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나는 ‘종북논쟁’ 부채질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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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역행하는 ‘이념공세’ 뒤쫓기…‘MB 내곡동 사저 문제’ 등은 축소

대선을 앞두고 공포를 조장하는 ‘종북논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새누리당이 앞장서 ‘종북’ 색출에 열을 올리면서 ‘신공안정국’을 조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언론이 여기에 맞장구를 치고 민주통합당이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면서 이 ‘종북논쟁’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북한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정몽준 전 대표 등을 겨냥해 “종북 발언을 공개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으면서 종북 논쟁에 끼어들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부와 새누리당에게 보내는 공개질문장을 통해 “박근혜는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의 접견을 받으면서 친북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며 “필요하다면 남측의 전․현직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평양에 와서 한 모든 일과 행적, 발언을 공개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KBS, SBS 등의 언론사 사장들의 평양 방문을 거론하며 “이들은 종복빨갱이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북측의 이같은 행보에 정치권과 신문들은 즉각 “대선 개입”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하지만 대선 이슈 선점을 목적으로 몰아치는 매카시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는 철 지난 매카시즘에 불을 지핀 보수신문과 방송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 MBC <뉴스데스크> 2012년 6월 10일자.

알맹이 빠진 ‘북한 인권’ 보도

어느새 신문과 지상파 방송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의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종북의원 내쫓기와 무차별 사상검증이 주요 뉴스로 다뤄졌다.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과 최재성 의원, 이해찬 대표도 대상이 됐다. 탈북자에 대한 발언이 불순한 대북관으로 치환되면서 국회의원 자질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천주교 색출하듯이 종북 의원을 가려야 한다”(한기호 새누리당 의원), “간첩 출신까지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의 원색적인 발언도 여과없이 보도됐다.

‘막말’과 ‘이념공세’는 북한 인권 문제로 귀결됐다. 이 문제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야 종북 논란 공방… “종북 광풍”vs “본질 흐리기”>(6월 6일, <MBC뉴스데스크>), <새누리 “사상검증”vs 민주 “색깔론” 공방>(6월 7일, <KBS 뉴스 9>)등에서 새누리당의 공세와 민주통합당의 대응을 보도했다. 하지만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도 정쟁만 부각할 뿐 논란의 본질을 짚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보도 태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7일 낸 논평에서 “정부와 여당의 이념공세는 기본적으로 헌법정신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며 이명박 정권의 실정을 가리기 위한 정략적 측면이 다분하다”고 지적한 뒤 “이런 보도행태는 사실상 정부․여당의 색깔공세를 부각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주장했다.

KBS <뉴스 9>는 지난 10일 ‘집중진단’ 꼭지를 통해 ‘북 인권법안’을 다뤘지만 내용은 여당 편들기에 가까웠다. <8년째 표류 중… 北 인권법안 쟁점은> 리포트는 여야의 법안 차이를 다루면서 “새누리당은 법안에서 국제 사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사를 둘수 있도록 하고, 관련 실태 조사와 정책 개발을 위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이 모두에 부정적”이라고 보도했다.

다음에 이어지는 리포트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민간단체 활동 지원 조항이 보수성향 단체에 세금을 쏟아 붓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라고 입장을 실었지만 “미국과 일본은 민간단체에 이미 수년동안 300억원 이상 지원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비중을 뒀다.

▲ KBS <뉴스 9> 2012년 6월 10일자.

“국가관 의심받는 MBC”

종북논쟁에 ‘민간인 불법사찰’ ‘MB 내곡동 사저 문제’ 등 정권 말 주요 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지난 10일 MBC <뉴스데스크> ‘이대통령 ‘내곡동 사저’ 관련자 전원 무혐의‎ 졸속수사’ 리포트는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검찰의 해명을 싣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는 <뉴스데스크> 보도에 대해 “‘내곡동 사저 문제는 별 문제가 없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고, 반박은 ‘쥐꼬리’만큼 인데다가 반박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주장인 것처럼 처리했다”며 “조․중․동도 사설까지 써가며 크게 비판했는데 오직 김재철 치하의 MBC만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무비판적이고 의도적인 ‘종북 논쟁’ 보도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의 제 자리 찾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는 12일 6․15공동선언 12돌 기념 토론회서 “보수 정치권 등은 대선을 겨냥한 필승 전략인 색깔론 이념 공세를 펼치면서 보수․수구 언론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며 “대통령까지 공식석상에서 이를 정치공학적으로 악용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보법의 독기에 중독된 사회에서는 그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 대결 상황을 조성하는 것은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역행하는 치명적인 역사적 범죄행위”라며 “이런 점을 언론이 정확히 인식해서 제4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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