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보복 인사’ PD·기자 손발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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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보복 인사’ PD·기자 손발 ‘꽁꽁’
50여명 비제작부서로 전보…56명 자택 대기명령까지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7.25 11: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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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사측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해직언론인 복귀 촉구 팻말을 불법 게시물로 규정해 경위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트위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노조)가 170일간의 장기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지 일주일(24일 기준) 됐지만 노사 간 진통은 여전하다.

경영진은 노조의 업무복귀 하루 전인 지난 17일 대규모 인사발령 조치를 내려 MBC 내부는 ‘보복 인사’ 논란으로 시끄럽다. 또 보도국 소속 기자가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을 내부 게시판에 올린 것에 대해 MBC 경영진이 문제를 삼아 경위서 제출을 요구해 내부의 반발을 사고 있다.

MBC 경영진은 MBC노조가 총파업을 잠정 중단 결정을 내린 지난 17일 밤 156명에 대한 대규모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 가운데 50여명 이상이 기존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밀려났다. 시사교양부문에서는 전체 노조원 55명 중 21명이 비제작 부서로 배치됐다. 인사 대상자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였다.

특히 <PD수첩> 제작진 10명 중 6명(정직 1명, 대기발령 5명)이 앞서 징계를 받았고, 이번 인사발령으로 김환균 PD가 교양제작국으로 쫓겨났다. 이어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편을 맡았던 조능희 PD(당시 CP)는 사회공헌실로, 송일준 PD(당시 진행자)는 미래전략실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파업 당시 대기발령을 받았던 56명 전원에게는 ‘자택 대기명령’ 조치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부문에서는 25명의 기자들이 서울경인지사 제작사업부 등으로 좌천됐다. 또 <시사매거진 2580> 데스크를 맡았던 연보흠 기자는 뉴미디어글로벌사업국으로, 전종환 보도국 기자는 용인드라미아개발단으로 전보 조치됐다. 보도부문에서는 파업 당시 해고 3명, 정직 13명, 대기발령 14명 등 징계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 

▲ MBC사측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해직언론인 복귀 촉구 팻말을 불법 게시물로 규정해 경위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 트위터
아나운서부문에서도 파업 당시 중징계를 받은 5명을 포함하면 아나운서국 전체 노조원 37명 중 11명이 업무에서 배제됐다. 길거리 서명 운동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이 기존 업무에서 대거 밀려났다. 허일후 아나운서는 미래전략실로, 신동진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로 배치됐다.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MBC측은 업무 정상화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MBC 한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들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직원과 파업 기간 중에 충원된 직원들을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원래 있던 부서로 발령을 내면 갈등이 눈에 보이는 게 훤하다”며 인사 발령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측의 이번 조치에 내부 구성원의 반발은 거세다. 한 조합원은 “기존에 1~2명씩 다른 업무에 배치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대적인 보복성 인사발령은 거의 처음”이라며 “특히 보도국 소속 기자들을 대거 사업 부문으로 전출 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사전 협의를 명시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인사”로 규정했다. MBC 단체협약 26조 5항에 따르면 직종변경 등 주요 인사 이동 시 사전에 해당 조합원의 의견을 참작한다고 명시돼 있다. MBC노조는 지난 19일부터 전출 당한 근무지를 돌며 현장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번 주 내에 부당 전보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계획이다.

MBC경영진은 또 지난 18일 김희웅, 조승원 기자가 뉴스게시판에 ‘권재홍 사퇴’를 주장한 글을 문제 삼아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도국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보도국 소속 기자 64명 전원이 항의의 글을 잇달아 게시하기도 했다. 또 사측은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나눠 준 해직언론인 복귀 촉구 팻말을 불법 게시물로 규정해 경위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경위서 요구에 박성호 MBC기자회장은 “권 본부장이 <뉴스데스크>의 앵커로서 자질이 있는지에 대해 기자로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냐”며 “개인의 의견을 개진한 글에 대해 경위서 제출 요구는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겠다는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MBC사측이 노조의 업무복귀 이후에도 강경일변도의 자세를 취하며 노조를 압박하는 것은 김재철 사장 스스로 물러날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신호로 보여진다. 내달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 교체 이후 김 사장의 해임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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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군 2012-09-13 16:38:59
여러 팟캐스트 방송과 아픈 아이들을 위한 '가카헌정티슈'가

미흡하나마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출발하려 합니다..

한국 정치사회의 기행을 깨알같이 담은^^
네이버에서 '졸라꼼슈' 쳐보시고 한번 들러주시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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