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 기자’ 채용 MBC…기자들 보도국 출입 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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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 총회 막으려 경찰 동원…MBC 기자들 “참담하다”

MBC 내부에서 시용직 경력기자 채용을 두고 일파만파 논란이 퍼지고 있다. MBC는 지난 12일 취재 경력기자 계약직 채용 공고를 냈다. 이번 경력기자 채용은 지난 4월 1년 계약직 기자를 모집했던 것과 달리 1년 근무(시용)후 정규직으로 임용될 수 있다는 채용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에 대해 MBC기자회는 시용직 채용은 김재철 사장이 정규직 전환 꼼수를 내세워 언제든 자를 수 있는 기자를 뽑으려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MBC기자회는 앞서 지난 15일 성명을 통해 “타 언론사 경력기자를 뽑아 1년 동안 시험 삼아 써본 뒤, 1년 뒤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달 계약직 기자 20여명을 채용하려다 사상 최저 경쟁률에 고작 5명밖에 뽑지 못하는 망신을 당하자, 허겁지겁 정규직 전환이라는 ‘미끼’를 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기자회는 당초 16일 오후 5시 보도국 5층에서 긴급총회를 열어 시용직 채용 저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청원 경찰을 동원하고 보도국과 통로를 원천봉쇄하면서 총회가 지연됐다. 결국 MBC기자회는 긴급총회를 오후 5시가 아닌 7시 30분에, 보도국이 아닌 지하 1층에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박성호 MBC기자회장은 모두발언에서 “보도국 기자들이 보도국을 출입할 수 없다는 게 참담하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동선을 파악하고 진입로를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회의를 하면서 도대체 이게 뭐하는건가 싶었다”고 탄식했다.

이어 박 회장은 “시용기자 25~30여 명을 뽑아 차후 정규직 전환하겠다는데 계약 기간 후 해고 가능성도 클 뿐 아니라, 설사 정규직 전환을 하더라도 그에 대한 파장이 불가피하다. 보도국에 3개의 부서가 생기는 셈이다. 어용기자회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보도국 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회사는 올릭픽 방송 과업을 풀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지만 후안무치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 통제된 MBC 보도국 진입로의 모습 ⓒMBC노조

그러나 사측은 시용직 채용은 내부에서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한 결과 나온 것이기에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채용에서 부각되고 있는 시용직이라는 개념은 근로 계약 체결 후 회사가 일정 기간 동안 근로자를 시험해봄으로써 근로자의 직업 적성과 업무 능력 등을 판단한 후에 최종적으로 근로관계의 계속 여부를 차후에 결정하는 고용 계약 형태의 일환이다.

MBC노조는 16일 특보를 통해 시용직 채용은 MBC ‘취업규칙’과 인사 규정에서의 법적 하자도 있다고 밝혔다. ‘취업규칙’과 인사규정에서 계약직이 아닌 시용직 채용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게 이유다. MBC노조는 노동법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통상 3개월에서 길어야 6개월이 보통인데 1년을 ‘시용’기간으로 삼은 것 역시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시장에서 사람 뽑을 때도 기준이 있다. 하물며 서울과 지역사까지 합하면 1600여 명 구성원으로 이뤄진 MBC가 기준이나 규칙도 없이 (시용직) 채용을 실시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나름의 기준과 규칙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번 채용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C기자회·영상기자회를 비롯해 논설위원들도 시용직 채용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냄에 따라 논란이 계속 커질 전망이다. MBC 논설위원 7인(이연재, 성경섭, 윤영욱, 임태성, 김상철, 홍순관, 김원태)은 16일 회사의 시용 기자 채용 방침에 반대하는 기명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은 “‘시용 기자’들이 MBC에 들어온다면 보도 부문의 새 출발은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된다”며 “‘시용 기자’들과 보도 부문 대다수 후배 기자들과의 인간적 갈등도 불 보듯 뻔하고, 결과적으로 보도 부문 구성원간의 갈등을 영속화시키는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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