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운명’ 방문진에 맡기고 올라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 MBC노조 업무복귀 급물살, 배경과 반응

▲ 지난 6월 7일 MBC노조 파업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로비의 모습. ⓒ언론노조

MBC노조의 업무복귀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건 7월부터다. 지난 6월 29일 정치권이 MBC 사태를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가 담긴 원구성 합의문을 발표한 직후 언론을 중심으로 ‘김재철 8월 해임설’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김재철 사장 해임이 확실하다면 더 이상 파업을 할 이유가 없는 터라 조합원들 사이에서 업무복귀 이야기가 나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무엇보다 MBC노조가 김 사장의 ‘8월해임’을 확신했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지난 2일 집회에서 “이제 99%는 (작업이) 끝났다. 김재철은 새 이사진이 등장하면 들려나갈 것이다”라고 말한 뒤 “지금은 파업을 접느냐 안 접느냐보다 어떻게 투쟁을 이어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MBC안팎에서는 노조가 8월 새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이 구성되면 김재철 사장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해임시킬 수 있는 확고한 ‘장치’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는 이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MBC노조의 업무복귀 분위기는 ‘김재철 해임’이 확실시되고 있다는 정세 판단 외에도 현실적인 배경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오는 27일 런던올림픽이 시작되면 파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 확률이 높다. 장기파업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피로감 누적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부문별로 업무복귀에 대한 온도차가 있어 업무복귀를 바라는 조합원 여론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노조가 분열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여의도 MBC사옥. ⓒMBC

일각에서는 MBC노조가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해야 새누리당이 부담 없이 MBC사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야 정치권의 합의는 160일을 넘긴 노조의 싸움으로 이끌어냈지만, 노조 파업에 여당이 동조했다는 식의 여론을 피하고 싶은 새누리당의 이해관계가 이번 업무복귀 물살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무복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강경한 조합원들 내에선 “사장퇴진이라는 ‘어음’만 받고는 못 올라간다”는 여론도 있다. 파업 중인 한 전직 간부는 “우리의 운명이 ‘친박’의 손아귀에 놓인 것 같아 개운하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 말한 뒤 “복귀든 파업이든 각자 명분은 있다. 내키진 않지만 집행부 결정을 따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집행부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파업 중인 또 다른 전직 간부는 “더 이상 파업을 해도 지금 이상으로 노조가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인다. 이제 실리를 찾아야 할 때다. 안 그러면 (파업이) 대선까지 간다”며 ‘업무복귀’에 무게를 실었다.

입사 10년차를 넘긴 한 조합원은 “사장 퇴진의 마지막 열쇠는 정치권이 쥐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업무 복귀를 하면 프로그램이 정상화 되고 김재철이 남게 될 것이란 여론도 있지만 지금은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집행부를 믿고 올라가야 하는 상황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본격적인 업무복귀 논의 속에 지난 9일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집회에서 조합원간의 ‘단결’을 강조했다. 김재철 사장 해임 이후에도 계속될 공정방송 투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업무복귀 이후에도 서로 뜻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 MBC노조 파업집회에서 발언중인 정영하 MBC노조위원장. ⓒ언론노조

MBC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회사는 계속 파업이 진행되길 원한다. 하루라도 빨리 올라가 재충전하고 조합원들 월급을 주는 게 노조에도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당장 업무복귀를 할 경우 김재철 사장과 더불어 불공정방송을 주도한 간부들을 마주해야 하는 조합원들 입장에선 김 사장 해임시점까지 갖가지 어려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만약 노조가 업무복귀를 하더라도 8월 새 방문진 이사진의 행보에 따라 다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더욱이 김재철 사장이 해임될 경우 새로 임명되는 사장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MBC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이사 후보자 접수는 12일 마감하며, 7월 말에는 새 이사진의 윤곽이 드러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