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자라” ‘19금 개그’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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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SNL 코리아’를 통해 본 ‘성인 코미디’ 현주소

‘19금’을 단 tvN <SNL 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 시즌2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 쇼’를 표방한 <SNL 코리아> 시즌2는 사회·정치 풍자에 19금 코드를 버무려 ‘성인 코미디’ 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보적인 변태 연기를 보여준 신동엽 편(6월 23일 방송)과 스스로 ‘모든 노래와 댄스가 야하다’고 고백한 박진영이 호스트로 나온 지난달 30일 방송이 기점이 됐다. 그동안 ‘온 가족이 즐기는 예능’을 지향하는 예능 영역에서 ‘성인 코미디’는 미개척지였다. ‘성인 개그’는 저속하고 불편한 것으로 치부돼 왔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SNL 코리아>에서 시작된 바람이 케이블보다 엄격한 심의 잣대와 규제를 적용받는 지상파에도 옮겨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들은 자라”고 외치며 개척 정신을 발휘한 <SNL 코리아>이 성인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 수 있을까.

▲ 지난 6월 23일 방송된 tvN 신동엽 편.

■ ‘성인 코미디’의 현실과 시도=미국 NBC의 인기 프로그램 <SNL> 판권을 수입해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SNL 코리아>는 시즌1을 거쳐 시즌2를 시작할 때까지도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그릇에 담은 풍자와 콩트는 신선했지만 깊은 맛까지 끌어내진 못했다.

최근 최고 시청률이 1.427%(AGB닐슨 집계)로 뛰어오는 건 새로 시도한 ‘성인’ 코미디가 주효했다. 안상휘 <SNL 코리아> CP는 “조금만 야하면 저질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 방송환경 속에서 본격적인 성인 코미디를 선보여도 좋을지 조심스러웠다”며 “조여정 편에서 방송된 커플 요가 코너는 대중의 정서를 알아보기 위해 시도해본 것이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서 “노출은 없다”고 선언한 뒤 방송을 시작한 조여정은 성적 대상이 아닌 주체로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탄력을 받은 제작진과 호스트(출연자)가 내놓은 ‘19금 개그’에 시청자들도 서서히 눈길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길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NBC의 <SNL> 포맷을 사왔지만 적나라한 ‘화장실 유머’까지 가져오기엔 무리가 있었다. 해외드라마를 통해 외국의 성인 코미디를 접하는 시청자들과 성적인 표현에 엄격한 시청자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또 19금 코드와 정치 풍자간에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도 제작진들에게 큰 과제였다. 안상휘 CP는 “다양한 취향과 도덕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20~30대 시청자들의 대다수가 눈감아 줄수 있는 정도로 수위를 정한다”며 “프로그램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정치와 섹시 코드와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관람 등급을 상향 조정할 정도로 과감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출연자들 덕분이었다. 민망한 속옷 차림의 노출도 불사한 양동근은 촬영 기간 동안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방송에서 이혼 경력이 있는 박진영과 신은경이 출연한 ‘우리 재혼했어요’ 코너는 박진영이 먼저 제작진에 제안한 아이디어였다.

▲ 어른들을 위한 코디디쇼를 표방한 가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 ‘성인 예능’ 바람 불까= 최근 <개그콘서트> 개그맨들과 KBS 예능국 관계자들이 <SNL 코리아> 방청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엽 씨는 지난 5회 방송 뒤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을 해보자’는 지상파 방송사의 제안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SNL 코리아>와  비슷하게 성인을 겨냥했던 예능프로그램은 SBS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와 MBC 성인시트콤 <세친구> 정도였다. 화제를 모은 <SNL 코리아> 신동엽 편은 <헤이헤이헤이>에서 변태 캐릭터를 학습한 신동엽과 MBC <세친구>를 연출한 송창의 CJ E&M 센터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만큼 ‘성인 코미디’의 토대가 미약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성인 코미디’가 장르로 자리잡기엔 아직 이 분야의 전문인력과 노하우가 미흡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에서 성인 코미디에 대한 개념도 아직 안잡힌 상태에서 <SNL>은 과도기를 맞고 있는 것”이라며 “성인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선 성적인 표현 수위 담론에서 벗어나 성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주제를 어떻게 접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중의 정서는 어떨까. <SNL 코리아>의 인기를 ‘성인 코미디’에 대한 수용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SNL 코리아>에 대한 평가를 보면 탐폰이나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개그 소재로 삼아도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여론은 예전보다 줄어든 듯하다. 인터넷 상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보다 긍정적인 반응이 대체로 우세하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진단은 엇갈린다. 안철호 SBS <개그투나잇> PD는 “개인적으로 케이블에서 <SNL 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성인 코미디’ 시도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성인 예능’의 확대 여부에 대해선 “지상파에선 외부의 심의보다는 제작진 스스로 주저하는 게 있다”며 “정치 이슈에 대한 신랄한 풍자나 섹시 코드에 시청자들이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시기가 조만간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로선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SNL 코리아> 시즌 마지막회인 8회 호스트로 슈퍼주니어가 출연할 예정이다. 인기에 힘입어 제작진은 시즌제로 방송했던 <SNL 코리아>를 올 하반기 정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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