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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들
  • 승인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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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한 해가 간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다사다난 했던 한 해였다.어려운 경제상황속에 모두들 힘들었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상식과 체면, 부끄러움과 자존심도 팽개쳐진 채 진행돼온 거짓 담론들이다.
|contsmark1|“언론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명제하에 지난 몇 년 동안 시민단체, 언론단체, 학계가 정성을 들여온 언론개혁(신문개혁) 논의는 세무조사 논쟁으로 폄하된 채 유야무야되고 있다. 이미 권력이 되어버린 거대신문들과 노회한 정치권, 순진한 일부(?) 학자들은 서로 화답하며 부풀리기를 반복하는 여론조작도 서슴치 않았다. 우리가 지금 독재정권 아래 있대나? 언론단체, 시민단체가 정권의 하수인이래나?
|contsmark2|언론개혁의 또 한 축인 방송은 어떤가.이미 집권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야당은 아예 방송위원들을 정치권이 나눠 먹잰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전문성·공익성에 대한 최소한의 고려조차 없다. 제도도 중요하지만 개혁과 변화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다. 방송현장을 정쟁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사람을 검증하고 전문성을 담보할 장치(인사청문회)가 없는 한 방송개혁도 한낮 신기루일 뿐이다.
|contsmark3|디지털시대의 개막은 방송계에 혁명적 사건이었다.이 중요한 일에도 일을 저지르는 사람 따로, 책임지는 사람 따로다. 디지털 전환은 정보화사회에 필수적인 망을 구축한다는 국가적 목표, 가전산업계의 획기적 도약, 방송산업의 변신 등 3가지 목표를 동시에 수행하는 일이다.
|contsmark4|그럼에도 방송사 혼자서 알아서 하란다. 자기들은 그저 앉아서 굿이나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보다. 2조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전환비용을 광고로 재원 좀 만들겠다니(그 방법에는 논란이 있지만) 이번엔 신문이 들고 일어 섰다.
|contsmark5|‘니들 돈버는데 왜 시청자의 희생을 강요하냐’는 건데 자기들 광고 뺏길까봐 하는 소리를 그렇게 시침 뚝떼고 기사로, 사설로 도배해도 되는 건가? 대체 디지털인지, 돼지털인지 구별이나 하면서 하는 소린가?
|contsmark6|한국 영상산업의 진흥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운 독립제작사 육성, 외주비율 확대 정책도 그렇다. 쥬라기공원 영화 한편이 일년동안 자동차 수출보다 낫다는 장및빛 환상은 그만큼 실수했으면 이제 깰 법도 한데 그냥 ‘고’다.
|contsmark7|독립제작사는 정부의 제작시설 및 장비의 지원, 체계적 전문인력 육성, 세제 및 제작비 지원 등 장기적이고도 현실적인 대책없이는 육성이 불가능하다. 근데 똑 같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팍팍 밀어주고 돈 펑펑 퍼주면 된단다.
|contsmark8|의욕있고 유능한 몇몇 독립제작사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도토리 키재기로 좋은 프로그램도, 경쟁력도 생기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하향평준화는 결국 주인인 시청자의 피해로 나타나는데 이 얘기만 하면 색안경끼고 의심부터 한다.
|contsmark9|방송사 이기주의라고, 착각도 큰 착각이다. 한사람의 프로듀서가 기계적 테크닉 습득만으로 만들어지는가? 영상산업 부진이 방송사가 다 틀어쥐고 있어서인가? 외주비율 늘리면 방송사 프로듀서들이 다 나갈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그 와중에서 일선 프로듀서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contsmark10|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 외주가 30% 늘었으니 인력도 그만큼 남는 것 아니냐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내외의 오해를 받으며 더 늘어난 일에 지쳐가고 있다.개혁과 변화가 화두인 시대.
|contsmark11|민족의 과제인 통일문제조차 정쟁화되는 이 한심한 시대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인가. 방송은 무엇인가. 프로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지금 어디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contsmark12|장해랑kbs 교양국 부주간11대 pd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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