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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노동자 PD들에게

|contsmark0|수해나 한해같은 특별한 천재지변을 대신해서 연말 추위와 분위기에 기댄 이웃돕기 성금 모금이 한창이었던 지난달 21일! 국영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한나라당의 모의원이 아예 전면폐지를 주장하며 드러누울 태세인 가운데 여야는 기업의 법인세를 일괄 1% 감면한다는데 전격 합의했다.
|contsmark1|기업주들의 예상 혜택 물경 7천5백억! 그 와중에 연말 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때 연말정산을 하고 있던 나는 무지하게 열 받았다. 이번 만큼은 얌전한 납세자이기를 거부하고 노동을 대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임금노동자로서 내 월급명세서의 갑근세 항목을 놓고 국가권력과 살벌한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쓰바 뉘기는 말 안해도 기냥 깎아주고 뉘기는….”
|contsmark2|순간 회사 경리담당자와 전화통 붙잡고 일합을 벌이고 있던 내 손에서 힘이 빠진다. 역시 국가권력은 자본가 계급의 대리인이란 말인가! 그날 밤, 동상까지 까부셔진 블라디미르 일리치가 꿈에 나타나 말없이 웃었다.
|contsmark3|얼렁뚱땅 pd란 직업을 갖게된 후 뭔가 그럴싸한 ‘선택의 변’에 목말라하던 내게 선배가 해준 말 “자본주의 임금 노동자의 숙명인 ‘작업과정으로부터의 소외’로부터 비켜서 있는 직업이 바로 pd 아니냐!” 정말 그럴싸한 말이었다.
|contsmark4|그 문구대로라면 pd는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전 작업과정을 총괄하며 때론 그 완급을 조절하고 순서를 재배치하고 최종생산물의 유통에까지 관여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런 권한은 대개 부장님의 차지란 걸 아는데는 둔한 눈치로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contsmark5|대부분의 교양pd들은 그놈의 꼭지를 채워내기 위해 꼭지가 돌도록 발(!)로 뛴다. “머리는 그다지 필요 없으니 집에 두고 오라”는 윗분 말씀도 있었다. 주변의 예능pd들은 mc선정과 같은 복잡한 일들은 윗분께 일임한 지 오래고 스타들의 미장원에서 대기하거나 이미 메인이 되다시피 한 수많은 6mm테입 컨버팅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회사 드라마pd들은 국 전체가 수원으로 이식되는 파란을 겪고 있다.
|contsmark6|pd란 직업에 사회적 평가는 높아만 가는데 정작 pd 일을 하는 우리들은 왜 그리 지쳐 있는가! 외주비율의 확대로 대표되는 방송산업재편 움직임이 외적인 위기라면 내적으로는 인사적체와 함께 개선되지 않는 왜곡된 인적구조 그리고 상대적인 보도부문의 활기와 사내 우위 등이 현재의 위기의 징후들이다.
|contsmark7|이러한 위기의식에 따른 대응방식도 갖가지다. 조금 되는 부류는 유학이나 강단진출이요, 몸이 약한 축들은 사내 제작 2선으로의 후퇴요, 이도 저도 안 되고 답답한 무대포들은 퇴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기가 진짜 위기인 것은 이러한 시도들이 철저히 파편화된 개인들에 내맡겨져진 채로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대로 가다간 빙하기가 온 것도 모르고 양지만 찾아다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공룡의 운명이 되는 것이 아닌가!
|contsmark8|방송산업에서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pd 집단의 무력화가 가져올 결과는 끔찍하다.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송정책과 광고주와 국가권력의 입맛에 춤추는 콘텐츠! 기실 이러한 모든 위해(危害)들의 배후에는 국가권력의 당파성이 개입되어 있다.
|contsmark9|법인세인하 문제가 시사하듯 국가권력은 개별 임금노동자들의 권익을 알아서 챙겨주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노동자로서 노동력의 재생산 조건을 개선하려고 한다면 우리의 무기는 단 하나, 단결뿐이다. 또한 방송쟁이의 입장에서 볼 때, 제도로서의 공정방송과 노사문화는 개개인의 저항의식이 전제되지 않고는 무력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역으로 조직전체의 전망과 대응방식이 결여된 채 내어놓는 개별적인 생존방안이란 외부집단에겐 눈흘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pd들이여! 그대 임금노동자들이여 ! 단결합시다.
|contsmark10|김영삼 kbs 편성국
|contsmark11||contsmark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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