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일 파업’ 이후 … KBS뉴스 공정성 회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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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새노조 파업 평가와 과제] 제도적 장치 구현 의지 보여줘야

“광우병 촛불집회를 취재하다가 시위대가 떠미는 바람에 사다리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착잡했다. 이제 KBS 카메라와 기자를 보고 시민들이 항의를 하는 게 아니라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줬으면 좋겠다.”(지난 8일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토론회서 한 촬영기자 발언 내용 중)

피켓을 들고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던 기자와 PD 등 KBS새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9일부터 이 구호를 실천하기 위해 제작 현장으로 돌아갔다. 석달만에 복귀하는 이들의 감회도 남다르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의 여론은 “아쉽지만 일단 지켜보겠다”는 쪽이 많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8일 논평을 내고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내부장치 확보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이번 노사합의는 공정보도와 국민의 알권리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뒤 “그렇지만 그 합의는 이번 파업투쟁의 전체 대의와 단절되지 않고 바르게 연결될 때 비로소 그 진가를 다 발현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BS 노사합의안은 노조의 요구인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대선 공정방송위원회 설치와 탐사보도팀 부활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KBS새노조는 합의안을 통해 얻은 것보다 앞으로 얻을 게 많다고 말하고 있다. 합의안에 대한 논쟁보다 복귀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 KBS새노조는 지난 8일 95일간의 파업을 마무리하면서 "제작 현장에서 더 치열하게 싸우겠다"라는 결의를 를 밝힌 뒤 업무에 복귀했다.ⒸKBS새노조

KBS새노조는 업무 복귀를 선언하면서 “지금까지보다 더 크고 어려운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며 “4년 동안 망가질 대로 망가진 KBS를 복원하고, 정권의 입이 된 방송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 KBS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피폐해진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규 KBS 사장은 11일 KBS새노조의 업무 복귀 이후 가진 임시 월례조회에서 “대통령 선거에서 공정방송을 구현해 시청자들의 신뢰에 부응하자”며 “올해의 최대 과제는 대통령 선거방송을 차질없이 치르는 것이라고 말하고 노사가 공정한 대선방송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KBS새노조는 “더욱 신뢰받는 국민이 방송이 되겠다”는 김 사장의 약속을 내부에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됐다. 이미 가동되고 있는 노사 공정방송위원회를 대하는 사측의 태도에 대해 ‘생색내기용’ ‘공정방송 알리바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왜곡·편파방송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후 KBS내부에서 개별 아이템을 놓고 벌어지는 신경전의 결과가 파업 전과 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탐사보도팀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005년 신설된 탐사보도팀 2008년에 폐지될 때까지 고위 공직자의 재산검증과 ‘파워엘리트 병역 문제 등 권력 감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KBS울산으로 쫓겨난 김용진 기자(전 탐사보도팀장)의 탐사보도팀 복귀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 구성과 실제 성과 있는 보도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00여일 가까이 파업을 이끌어 온 KBS새노조 조합원들 각자가 최대한 빨리 달라진 방송과 뉴스를 보여줄 수 있느냐가 이번 파업에 대한 평가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의 파업처럼 절실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이들의 각오가 실제 제작 현장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당장 파업 중인 MBC·YTN·연합뉴스 노조의 파업 소식이 KBS <뉴스 9>에서 보도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지난 3월 6일 KBS새노조는'리셋 KBS'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KBS새노조

이번 KBS새노조의 파업을 촉발한 전임 집행부에 대한 징계와 최경영 기자의 해임 건도 매듭짓지 못했다. 노사는 이들에 대한 재심 등을 거쳐 징계 수위를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파업에 참여한 아나운서들이 불이익 없이 파업 이전의 프로그램으로 복귀하는 것도 파업의 후속 과제다.

또 KBS새노조 입장에선 올 하반기 새 이사진 구성과 후임 사장 임명을 앞두고 ‘낙하산 사장’을 막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해야 한다.  KBS새노조 뿐만 아니라 언론계 안팎에서도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언론사 사장 선임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적기라고 보고 있다. 언론시민단체에서 KBS새노조쪽에 ‘지배구조 개선’ ‘MB 언론장악 청문회’를 요구하고 있는 언론사 노조와 연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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