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라스트 마일’에 대한 다른 생각 다른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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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친 아름다운 시골마을 입구에 안테나가 보인다. 들어가 보자. 20명 남짓 거주한다고 하는 이 마을은 지도상 난시청 인접 구역이다. 선한 인상의 부부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낯선 사람들의 방문에도 반갑게 맞아준다. 안테나를 보고 들어왔다 말하니 2년 전 즈음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꼼꼼히 점검해보니 안테나를 아주 조금만 높여 달면 지상파 직접 수신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수신 인프라와 시청 가구 사이의 마지막 접점, 라스트 마일(Last Mile)의 문제다. 때문에 이들은 디지털TV를 가지고 있어도 유료방송에 가입하고 있었다. 그것도 안방과 거실 두 대의 TV로 하나의 채널을 보아야 하는 기형적 유료방송 말이다. 직접 수신 방법을 친절히 설명하고 지원해주는 공공기관, 방송사의 관심이 동반되었다면 두 개의 TV는 두 개의 채널일 수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라스트 마일의 문제는 비단 개인주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찌 보면 파급력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전파가 지나가도 공시청 시설이 단일 배선이어서 아예 지상파방송을 볼 수 없는 단지가 다반사일뿐더러,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의 분리배선 중 일부가 훼손돼 지상파방송을 볼 수 없는 곳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적으로 관리 감독 소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전자는 국가의 책임, 후자는 지상파사업자의 책임이 크다. 상황이 이러하니 산간 오지가 많아서 혹은 도시 건축물로 인한 장애가 심각해서, 자연적 인위적 난시청 지역이 많다는 이야기는 안일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

이를 보다 못한 DTV전환감시시청자연대는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 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토론회를 통해 디지털 매체선택권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공시청시설 개보수 작업 미비를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LH 등 공공주택에 한정된 공시청 시설 개보수를 150가구 이상 민영아파트 공시청 시설 개보수 사업으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그 결과 올 상반기에 진행 중인 방송통신위원회, KBS, DTV코리아의 민영아파트 개보수 작업은 아파트관리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사업대상이 아닌 150가구 미만의 작은 단지, 빌라 등의 민원도 이어지고 있어 후속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도 커지고 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와는 달리 유료방송은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DCS(Dish Convergence Solution)도 같은 맥락이다. DCS는 무선 전파의 한계를 IP망을 통해 보완하는 새로운 전송 시스템으로, 지상파방송과 같이 기후 변화에 민감하고 다른 건물로 인해 음영지역이 다수 발생하는 무선 전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다. 경쟁 사업자의 관점에서는 DCS가 방송법 위반인지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지가 주된 관심이겠지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위성방송의 안정적 시청 보장이 더 큰 시사점으로 다가온다. 이는 2007년 공시청망을 이용한 위성방송 전송체계인 SMATV(Satellite Master Antenna Television)의 또 다른 버전이기도 하다. 이처럼 위성방송은 시청자와의 접점인 라스트 마일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료방송인 위성방송이 라스트 마일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가입자 유치 때문이다. 경쟁사업자인 케이블TV가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런데 거북이걸음 지상파방송은 여전히 저 높은 하늘에 전파가 지나가는지 만을 증명하려 한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곧 유료방송 99%의 사회로 진입할 지도 모른다. 이는 영국, 일본 등 공영방송 혹은 공공서비스 중심체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길이며, 수신료 기반이 무너지는 길이기도 하다.

▲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책위원
재전송 논란 때마다 이어지는 수많은 댓글에는 이중부담의 부당성이 빼곡히 적혀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상파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자기 명분을 내세우기 이전에 안정적인 라스트 마일 보장을 통한 공적 책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지상파방송과 시청자는 동반추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지상파방송의 공공성, 우리 사회의 공동체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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