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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윤희’ 현실 속 며느리, ‘방귀남’ 아줌마의 판타지

[인터뷰]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김형석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2.05.15 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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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카메라 돕니다.” 드라마 세트장에 있던 스태프 모두 일제히 숨소리를 죽인다. 큐 사인이 떨어진다. 방말숙(오연서)은 입원한 모습을 휴대폰 프로필 사진으로 넣기 위해 언니 방일숙(양정아)에게 설정샷을 찍어달라고 닦달한다. 기어이 말숙은 청순가련형 포즈와 함께 눈물 한 방울 흘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나 NG! “말숙아, 한 번 더 가자~”

지난 10일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연출 김형석·극본 박지은, 이하 넝쿨당)의 촬영 현장은 분주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말숙이 입원 장면 촬영을 마치고선 귀남(유준상)이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순도순 모여 삼계탕을 먹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다. 세트장 한쪽에서는 소품 담당 스태프가 분주한 손놀림으로 삼계탕을 끓였다. 닭 열 마리를 끓였단다.

삼계탕의 고소한 냄새가 솔솔 풍기는 가운데 촬영은 계속 됐다. 여러 각도로 화면을 찍어야 하다 보니 배우들은 같은 대사를 수차례 주고받으며 연기했다. 큐 사인이 떨어지기 전 강부자(전막례)씨는 스태프를 향해 “삼계탕 만드느라 수고하셨네요”라고 말을 건네는가 하면 촬영이 끝나자 장용(방장수)씨는 끼니로 대신하는 듯 삼계탕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넝쿨당>이 50부작 중 절반을 방영하며 반환점을 찍었다. 주말 드라마가 호흡이 긴 만큼 제작진은 일주일 중 사나흘은 녹화하느라, 나머지 시간엔 편집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리허설과 녹화 준비로 한창 바쁜 김형석 KBS PD를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KBS별관 드라마국에서 만났다.

   
▲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시어머니 엄청애 역할을 맡은 배우 윤여정 씨 ⓒKBS

막장을 비켜난 ‘시월드’

<넝쿨당>은 매회 시청률 30%를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제작진 내부에선 애초부터 높은 시청률을 점쳤다고 한다. 주말 드라마라지만 ‘준 미니시리즈’급의 탄탄한 기획력과 김남주(차윤희), 유준상(방귀남), 윤여정(엄청애) 등 대중적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주·조연 배우들이 포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넝쿨당>에는 작가의 필력, 노련한 배우, 제작진의 삼박자 찰떡궁합이 숨어있다. 연출을 맡고 있는 김형석 PD는 “시청률만 높은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드라마가 되길 바랐다”며 “다행히 시청자들에게 반향이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넝쿨당>의 소재는 뻔하다. 시댁과 며느리를 주축으로 벌어지는 고부 간 마찰음을 다루는 것은 이미 주말드라마의 단골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넝쿨당>의 이야기 전개는 사뭇 다르다. 자칫 ‘가족 드라마’의 탈을 쓰고서 ‘막장’으로 새기 쉬운 지점에서 한발 물러나 있다.

그래서인지 <넝쿨당> 지붕 아래에는 밑도 끝도 없이 며느리에 대한 미움을 시집살이로 화풀이하는 시어머니가 없다. 또 마냥 순종하다 시커멓게 속앓이 하는 며느리도 없고 이들 사이에 껴 노 잃은 뱃사공 같은 아들이자 남편인 인물도 없다. 대신 시댁 식구들에게 주눅 들기보다 할 말은 하는 며느리 차윤희가 있고 고부 간 애매한 것을 짚어주는 남편 방귀남이 있다.

시댁·시부모·시누이 등등으로 표상되는 이른바 ‘시월드’ 입성자 윤희가 현실 속 며느리를 대표한다면 귀남은 드라마의 숨통이다. 김 PD는 “현실을 반영하는 만큼 주말 드라마의 특성상 숨통도 필요하다. 줌마렐라 드라마에서 실장님이 나오듯 <넝쿨당>의 숨통은 ‘귀남’”이라며 “다르게 보면 세상 모든 아내들의 판타지를 담은 ‘귀남’을 통해 작금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물들이 <넝쿨당>에서 펼치는 ‘시월드’ 에피소드는 깨알 같다. 특히 윤희가 생판 남인 줄로만 알았던 꼴불견 집주인이 시어머니로 역전된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졌다.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난색을 표하는 윤희는 시청자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냈고, 막내 시누이의 철부지 행동엔 싸움닭 기질로 맞서는 윤희는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 KBS 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 역할을 맡은 배우 유준상 씨 ⓒKBS

깨알 에피소드와 카메오의 잔재미

이처럼 <넝쿨당>의 시월드는 우리네 일상과 닮아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끊임없이 소소한 일들이 벌어지고 서로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일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김 PD는 “고부갈등을 표현한다고 해서 매회 감정의 온도만 끌어 올리다보면 극한만 남는다”며 “되도록 ‘시월드’를 말이 되게끔 풀어가고 싶었다. 배우의 역량이 뒷받침되니 미묘한 감정의 밀도도 잘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넝쿨당>의 승승장구의 비결은 고부 갈등만 붙잡고 늘어지는 진부한 설정에서 벗어나 시월드에서 벌어질 법한 미묘한 신경전에 주목하며 극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 PD는 “드라마의 아우르는 큰 사건 즉, 귀남이 친부모를 찾는다는 이야기의 동력은 이미 초반부에 다 밝혀졌다”며 “실마리를 풀고선 매회 다양한 인물들이 겪는 에피소드로 엮어나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넝쿨당>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 카메오 출연으로 잔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 카메오로 자연스레 상황과 맞물린 유머를 만들어내고 극의 흐름에 탄력을 불어넣는 건 예능 작가 출신인 박지은 작가의 센스가 발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미 배우 김승우(고시생), 지진희(목사), 홍은희(배우), 개그맨 이수근(매니저), 가수 양희은(라디오DJ)로 등장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또 다른 카메오들도 대기 중이다.

이제 반환점을 돈 <넝쿨당>이 앞으로 펼쳐나갈 이야기는 어떠할까. 김PD는 “막연히 갈등이 있으면 화해나 화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뻔한 결말을 그렸다면 박 작가는 꼭 화합을 해야 드라마가 완성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이야길 했다”며 “확실한 결말은 아니더라도 그러한 방향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마무리 지었다.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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