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에이스로 꼽힌 김태호 PD, <아마존의 눈물>·<남극의 눈물>를 연출한 김진만 PD와 송인혁 촬영감독, <선덕여왕>에 이어 <최고의 사랑>를 연달아 히트시킨 박홍균 PD, <심심타파>의 김재희 PD, 김수진 기자, 김초롱 아나운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을 보러 온 예비언론인 등 300여명이 여의도공원 잔디밭을 가득 메웠다.
토크는 입사 뒷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진행을 맡은 김민식 PD가 던진 첫 번째 질문은 ‘MBC에서 왜 나를 뽑았을까’였다. 김진만 PD는 “착하고, 정상적이다”며 “그리고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 상식적”이라고 답변했다. 박홍균 PD은 “IMF가 터지기 전이라 동기들을 많이 뽑았다”며 “요즘 젊은 후배들을 보면 저희들은 인간적으로 좋은 시절을 살았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식 PD도 “방송사 사장과 인사 담당자들이 (신입사원을) 많이 뽑는 게 좋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며 “동기가 많으면 집단 지성이 발휘돼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1~2명 뽑으면 아무래도 각박해 진다”라고 맞장구쳤다. 이날 참석한 박홍균 PD, 김진만 PD, 송인혁 감독, 김민식 PD 등은 모두 1996년에 입사한 동기다.
김태호 PD의 입사 뒷이야기는 예능PD 다웠다. 그는 “2001년에 MBC에 입사할 때 사회적으로 벤처열풍과 도전정신이 강조됐던 시기였는데 회사에서도 모험을 한 것 같다”라며 “당시 예능국장으로부터 ‘너는 인물보고 뽑았다’는 말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 PD는 ‘스스로를 속이지 말자’는 신념대로 평소처럼 머리카락을 노란색으로 염색하고 면접을 봤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인사 담당자가 머리가 왜 이러냐고 핀잔을 줬는데 속으로 ‘이런 회사는 나도 싫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면접관들은 또 저같은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쌀 한 가마니 가격이 얼마인줄 아느냐는 돌발 질문에 추곡수매가 기준인지, 일반미 기준인지 되물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면접에서) 정답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입사 10년차인 김수진 기자는 기자의 삶을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감정노동이 힘들다”며 “국회를 맡으면서 2년동안 당시 한나라당을 출입했는데, 기자들은 싫어하는 취재원 앞에서도 싫은 내색을 하면 안된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민식 PD는 이 말에 “김재철 사장이 왜 정신적으로 피폐해졌는지 의문이 풀렸다”라고 했다. 김 기자도 “그 쪽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중심을 못 잡아 힘들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응수했다.
대형 다큐멘터리 뿐만 아니라 <해를 품은 달>, <대장금> 등 MBC 화제의 드라마를 도맡아 찍은 송인혁 감독도 “내 생각을 담아 작품을 고를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작품이 있으면 참여하고 있다”며 “(촬영감독은) 기계를 잘 다루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통해 입사한 김초롱 아나운서는 “입사 이후에 느낀 MBC는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잘 굴러가는 조직같다”며 “선배들이 MBC직원이 아니라 가족으로 따뜻하게 맞아줬다”라며 MBC에 대한 인상을 전했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실용적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진만 PD는 “많은 사람과 책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고, 김민식 PD는 “연애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PD로 만나는 다양한 사람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김 기자는 “기자는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 한다”며 “언제나 틀릴 수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MBC방송인들과 예비언론인들과의 만남은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최신 정보를 공개하는 취업정보센터와 PD와 방송기자, 방송기술, 아나운서 등 각 직종별로 운영한 ‘동아리방’으로 이어졌다.
‘MBC 방송대학’에 이어 오는 13일에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주최하는 ‘KBS 방송대학’이 열린다. ‘KBS 방송대학’에는 <개그콘서트> 서수민 PD와 <1박 2일>을 연출했던 나영석 PD, 탐사보도전문기자로 알려진 최경영 기자가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