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파업 참여하는 선배가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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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사내게시판 통해 장문의 글 올려…“파업 정당성 의문”

▲ 배현진 MBC 아나운서.
배현진 MBC아나운서(사진)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다시 입을 열었다. 배 아나운서는 103일간 파업 후 노조를 탈퇴해 지난 11일 업무에 복귀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업무복귀 이후 자신에게 쏟아졌던 여러 비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29일 오후 7시경 올라온 A4 4장 분량의 이 글은 파업 중인 선배들의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이 담겨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또 MBC노조와 파업에 대한 비판도 글 곳곳에 담아 ‘작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이전 파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찬성률이었지만 이미 ‘가결’된 사안이었기에 원칙대로 파업에 돌입해야 했다”며 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파업돌입시점은) 제작거부 기간이었기 때문에 뉴스 잔류, 하차 여부를 선택할 기회와 겨를은 없었다. 이것이 당초 제 거취를 택할 수 없었던 이유”라고 강조했다.

배 아나운서는 기자회 제작거부 당시 MBC노조의 행보를 두고도 비판했다. “지난 1월 25일 기자회 제작거부 당시 <뉴스데스크>의 축소방송이 결정되며 뉴스에서 빠지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제작거부 첫날 SNS상에서 ‘사측이 배현진 앵커를 강제 하차시켰다’는 MBC 노조발 멘션이 활발히 리트윗 되고 있었다.” 그는 “사실이 아니었기에 노조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이 ‘미안하다. 확인 후 이름을 지워주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파업의 정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배 아나운서는 “적어도 저희가 외압에 굴복해 불공정 보도를 했다면 ‘그냥 그런 것 같다. 마음에 안 든다’ 정도가 아니라 ‘어느 날, 어느 뉴스’ 등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사죄드려야 한다”고 강조한 뒤 “선배들께서는 ‘입사 후 고속으로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 앉다보니 할 필요 없는 걱정까지 한다. 생각을 간단히 하라. 여자들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서 조직의 생리를 모른다. 그냥 따라와라’며 저의 고민을 일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집회에는)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차례로 초청되었고 이른바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다”며 “초청 인사들의 말씀은 모두 지당한 말씀이었지만 한 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다”고 지적했다.

파업 집회 참여를 강제로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현진 아나운서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 모 아나운서 선배와 만난 자리에서 “혼란스러워서 제 이름과 얼굴 걸고 당당히 참여하기 힘들다. 뉴스 앵커고 공명선거 홍보대사인데 정치적 색채를 가진 구호를 외치거나 그런 성격의 집회 자리에는 갈 수 없다. 노보에 사실 확인이 명확히 되지 않은 채 실리는 내용들도 영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모 아나운서는 “오늘 화가 나서 부른 거다. 우리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사소한 거짓말이나 작은 진실은 덮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너 같은 아이는 파업이 끝난 뒤 앵커고 방송이고 절대 못하게 하겠다. 어떻게든 내가 그렇게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는 이어 “아나운서 노조원 사이에서 때로 불성실한 후배를 다잡기 위해 공공연한 장소에서 불호령을 내리거나 심지어 폭력을 가하는 믿기 힘든 상황도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달, 두 달 월급을 못 받고 상황이 악화 될수록 조직 안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공포 분위기가 감돌았다”며 “(내가) 방송에 복귀한 뒤 ‘원래 행태’, ‘뒤통수를 치는 구나’ 또는 ‘두고두고 후회할 것’ 등 자극적인 SNS 멘션들이 같은 회사 동료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불안한 심리 상태의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배 아나운서는 이어 “개인적 고민과 결단에 의해 현업에 복귀하겠다 밝혔을 뿐인데 제 의지보다 더 폭넓은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신 듯하다”고 덧붙였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상황을 지켜보며 눈치껏 참여하다보면 더 환영받으며 복귀할 수도 있었겠지만 눈치 보는 것 또한 비겁이라 생각했다”며 복귀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 신분은 비노조원인 MBC 아나운서다. 노조에서 나왔다고 어느 정권 편이니 사측이니 하며 편을 가르려는 시도와 그 의도가 매우 불쾌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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