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퇴는 정해진 수순…관건은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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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퇴는 정해진 수순…관건은 ‘시기’
[분석] MBC 파업 100일이 남긴 것
  • 정철운 기자
  • 승인 2012.05.0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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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가 지난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100배 행사를 갖는 모습. ⓒ언론노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가 ‘공영방송 MBC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시작한 파업은 당초 최장기파업이었던 1992년의 52일을 넘어 100일을 넘겼다. 사측은 파업 초반부터 업무방해 고소와 노조 집행부 재산가압류 신청, 해고를 남발하며 ‘강경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아직까지 노조의 파업대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은 각종 배임혐의에도 불구, 4‧11 총선 이후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신속하게 단행하며 “사퇴 불가” 입장을 천명한 뒤 장기 집권을 위한 ‘김재철의 MBC’ 체제 개편을 마친 상황이다. 노사 간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파업 ‘원인제공자’인 김재철 사장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새로 선임되는 오는 8월까지 파업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MBC 파업 100일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 MBC노조가 지난 8일 파업 100일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100배 행사를 갖는 모습. ⓒ언론노조
■ 사측, 고소·해고·가압류까지 해봤지만… = 경영진의 파업대응은 ‘신속 ‧ 정확’했다. 특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복귀명령을 내리는 한편 조중동 등 주요 일간지 1면에 파업을 비판하는 광고를 내 여론전에 나섰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계약직 기자 ․ 아나운서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 채용은 여론의 악화 속에 기대처럼 이뤄지지 못했으며, 대체된 기자들의 ‘성추문’ 논란만 불거졌다.

경영진은 파업에 주도적인 조합원들을 ‘엄벌’했다. 조합원 28명이 정직을 당했고, 정영하 위원장과 강지웅 사무처장, 이용마 홍보국장을 해고했다. 보직을 사퇴하고 사장퇴진을 주장한 수십 명의 간부들도 예외 없이 징계했다. ‘본보기’를 통해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별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유례없는 간부급 사원 135명의 사장 퇴진 성명과 보직자 사퇴 ‘러시’로 “김재철 체제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김 사장은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노조 집행부를 형사 고소했고, 집행부를 상대로 33억 9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로 인해 노조 간부들의 재산 가압류가 진행됐다. 초유의 일이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의 공분이 파업열기로 이어져 사측은 또 다시 파업동력을 올려줬다.

■ MBC 경영 적자 가시화…장기결방 이어져 = 김재철 사장이 사퇴를 거부하며 방송파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영악화는 필연이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공개한 실적에 따르면 MBC는 올해 4월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83억 원이나 감소했다. 코바코 관계자는 “1분기까지는 ‘해품달’ 효과 등으로 파업 영향이 거의 없었지만 4월부터 예능프로그램의 장기결방에 따른 시청률 하락으로 매출 하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PD수첩〉과 〈MBC스페셜〉, 〈무한도전〉, 〈황금어장〉과 같은 간판 프로그램이 장기 결방 및 파행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이 내놓은 월별 시청률 추이에 따르면 MBC는 2012년 1월 평균 8.7%(AGB닐슨, 수도권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파업 돌입 이후 2월 시청률 7.8%, 3월 시청률 7%, 4월 시청률 6.1%로 하락세를 보였다. 간판 프로그램 결방으로 MBC 채널 접근도가 떨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MBC 내에서는 파업이 끝난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우려도 많다.

■ 파업 100일, “김재철 몰락은 시간문제” = MBC파업은 보도의 공정성이 중요하다고 각성한 언론인들의 의지 표출이자 앞으로의 언론자유를 가늠 하는 분수령이다. 파업 결과는 차기 정부와 상관없이 방송의 정권 편향적 태도를 고착화하거나 극복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노조는 김 사장의 배임혐의를 집중 고발해 사퇴를 이끌어내는 한편 MBC가 정치지형에서 독립성을 갖기 위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사장 흠집내기를 중단하라”며 특보로 각종 의혹 제기에 맞서고 있지만 노조 스스로 와해되기를 바라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관건은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이다. 이와 관련 MBC의 전직 간부는 “파업 이후 배임 혐의가 하나하나 폭로되면서 ‘어떻게 사장이 이럴 수 있나’하는 분노가 조합원들 사이에서 높아졌다”고 밝혔다. 파업 중인 한 라디오PD 조합원은 “타사의 봄 개편을 바라보며 착잡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절대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 뒤 “다들 총선 직후 심정적인 고비가 있었지만 지금은 초연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에 대한 여론은 여당에서도 호의적이진 않다. 그러나 다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 사장이 예정된 임기를 모두 채울 거라 보는 이는 별로 없다. 다만 ‘시기’가 관건이다. MBC 안팎에서는 파업사태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을 19대 국회 개원 직전인 5월말이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교체되는 8월로 보고 있다. 일부는 대선이 있는 겨울까지 바라봐야 한다고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도 마냥 파업일수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노사 모두 갖가지 ‘파업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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