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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버나 하드디스크에 진실이 숨어있다”

[인터뷰] SBS ‘유령’ 김은희 작가 방연주 기자l승인2012.06.19 21: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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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윗 9만 8000개, 블로그 포스팅 1500개, 이메일 1억6000여만통. 이 모든 것들이 사이버 세계에서 1분마다 일어나는 일들이다.”

SBS <유령>은 우리 모두가 알게 모르게 깊숙이 연루된 사이버 세상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을 한다. 익명의 누군가가 내뱉은 악플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사건이 시작되는 <유령>은 전작 <싸인>으로 한국적 수사물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은희 작가가 나선 두 번째 미니시리즈 작품이다. 지난 18일 김은희 작가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김은희 작가 <사진=10아시아>

법의관에 이어 사이버수사대다. <싸인>(SBS)에서 법의관 윤지훈(박신양)이 시체를 부검하며 마지막으로 남겨진 진실의 흔적을 추적했다면 <유령>에서 사이버수사대 김우현(소지섭) 팀장은 우리가 사는 또 다른 세상인 사이버 세상의 감춰진 이면을 들춰내고자 한다.

드라마에서 쉽사리 다루기 어려운 사이버수사대를 소재로 삼은 이유는 무얼까. 김 작가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를 견학 갈 기회가 있었는데 <싸인>에서 시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컴퓨터가 그 이용자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기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버나 하드디스크 어딘가에 진실이 숨어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말했다.

이처럼 <싸인>과 <유령>은 다른 듯 비슷하다. <싸인>에서 국과수 원장인 이명한(전광렬 분)이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정치권력에 기대면서 벌어진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줬다면 <유령>에서 세강증권 대표 조현민(엄기준 분)은 자본권력의 핵심인사로 거미줄처럼 얽힌 사건들을 쉽사리 쥐고 흔드는 인물로 등장한다. 김 작가는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의 가장 큰 동기는 ‘탐욕’이라고 본다. 그런 탐욕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자꾸 권력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유령>은 총 20부작 가운데 아직 반환점도 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방영분만 해도 묵직하다. 장자연 스캔들, 타진요, 좀비PC 등 실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군데군데 엮여있기 때문이다. 또 주요 사건의 진범은 조현민 대표로 이미 밝혀졌을 정도로 이야기 전개의 속도도 빠르다. 이에 부응하듯 시청자들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사이버수사대로 아이템을 확정한 김 작가는 본격적인 집필에 앞서 사전 취재를 거쳤다고 한다. 김 작가는 욕심만큼 오랜 취재기간을 거치지 못했으나 수사기법의 가닥을 잡은 후 관계자들과 가능한 수사 방법들을 조합해나갔다. 김 작가는 “감독이나 저나 트위터도 못하는 컴맹 수준이라 갈피를 잡는데 굉장히 막막했다”고 후문을 전했다.

그만큼 ‘사이버수사대’는 생소한 분야이다. 따라서 김 작가는 일반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드라마로 구현해내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김 작가는 “‘사이버’라고 하면 굉장히 낯설지만 트위터, 악플, 네비게이션, 스마트폰, 인터넷뱅킹 등과 같은 단어들은 가깝게 느껴지리라 여겼다”며 “얼핏 들으면 어렵지만 현재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깝고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는 점을 염두하고, 쉽게 풀어나가도록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 사이버수사대의 김우현 팀장을 맡은 배우 소지섭(좌)과 강력계 에이스 권혁주를 맡은 배우 곽도원(우) ⓒSBS

이처럼 김 작가는 사이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우리 일상과 가까운 생활 범죄를 버무려 에피소드 전개에 설득력을 높이고자 했다. 더불어 에피소드의 무게감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미 김 작가는 집필한 작품을 통해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령>에서는 ‘머리’와 ‘몸’의 싸움인 김우현(소지섭 분)과 강력계 에이스 권혁주(곽도원 분)의 대립각이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김우현이 디지털 기록에서 단서를 찾는다면 권혁주는 ‘미친소’라는 별명에 걸맞게 ‘물증’을 찾는데 혈안이다. 또 배우 소지섭의 1인 2역도 눈여겨볼만 하다. 단 2회 만에 김우현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화상을 입은 기영(최다니엘 분)은 우현의 얼굴을 지닌 채 그의 삶을 살아가는 일종의 ‘페이스오프’를 하면서 이야기의 굵직한 전환점이 됐다.

이와 관련해 김 작가는 “우연히 다른 사람이 인생을 살게 된 한 사람이 자신의 잃었던 꿈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과거에 본 영화 <가면의 정사>가 떠올랐다”며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게 얼굴인지 이름인지 아니면 생각인지 과거인지 등 꼬리를 무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등장인물 가운데 유강미(이연희)의 역할은 다소 미약하지 않느냐는 평가도 있다. 김 작가는 “기영, 우현, 혁주에 비하면 강미는 출발선상에 선 인물이다. 강미는 아직 사회 초년생으로 수사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여물지 못한 상태이다. 드라마 말미에 강미가 훌륭하진 않아도 좋은 경찰에 한 발자국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현재 이야기 전개에 있어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느라 “머리에 쥐날 지경”이라고 우스갯소리를 남기면서도 에피소드의 전개가 사건의 ‘몸통’을 향해 가고 있는 만큼 긴장의 고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김 작가는 “이미 결말은 가닥을 잡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령>은 중반부를 넘어서며 정보가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펼쳐나갈 것”이라는 계획과 함께 시청자들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유령>은 어렵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최대한 쉽게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 많이 사랑해주세요.”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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