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와 ‘꼼수’ 사이 애매한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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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와 ‘꼼수’ 사이 애매한 경계
욕설·성적표현 등 연상 코미디 인기만큼 논란…심의기준도 ‘모호’
  • 김세옥 기자
  • 승인 2012.07.17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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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코미디 빅리그3> ‘양꾼기획’ ⓒCJ E&M
tvN <코미디빅리그2> ‘이런 면접’ ⓒCJ E&M

몸 개그와 함께 코미디의 오랜 소재인 언어유희가 최근 들어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음절 발음 등을 달리 함으로써 욕설이나 성적 표현 등을 연상시키는 것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들이 화제다.

하지만 이들 코미디는 인기만큼 논란도 많다. 방송에서 직접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이 결국 욕설 등을 연상하며 웃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욕설이나 성적 표현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방송심의규정 위반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방송 관계자들은 물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심의 과정에서도 이를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용인해야 할 지, 일종의 ‘꼼수’인 만큼 규제를 해야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tvN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 시즌3의 ‘양꾼기획’ 코너다. 지난 13일 정규리그 최종 우승을 거머쥔 개파르타팀의 ‘양꾼기획’은 ‘ㅅ’을 ‘ㅈ’으로 발음하는 혀 짧은 소리의 거대 연예기획사 사장을 패러디함으로써 성적인 상상을 유발,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군 입대를 앞둔 소속 연예인이 “열심히 군 생활 할게요. 전 사지 멀쩡하잖아요”라고 말하면 사장은 “그렇지, 그것만 멀쩡하면 무조건 군대 가야 하는 거야. 요샌 돈 많고, 백 있고, 연예인이라고 군대를 기피하는데, 그럴 땐 ‘아, 그것마저 안 멀쩡한 놈들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돼”라고 답한다. 직접적인 발음은 없다. 하지만, 앞서 ‘ㅅ’을 ‘ㅈ’으로 발음하는 사장의 모습을 본 관객과 시청자들이 상상을 하며 웃음을 터트리고야 만다.

▲ tvN <코미디 빅리그3> ‘양꾼기획’ ⓒCJ E&M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방송된 <코빅2>의 ‘이런 면접’ 코너에서 아메리카노팀의 안영미(김꽃두레)도 “이런 면 접같은 경우를…” 등처럼 특정 음절에 강세를 줌으로써 욕설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음절변화 등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지난 2003년에 방송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의 ‘고운말 법정’ 코너에선 방송에서 금지된 욕설 등의 직접적인 사용 대신 “개 나리”, “십 장생” 등 강세를 달리함으로써 욕설을 연상케 하는 단어들로 웃음을 유발했다. 또 2004년 KBS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선 중견 배우 김영옥이 욕쟁이 할머니로 나와 또 다른 욕쟁이 할머니와 다투며 “이 시베리아들아 귤이나 까라 이 십장생들아” 등의 대사를 특유의 억양으로 랩처럼 표현한 게 화제가 되면서 미국의 유명 래퍼 에미넴에 빗댄 ‘할미넴’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음절이나 억양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의 연출자들은 단순히 표현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해당 표현이 등장하는 맥락과 시청층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코빅>의 김석현 PD는 지난 11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에 출석해 “‘양꾼기획’에선 발음에 문제가 있는 상황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특권층의 군 기피 문제를 꼬집고자 했던 것”이라며 “(아무런 의미도 없고 맥락도 없이) 눈살을 찌푸릴 수준이었다면 네티즌 객석 투표 1위를 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김 PD는 이어 “중의적 표현에 따른 해학도 존재한다”며 “(20~30대)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코미디에서 누구나 알지만 쓰지 않는 단어를 상상하게 했다 하여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앞서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 제재를 받았던 ‘이런 면접’의 경우도 다수 심의위원들과 일부 시청자들은 “이런 면 접같은”이란 표현이 욕설을 연상케 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스펙 등의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나 사회가 주입한 ‘미모’에 대한 강박에 스트레스를 받던 여성 등은 면접관(남성)에 양껏 내지르는 안영미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며 환호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바른 언어사용 등의 의무가 있는 방송에서, 특히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에서 사실상 유사 욕설로 볼 수 있거나 성적인 표현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상당하다. 실제로 <코빅>과 KBS <개그콘서트>, SBS <개그투나잇> 등은 15세 시청가 등급이다.

SBS 예능PD 출신의 주병대 방심위 연예·오락방송특위 위원은 “언어유희라고 돌려서 표현하지만 누가 들어도 분명한 욕설일 뿐 아니라, 욕설 등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는 성인물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 언어사용의 90%가 욕이라고 할 정도로 언어 순화가 중요한 상황인데 방송에서, 지상파와 비지상파 상관없이 이런 표현들이 무분별하게 허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 tvN <코미디빅리그2> ‘이런 면접’ ⓒCJ E&M

방심위 연예·오락방송특위 위원인 백수정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교육팀장은 “방송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부정해서도 안 되지만, 표현의 자유 역시 대상자(시청자)의 연령 등을 고려하면서 인정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방송이 공공의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웃찾사>에 이어 현재 <개그투나잇>을 연출하고 있는 안철호 SBS PD는 영화나 드라마 등과 비교할 때 유독 엄격한 코미디 심의의 경직성을 지적하면서도 욕설을 개그 소재로 사용하는 데 대해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PD는 “과거 <웃찾사> ‘고운말 법정’을 했을 당시만 해도 그런 식의 언어유희가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시청자 게시판을 보니 부모들이 상당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며 “개인 의견이지만 누가 들어도 욕설인 표현 등이 보편적인 웃음 코드가 됐을 때, 그렇지 않아도 욕이 일상생활인 청소년들의 가치 판단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방심위의 김택곤 위원은 지난 3월 28일 <코빅> ‘이런 면접’에 대한 심의 당시 “국립국어원 자문 결과, (욕설 등을 연상케 하는 표현은) 본질적으로 욕설과 동일하다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장낙인 위원도 “시청자들이 (욕설과 언어유희적 표현의) 차이를 이해하며 본다고 생각한다”며 “코미디 프로그램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의 한 관계자도 “같은 시청 등급의 드라마 등과 비교해 코미디에 유독 엄격한 잣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심의 자체의 경직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미국 폭스TV 등은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상파 방송에 대해서만 욕설과 노출 수위 등을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뉴욕 연방 항소 법원은 FCC의 규정이 애매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결했으나 과거 유사한 이슈에서 대법원은 방송의 ‘품위유지’ 등을 내세워 FCC의 손을 들어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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