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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기획 유감- 정도를 걷지 못하겠거든 떠나라

|contsmark0|<10대 기획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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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2|신년벽두부터 또 어쩔 수 없이 유감이다. 절대 유감이다. 월드컵, 대선, 중국, 디지털, 대하사극 등 자그마치 5개가 공통항목인 방송3사의 신년 10대 기획, 그러니까 올 한해의 사업계획서를 유심히 보고 난 소회다. 어찌 그리도 안이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지, 어찌 그리도 양지만을 비추겠다는 것인지… 우리는 그 바탕에 있는 시대인식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3|무엇보다도 문제는 3사 공히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이자 약자인 노동자·농민들에게 닥친 생존의 위기에 대해 전혀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 수년에 걸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결과 날로 확대되고 있는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이미 2/3를 넘어버린 비정규직의 불안과 고통, 노숙자·실직자·결식아동 그리고 소위 ‘생산적 복지제도’의 허상과 찢겨진 사회 안전망.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이 모든 문제는 이제 방송의 영역밖에 있어도 좋다는 말인가?
|contsmark4|뉴라운드의 출범에 따라 사실상 붕괴위기에 직면한 우리 쌀과 농촌은 대세가 기울었으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contsmark5|10대 기획이 내포한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문제는 통일과 ‘민족동질성 회복’ 아젠다를 사실상 사문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올 해 한반도 정세는 어떠한가. 이미 미국은 아프칸에 이어 북한을 ‘테러와의 전쟁’에 후속무대로 지목하고 있다.
|contsmark6|부시는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한 바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전쟁일보직전까지 갔던 지난 94년보다 훨씬 더 엄중한 민족공멸의 위기가 예견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3사는 전쟁 방지와 평화, 나아가 통일을 지향하는 데 있어 별반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태세다. (mbc와 sbs의 경우에는 아예 언급도 되지 않고 있으며 kbs의 경우에도 방송교류 차원으로만 살짝 끼워져 있다)
|contsmark7|그 뿐만이 아니다. 국민들한테는 술·담배 등 생활문화까지 바꾸고 건강한 가정을 지키라고 근엄하게 켐페인을 벌이겠다면서도 온 천지에 악취를 풍기고 있는 지배층의 부패에 대해서는 유야무야 넘기는 것이 우리 방송3사의 10대 사업 계획이다.
|contsmark8|물론 10대 기획안에 모든 측면이 다 포함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은 디테일이 확정돼있지 않아 추상적인 수준일 수밖에 없고 변경의 여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눈에도 드러나는 그 지독한 편향성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것은 곧 지배권력이 설정해 준 아젠다에 대해 맹종해온 습관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contsmark9|현실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양지만을 비추고 당의정만을 제공하고 시청자를 계도의 대상으로만 여겨온 돌팔이의사 체질의 발현이 아닌가. 10대 기획을 접하는 신년 벽두부터 우리는 올해 한국의 방송을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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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2|<정도를 걷지 못하겠거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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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14|제일 낮은 사람에서부터 제일 높은 사람까지 동등한 자격으로 만나 취재를 하고 촬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매력적인 일이다. 그리고, 그 매력적인 작업은 언제나 취재원과의 ‘불가근 불가원’이라는 원칙아래에서만 아름다울 수 있다. 특히 권력과 부에 관련된 일일수록 더욱 더 그러하다.
|contsmark15|지난 해 우리는 십 수년 동안 단순 살인 사건을 국가권력기관과 공모해 대공사건으로 조작해왔던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소위 ‘수지 김 사건’이 그것이고, 그 주범은 바로 윤태식과 안기부를 비롯한 국가권력기관이었다. 이 사건이 진실의 빛을 보게 된 것은 기자와 pd의 수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의 결과였고, 그것은 바로 언론인 정신의 값진 결실이었다.
|contsmark16|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새해 벽두부터 언론계는 ‘윤태식 로비의혹사건’의 여파로 뒤숭숭하다. 검찰이 입수한 명단에 따르면 윤태식씨가 대주주인 ‘패스21’의 정·관계 및 언론계 지분 소유자 50여명 중 절반이 언론인이라고 한다. 99년 벤처열풍 속에 무성했던 벤처기업과 언론의 유착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contsmark17|물론 아직까지 모두 배임수재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언론인이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취재원으로부터 사업 편의나 기사를 대가로 주식을 제공받거나, 그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충격과 허탈함을 금할 수가 없다. 사회의 감시기능에 충실해야할 언론인이 생선을 탐내는 도둑고양이로 전락한 꼴이 아닌가.
|contsmark18|그 사회적 임무가 막중한 만큼 언론인들은 유혹에 노출될 가능성 또한 높다. 그래서, 언론인들에게는 높은 도덕성과 정직함이 요구되는 것이다. 자기 눈에 들보는 보려하지 않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한다면, 누가 기사와 프로그램의 진실함을 믿겠는가? 모든 것이 다 썩어가더라도 자신은 소금이 되어 부패를 막는 것이 언론인의 본분일진대 소금의 역할을 포기하고 곰팡이가 되려한다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contsmark19|언론인의 정도를 가지 못하겠다면 떠나라. 부자가 되고 싶다면 언론계를 떠나 떳떳하게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라.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하는 자가 더 이상 언론인이라는 허울을 쓰고 현직에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contsmark20|그리고 해당 언론인이 속해 있는 언론사는 법적인 판단 이전에라도 진상을 철저히 파악하여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자는 다시는 언론계에 남아 있지 못하도록 엄중히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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