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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150일, 최승호·박성제 해고 상징적…사측 “잘못된 관행 바꿀 것”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시작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의 파업이 27일로 150일째를 맞는 가운데 MBC 경영진이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은 이번 파업으로 ‘노영방송’(노조가 방송사를 좌지우지 한다는 표현) MBC 이미지를 벗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지난 20일 이뤄진 전직 노조위원장인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 해고는 이 같은 노조 와해 전략에 따른 상징적 조치로 해석된다. 편성제작과 보도부문에서 상징적 인물인 두 조합원의 해고를 두고 한 조합원은 “노조의 뿌리 자체를 부정하고 노사관계를 파탄내고 싶어 하는 사측의 욕망이 드러난 것”이라 지적했다.

‘김재철 퇴진 투쟁’으로 해고된 MBC 조합원은 이로써 8명에 이르게 됐다. 그럼에도 경영진의 징계는 현재진행형이다. 서울MBC의 경우 파업 주요 참가자를 대상으로 2차에 걸쳐 69명을 대기발령 냈고, 지역MBC도 지난 25일 17개 지역사 노조집행부 56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대기발령과 징계는 순차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 지난 20일 TV조선 <시사토크 판>에 출연한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TV조선 화면캡처

경영진은 ‘노조 무력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은 지난 20일 〈TV조선〉에 출연해 “국민들이 파업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방송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한 뒤 “MBC는 사장한테 찍히면 3년 고생, 노조에 찍히면 30년 고생이란 말이 있다. 노영방송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경영진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재철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무한도전〉이라고 해서 무한히 기다릴 수만은 없다. 외주제작도 검토가 가능하다. 프로그램 없애고 다른 프로그램 대체도 검토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발언은 〈무한도전〉 장기결방을 노조 탓으로 돌리고 김태호 PD의 업무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사측의 여론전으로 해석된다.

MBC 경영진은 한 달여 전부터 연일 회사특보를 통해 파업 중이지만 정상 방송을 이뤄냈다고 홍보하고 있다. 지난 25일부터는 파업 이후 편성 시간이 축소 됐던 〈뉴스데스크〉를 50분 편성했다. 지난 22일 특보에선 “지난 5월까지 광고매출액이 전년대비 198억 원 감소했다”고 밝힌 뒤 “파업에 따른 MBC의 광고손실액이 경쟁사인 KBS와 SBS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김재철 사장이 노조 파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고 있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경영진은 노조집행부를 상대로 유례가 없는 33억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집행부 전원을 상대로 재산가압류 신청을 했다.

지난 5월 말에는 업무에 복귀한 배현진 아나운서의 사내게시판 글을 공개하며 “파업 중인 조합원 선배가 파업 적극참여를 요구하며 협박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이를 두고 MBC 노조관계자는 “해당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당시 노조집행부의 구속영장심사를 앞두고 사측이 여론을 만들어보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불공정보도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J씨 특혜 의혹으로 ‘만신창이’가 된 김 사장이 이처럼 공세를 펼치는 이유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낙하산’ 사장직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수순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사측의 탄압은 이명박 정권의 목표였던 MBC민영화 완성을 위한 준비작업”이라 지적한 뒤 “현 정권과 김재철 사장은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언론을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 노조를 길들이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김재철 사장으로선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막가파식으로 노조를 압박하는 상황으로 온 것 같다”며 “김 사장은 버티기 위해 노조를 계속 압박하겠지만 본인 뜻대로 임기를 채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김재철을 ‘순장조’로 삼고 사퇴하면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니 MBC노조를 정리하라는 모종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떠돌고 있다.

이용마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비리사범으로 몰리게 되자 ‘정치파업을 일삼는 노조와 그것을 막으려는 경영진’이란 구도로 바꾸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MBC내에서는 경영진의 강경대응이야말로 김 사장의 퇴진이 멀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여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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