어야 한다”

▲ <뉴스타파> 제작을 총괄하는 이근행 전 문화방송 PD. ⓒ오마이뉴스

그러나 방송사와 비교가 안 되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뉴스타파>는 잘 굴러간다. 그 동력은 ‘제대로 된 뉴스에 대한 국민들의 목마름’이다. 사실 이 부분은 제작을 총괄하는 이근행 PD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의 엄청난 기대와 성원”탓에 “발을 담근 사람들은 빼도 박도 못하고 달리고 있다”는 이근행 PD는 “열렬히 지지하는 시민들이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들다거나 돈이 없다거나 하는 이유로 일을 태만히 하거나 멈출 수 없이 그냥 막 굴러가 버리게 되는 그런 상황이다”라고 웃으며 전했다.

<뉴스타파>팀은 아이템을 선정할 때도, 기존 언론이 가는 길을 거부한다. 이들은 특히 “중요한 의제임에도 주류 매체에 의해 왜곡되거나 축소되는 문제들을 제대로 하자”라는 원칙 으로 제작에 임하고 있다. 이들의 이런 원칙은 <뉴스타파>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주류 언론이 왜곡한 이슈들을 바로잡는 것 이외에 또 한 가지 목적으로 가지고 있다. 바로 해직기자들의 복직이다. “김재철 사장 체제에선 복직하지 않겠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투쟁이고 양심이고 자존”이라는 이근행 PD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15명의 언론 노동자가 해고됐다”며 “복직은 사회적으로 평가되고 명예로운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PD는 “언론장악의 책임을 명확히 규명하고 그 책임 질 사람들을 청산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의 복직이 논의돼야 한다”며 “아무런 청산 없이 개인 일상으로 돌아가서 월급쟁이 생활하는 것이 복직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떳떳하게 돌아갈 때가 되면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뉴스타파>는 자발적인 후원금을 검토 중이다. 이근행 PD에 따르면 “지금도 돈을 후원하겠다든가 좀 더 큰 재원을 마련해서 <뉴스타파>를 좀 더 튼튼한 매체로 만들자는 목소리들이 있다”고. 이 PD는 “후원을 조직화해서 <뉴스타파> 프로젝트가 좀 더 지속적이고 안정화 되고 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몇 차례 회의를 통해 그쪽으로 가야 된다는 차원에서의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근행 PD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바람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뉴스타파> 프로젝트는 이제 충분히 이런 작업들을 더 발전 시켜갈 의미가 생겼다고 보고, 지속성을 갖고 발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언론인들이 훨씬 더 정치적으로 독립되고 자유로운 조건에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싸워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런 메시지들을 끊임없이 사회에 던지고 싶다.”

* 이 기사는 오마이 뉴스(www.ohmynews.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