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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도 전투식량으로 ‘생존 게임’

[인터뷰] SBS ‘정글의 법칙’ 이지원 PD 방연주 기자l승인2012.07.17 19: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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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둘러보는 걸 좋아했다. 학생시절에도 사회과부도를 들여다볼 때 재미를 느꼈다. 언젠가는 아프리카 인도양에 오랫동안 고립돼 있던 섬 마다가스카르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생존과 공존을 그리는 SBS <정글의 법칙>의 이지원 PD의 이야기다. 그러던 이 PD가 드디어 오는 19일 마다가스카르를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동식물의 낙원이라는 마다가스카르로 떠나기에 앞서 분주하게 막바지 준비 중인 이 PD를 지난 14일 오후 전화로 인터뷰했다.

이지원 PD는 SBS 8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해 <김정은의 초콜릿>, <하하몽쇼> 등을 연출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정글의 법칙>에 대한 소회를 묻자 이 PD는 “그야말로 체력전이다. 시즌 1때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지만 시즌2부터는 제작진과 연기자 모두 숨 가쁘게 돌아가는 촬영과 편집으로 숨 돌릴 틈이 없다”며 “그럼에도 나를 비롯해 줄곧 같이해온 사람들이 즐거움을 찾는 것 같다. 재미가 없으면 못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 이지원 SBS PD
사실 작년에 첫 선을 보인 <정글의 법칙>을 두고서 무모하지 않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오지에서 병만족의 생존기는 마냥 고달파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고생 끝에 시청자들은 신선하다는 평을 내놓기 시작했다. 결국 <정글의 법칙>은 시즌2로 시청자 곁을 찾았고, 게다가 주말 저녁인 황금시간대까지 꿰찼다. 작년에 아프리카 나미비아, 파푸아뉴기니, 바누아투 편을 거쳐 지난 15일부터는 시베리아 편이 방영 중이고 마다가스카르편은 곧 촬영에 돌입한다.  

<정글의 법칙>의 제작과정은 여타 프로그램처럼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시즌1의 경우 자료조사와 사전답사 등 기획하는데 3개월가량 투여했다. 제작진은 오지 중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지역 가운데 복수 후보지들을 선정했고, 우간다,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둘러봤다. 촬영 돌입 전까지 자료조사와 아이템 회의, 섭외를 거쳐 본격적으로 현지에서 3주가량 촬영을 한 뒤 귀국해 한 달 정도 첫 회분을 편집하는데 골몰했다.

“정통 다큐멘터리라면 사전 제작해 완성도를 높이는데 신경을 쓰겠지만 <정글의 법칙>은 예능이잖아요. 시청자들 반응도 적절히 가미된 예능 코드를 살려야 하다보니까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죠.”

특히 <정글의 법칙>에는 한국적 정서가 깔려있다. 병만족의 화합이 자연스레 강조되는 것이다. 이 PD는 “시청자들께서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의 <Men vs. Wild>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시작점이 다르다”며 “<Men vs. Wild>에선 베어 그릴스가 각색된 상황에서 생존 정보를 알려주는데 치우쳐있다면 <정글의 법칙>은 리얼리티에 승부를 건다. 병만족이 ‘함께 헤쳐 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렇듯 ‘화합의 병만족’을 전면에 내세운 것처럼 이 PD는 연기자를 섭외할 때도 캐릭터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지를 꼼꼼히 따진다고 한다. ‘병만족’이라는 하나의 집합체로서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 지가 정글 생활에서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그 덕분에 리키김, 추성훈, 황광희, 박시은, 류담, 노우진 등 다양한 연기자들을 섭외해 매번 새로운 조합을 선보였다.

이 PD는 “정글에 ‘김병만’만 10명이 있다면 생존을 더 잘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막상 그렇진 않다”며 “<정글의 법칙>은 일종의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힘이 약한 사람, 재밌는 사람도, 투정부리는 사람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서 휴먼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병만족의 족장 개그맨 김병만 씨이다. 이 PD는 김병만 씨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PD는 “김병만 씨는 정말 (정글에) 살러간다”며 혀를 내두르면서도 그의 근성에 대해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PD는 “김병만 씨는 집도 짓고, 도구도 만들고 거의 발명왕처럼 뭐든 만들고 정글이 제 집인양 지낸다”고 덧붙였다.

   
▲ 이지원 PD가 연기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SBS

<정글의 법칙>의 제작진은 병만족마냥 오지에서 전력투구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연기자와 제작진 간 ‘동고동락’이 철칙이었다고 한다. 제작진이 호의호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닐뿐더러 24시간 내내 카메라가 도는 리얼리티 현장에서 연기자와 제작진이 함께 버텨내야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PD는 여러 어려움 가운데 먹을거리 해결이 가장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이 PD는 “마른 상태로 운반하기 용이하게끔 만들어진 ‘전투식량’을 가져갔는데 그조차 떨어졌을 땐 병만족이 잡은 생선을 조금 얻어서 끼니를 때워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정글에서는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도 비일비재했다. 바누아투 편에선 바닷가에서 제작진의 배가 뒤집혀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이 PD는 “그러한 게 정글의 매력”이라고 말했지만 연출가로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너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아 연출가로서 감이 잘 안 잡혀 고민이 많았는데 사전 준비만큼은 철저히 하려고 노력했죠. 아무래도 연기자들의 안전과 관계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고생 끝에 이 PD가 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은 무얼까. “제작진으로서 정글에 왔지만 연기자들과 24시간 같이 붙어있으니 정말 가족이 되더라고요. 서로에 대한 끈끈한 우정이 우리 팀의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그간 (병만족이 만든) 도구들을 현장에 두고 왔는데 앞으로는 (한국에) 가져와서 시청자들도 대리만족할 수 있게끔 정글 박물관을 무료로 여는 건 어떨까 싶어요”(웃음)


방연주 기자  nalav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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