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뛰는 파업 언론인들…‘대출 연장’ 퇴짜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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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생계비 지원 위해 채권발행 검토

언론사 파업이 길게는 5개월에서 짧게는 2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언론인들이 늘고 있다. 파업에 들어가면서부터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칼같이 적용할 줄 알았지만, ‘0원’이 찍힌 급여통장을 실제 보는 건 또 달랐다. 공정방송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언론인들도 생계 문제에선 뾰족한 대책이 없다. 생활고는 대놓고 말하기에도 난감한 문제다. 생활고에 처한 언론인들도 별수 없이 일단 외식비, 교육비 등의 소비를 줄이면서 부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편의점 알바’에 ‘막노동’까지” = 지난해 12월 23일 파업에 돌입한 전국언론노조 국민일보지부 조합원들은 꼬박 5개월째 ‘무임금’ 상태다. 돌아오는 25일엔 ‘0원’이 찍힌 월급통장을 또 봐야 한다. 국민일보 한 기자는 “파업하기 전까지는 기자라는 직업이 이렇게 경제적으로 무력한지 몰랐다”며 “부업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라고 토로했다. 국민일보 노조에 따르면 일부 기자들은 출판사나 편의점에서 일거리를 얻거나 공사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사내커플이 많은 KBS에선 부부가 모두 파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달째 월급을 못 받고 있는 맞벌이 가구의 형편도 팍팍해지고 있다. KBS 한 기자는 “당장 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외식비 등의 소비를 점차 줄이고 있다”며 “아직 대출금이 많은 젊은 부부 조합원들은 파업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라고 전했다. 그는 “쌍용자동차나 1000일 넘게 싸우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 분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정은 괜찮은 편”아라고 덧붙였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업에 나서도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금융권을 찾는 언론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MBC 한 PD는 “모아놓은 적금이나 펀드도 없어서 결국 친척들에게 손을 벌렸다”며 “주위에서 보면 은행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마련하는 동료들도 꽤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노조 관계자는 “5개월 동안 파업을 하다보니까 급여통장 잔고가 없어 마이너스 대출 한도를 연장하는 것도 어렵다”며 “은행에서 재직증명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감해 하는 조합원을 보고 울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알았는지 요즘 금융권에서 대출받으라는 전화가 부쩍 늘었다”라고 씁쓸해 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달까지 월급날에 맞춰 조합원들에게 100만원, 150만원씩 무이자 대출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파업 장기화로 노조의 재정도 바닥나면서 이번 달 대출 지원은 불투명하다고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재능교육 노동자 생각하면...” = 조합원들의 생활고와 재정난이 심해지자 각 언론사 노조에서는 조합원들 생계비 지원과 투쟁 기금 마련을 위해 모금운동과 수익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시민들에게 1000원씩 후원을 받아 일주일만에 3000만원이 넘는 기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노조도 이달부터 ‘편집권 독립과 국민일보 사유화에 반대하는 온국민 응원단’을 모집하고 있다. 신문 구독료와 같은 금액인 1만 5000원을 매달 후원하는 모금 운동이다. 국민일보 노조는 수익사업으로 횡성한우도 팔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파업 조합원들의 급여를 일부 보전해 주는 ‘고통분담안’을 지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한 바 있다.

파업 중인 KBS 한 기자는 “직접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다보니까 회사에 있는 선배들에 대한 배신감과 사측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는 것 같다.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오기도 생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민일보 노조의 경우 조합원 15명이 파업에 참여하다 복귀하거나 퇴사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탈하는 조합원들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전했다.

현재 사업장 5곳이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조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달 초 대대적인 후원행사를 개최하는 한편 투쟁기금과 조합원 생계비 마련을 위해 채권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이전에 산별노조 등에서 채권을 발행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언론노조의 채권 발행은 처음이다.

액면가 1000원~100만원짜리 채권을 발행해 총 100억원 규모의 투쟁자금을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힘겹게 싸우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월급은 못 주지만 용돈은 넉넉하게 주고 싶다”며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만사회단체에 채권을 팔고 10년동안 천천히 갚아 나가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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