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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역대 사장 중 도덕불감증 ‘슈퍼갑’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파업이 29일로 121일째를 맞았다. MB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서 불공정보도의 책임자로 몰린 김 사장은 끝없이 나오는 배임혐의에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주장까지 나와 궁지에 몰렸다. 더욱이 현 정권의 언론정책을 주도했던 실세들이 줄줄이 감옥행 신세로 전락해 현 정권의 언론인사로 분류되는 김재철 사장 역시 노조의 연이은 폭로로 앞날이 어둡다.

MBC 안팎에서는 1990년대 노조파업으로 물러난 최창봉·강성구 사장과 비교할 수 없는 ‘도덕불감증’을 가진 김 사장이 끝없는 개인비리의혹에도 물러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 지경이라는 평가다. 1987년 방송민주화이후 여러 파업을 경험했던 MBC 사원들은 과거 사퇴한 MBC 사장들의 면모를 짚어봤을 때 “김재철이 최악”이라고 입을 모으며 도덕적 결함이 심해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MBC노조가 29일 서울영등포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재철 사장을 고발하는 고소장을 제출하러 가는 모습. 노조의 고소는 이번이 세번째다. ⓒMBC노조

■ 김재철, 파업으로 물러난 최창봉· 강성구 사장과 닮아 = MBC노조는 1988년 군부독재 유산이던 황선필·김영수 사장을 파업으로 쫒아낸 뒤 1989년 2월 최창봉 사장을 맞았다. 최 사장은 1992년 연임에 성공한 뒤 손주환 당시 전 공보처 장관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여당에 유리한 뉴스를 내보냈고, 정기적으로 열리던 공정방송협의회를 거부했다. 노조는 그해 9월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보도국장 추천제 조항을 없애자며 단협 개악을 시도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백지연 앵커를 비롯한 조합원들을 중 징계했다.

노조는 10월 2일 파업현장에 경찰력이 투입되며 50일간의 파업을 접어야 했다. 그리고 다음해 3월 문민정부가 들어서자 최창봉 사장이 사퇴했다. 노조는 당시 해고자 전원 복직과 강화된 공정방송 조항을 따냈다.

 최창봉 사장의 후임이었던 강성구 사장은 최초의 MBC출신 사장이었으나 19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당 편들기 방송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강 사장의 연임에 개입한 사실이 알려져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최문순 노조위원장이 해고되고 노조간부들이 집단 고소당했다. 그러나 강 사장은 마산MBC사장 시절부터 수년 간 만난 한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노조가 전화통화 녹음테이프로 폭로하자 바로 사퇴를 결심했다. 파업 24일 만이었다.

최창봉·강성구 사장의 퇴진 과정에서 불거졌던 논란을 돌아보면 김재철 사장의 모습과 겹쳐지는 측면이 있다. 지금껏 노조의 퇴진 요구로 중도 사퇴한 MBC 사장들 모두 총선과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공정보도 시비가 불거지고 여당 편향적인 방송을 내며 공방협을 거부한 공통점이 있다. 김재철 사장 역시 “임명권자(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인사”(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라는 폭로까지 나올 만큼 불공정보도와 제작 자율성 침해에 있어서 이전 사장들의 ‘업적’을 뛰어넘고 있다.

▲ 1992년 MBC노조의 최장봉 사장 퇴진 투쟁 당시의 모습.

 

▲ 최창봉 사장이 MBC본관 1층에서 시위를 벌이는 노조원들 사이를 유유히 가로질러 가고 있다. ⓒMBC노조 파업백서

■ 무용가 J씨와의 스캔들, 수습 가능할까= 특히 김 사장은 무용가 J씨 특혜와 부동산 투기 논란이 ‘MBC 공금을 이용한 본인의 재산증식’이란 고리로 연결되며 MBC구성원들로부터 강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과거 강성구 사장 스캔들이 개인적이었다면, 김 사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개인적 스캔들로 MBC에 해를 입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입사 25년이 넘은 한 사원은 “최창봉과 강성구가 보여줬던 불공정보도와 회사 재산의 사유화 정도를 비춰봤을 때 김재철은 수준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 사장이 각종 MBC행사에 특정인의 출연을 강요하고, 출연료 특혜까지 줘 MBC 돈 20억을 챙겨준 다음 그 돈으로 한 주머니를 차고 부동산을 투기했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물어 당장 김 사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적 편향성과 공정성시비에 휘말려 비판받는 것은 늘 있던 일이지만 김 사장의 경우처럼 큰 도덕적 결함이 더해져 사퇴 의혹을 받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사측은 각종 의혹에 대해 더 이상 해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은 “회사에서는 이미 설득력 있게 해명했다. 더 이상의 해명은 필요 없다. 법에서 가려질 것이다”라고 말한 뒤 노조의 주장을 “소모적인 흠집 내기”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사측은 오는 6월 1일까지 전 조합원의 업무복귀를 요구하며 불응할 경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 예고한 상황이다.

그러나 김 사장과 무용가 J씨와의 스캔들은 ‘수습불가’ 상황이다. 과거 노조집행부를 맡았던 한 인사는 “강성구 퇴진투쟁은 노조집행부가 주도했지만 지금은 조합원들이 전폭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장 비리가 끝없이 나오면서 조합원들이 전혀 물러날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입사 20년이 넘은 한 전직 간부는 “과거 강성구 사장은 노조위원장과 독대한 뒤 곧 그만두겠다고 밝힐 만큼 명예를 소중히 여겼는데 김재철은 명예를 모른다”며 상황이 여기까지 왔지만 사퇴하지 않는 사장을 두고 한숨을 쉬었다. 파업이 120일을 넘겼지만, 노사 모두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갈 태세다.  

▲ 지난 4월 21일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한 김재철 사장.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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