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뉴스룸’, 언론에 던지는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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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윙’ 작가 애런 소킨 신작…공정보도 위한 언론인 분투 담아

▲ <뉴스룸>의 주인공들. ⓒHBO
전 세계 방송사 기자·PD들이 뜨끔할 드라마가 나왔다. 미국 정치드라마의 획을 그은 〈웨스트 윙〉과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작가로 알려진 애런 소킨이 신작 〈뉴스룸〉(Newsroom, 매주 일요일 밤 10시 HBO 방송)을 내놨다. 이 드라마는 인기 뉴스앵커 윌 맥코보이(제프 다니엘스)와 열정적인 뉴스PD 맥켄지 멕헤일(에밀리 모티머)이 민영방송 ACN 오후 9시 프로그램 ‘뉴스나이트’를 제작하며 공정보도를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다.  

16일 현재 4화까지 방영된 〈뉴스룸〉의 시청률은 2%대로, 시청자와 평론가 반응은 전작 〈웨스트 윙〉에 못 미치고 있다. 〈웨스트 윙〉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을 비판하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 반면, 〈뉴스룸〉은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를 비판하는 언론인을 다루고 있어서다. 주인공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대신, 보도의 공정성과 선정적 이미지에 대해 논쟁하고 사주와의 갈등에 부딪힌다.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놓인 ACN 뉴스앵커 겸 편집장 윌 맥코보이는 공화당과 민주당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질문에 “양당 모두에 투표한 경험이 있다”고 얼버무리는 이였다. 그러나 그는 한 시민이 ‘미국이 위대한 국가인 이유’를 묻자 “미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냉소한다. 그는 미국이 위대하다고 주장하는 공화당과 민주당 양쪽을 비판하며 “지금 중요한 건 미국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커밍아웃’을 한다.

종군기자 출신인 맥캔지 뉴스PD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으며 그럴듯한 말이나 하는 언론”을 거부하며 “언론인은 명예로운 직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위대한 나라’를 만드는 토론을 이끌어내는 뉴스를 만들고 관음증과 가십 대신 ‘정부란 좋은 도구인가’ 또는 ‘사람은 이기적인가’와 같은 본질적 물음을 던지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 주장한다.  

▲ <뉴스룸>의 주인공 윌 맥코보이와 '뉴스나이트'의 한 장면. ⓒHBO
‘뉴스나이트’는 이 같은 앵커와 PD의 의지 속에서 탄생했다. 해안가에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나 다수 언론이 화재현장을 취재하고 인명구조작업을 보여줄 때 ‘뉴스나이트’는 거대 석유자본이 안전관리노동자들의 숫자를 최소화하며 빚어낸 구조적 문제라며 사건을 조명한다.  

선거를 앞두고 모든 언론이 후보 간 공방을 기계적으로 보도할 때, ‘뉴스나이트’는 여섯 달 동안 끈질기게 ‘티파티’가 극단적 보수 세력으로 변질됐으며 공화당을 지지하는 거대자본이 티파티를 후원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제대로 된 뉴스’를 원했던 보도본부장은 떨어진 시청률을 제작진에게 알리지 않으면서까지 그들을 지지했다.

그러나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며 ‘뉴스나이트’는 위기를 맞는다. ACN 사주는 공화당 비판을 자제할 것을 요구하며 앵커의 경질을 통보한다. ‘뉴스나이트’ 제작진은 “사회보장제도 덕에 사는 사람들이 사회보장제도를 위협하는 집단에게 투표하는 이유는 뭘까”(윌)라는 물음을 던지며 술잔을 기울인다.

이처럼 방송뉴스의 딜레마와 언론인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비판적으로 보여주는 〈뉴스룸〉은 최근 시즌2가 확정되며 이야기에 힘을 받고 있다. 〈뉴스룸〉은 올해 방송사 연쇄파업을 경험한 한국사회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MBC, KBS, YTN 언론인은 현 정부에 치우진 보도태도를 비판하며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이 파업까지 불사하며 바랐던 ‘뉴스룸’은 여야를 모두 비판하며 시민에게 공정한 내용을 전할 수 있는 ‘상식’의 공간이었다.

윌 맥코보이가 ‘뉴스나이트’ 첫머리에서 밝힌 ‘양심고백’은 대선을 앞둔 한국 언론환경에서 특히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지금부터 ‘뉴스나이트’는 이윤을 추구하는 관행에서 벗어난다. 민주주의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정확한 정보가 주어진 현명한 유권자이며,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사실을 신봉한다. 하지만 뉴스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다. 뉴스는 인간이라는 콘텍스트 아래서만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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