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0.01%의 소중함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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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0.01%의 소중함을 알았다”
[인터뷰] tvN ‘응답하라 1997’ 연출 맡은 신원호 PD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7.31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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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7>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tvN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성시원 역)을 맡은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씨 ⓒtvN

‘안승부인’, ‘희준바라기’가 무얼 뜻하는지 안다면 지난 7월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응답하라 1997>(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이선혜, 김란주)의 방영이 반가울 것이다. 이 작품은 KBS 2TV <남자의 자격>를 맡았던 신원호 PD가 CJ E&M로 이적한 지 1년 만의 복귀작이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기대도 크다는 신원호 PD를 지난 7월 27일 오후 전화로 만났다.

<응답하라 1997>은 아이돌의 원조인 HOT, 젝스키스 등이 대세였던 시절 18살 고등학생의 성장기를 담아낸 시츄에이션 드라마다. 예능 베테랑인 신 PD가 복귀작으로 버라이어티가 아닌 예상 밖의 선택을 한 것이다. 신 PD는 “(회사는) 야구 잘한 애를 데려왔는데 축구하고 싶다고 하니 의아했을 것이다. 종내 기회를 주셨고 잘해낼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PD들은 사람들이 뭘 보고 싶어 할지를 고민하는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세시봉’으로 7080세대 열풍을 다시 일으킨 것을 보면서 세대마다 지닌 그 시절의 추억, 그 시절의 대중문화를 극(드라마)으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1997년은 특별하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외환위기를 겪은 해인 동시에 대중문화의 격변기이기도 했다. 신 PD는 “1997년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며 “IMF가 터지면서 지금과 경제상황이 비슷한 시대다. 대중문화 측면에서도 현재 아이돌 대세인 것처럼 당시 HOT, 젝스키스 등의 열풍이 대단했다”고 설명했다.

▲ tvN <응답하라 1997>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

그러나 드라마 방영에 앞서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건축학개론>이 한국 멜로 사상 최대 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를 목격한 제작진의 첫 소감은 “1빠(1등)를 놓쳤다”라는 진한 아쉬움이었다고 한다.

“<건축학개론> 개봉 당시 제작진이 함께 가서 봤는데 ‘게스 짝퉁’도 나오고,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도 흘러나오는데 ‘아~ 1빠 놓쳤다’ 했다니까요. 아쉬움이 컸지만 1990년대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걸 확실히 알았죠.”(웃음)

신 PD는 이미 작년 9월부터 <응답하라 1997>을 기획했다. KBS <해피 선데이>부터 찰떡궁합을 이어온 작가들도 가세했다. 예능으로 뭉친 이력이 있는 이들은 ‘잘하는 걸 하자’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고 한다. 신 PD는 “대본을 거의 예능하듯이 했다. 짧은 호흡으로 한 회에 완결된 스토리로 나가되 디테일한 것을 살리는 게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 여겼다”며 “매일 작가들과 모여서 대사 한 줄 한 줄 놓치지 않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속에는 ‘소품의 꼼꼼함’이 눈에 띈다. <응답하라 1997>의 재미는 추억의 소품 찾기에서도 발휘되는 동시에 당시 유행했던 대중문화의 단면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PC통신, DDR, 삐삐, 워크맨, 브로마이드, 아이돌의 화보가 실렸던 잡지 <토마토>, <파스텔> 등을 비롯해 당시 프로그램인 <김국진의 스타 다큐>,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방송의 일부가 나오거나 CM송이 배경음으로 흘러나와 1990년대를 향한 추억의 향수를 일으킨다.

“사극은 시대별로 정형화된 세트와 소품이 있지만 90년대는 마땅한 백그라운드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결국 소품으로 승부를 보자고 했죠. 의상, 헤어, 분장, 소품팀들을 붙들고 ‘당신들밖에 없다’고 할 정도였죠. 스토리와 캐릭터 못지않게 최대한 소품으로 재현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시키고자 했죠.”

<응답하라 1997>의 또 다른 재미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연기자들이다.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성시원 역)와 가수 서인국(윤은제 역)이 출연하는데 신인 연기자치곤 수준급이다. 신 PD는 “빠순이의 모든 생활을 속속 전달해주는 인물이 성시원이다. 그만큼 시원의 비중이 높고, 소화해야 하는 분량이 많아 걱정했지만 (정은지가) 잘해주고 있다”고 평했다.

이처럼 신 PD는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연기자를 섭외하는 일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섭외 자체가 쉽지 않았죠. 아무래도 지상파에 비해 케이블의 섭외력이 떨어지니까요. 처음엔 A급 스타를 욕심내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오히려 모험을 해보는 게 어떨까 싶더라고요. 연기경력이 전무한 은지는 대본 리딩할 때부터 걸죽한 사투리 느낌을 잘 살려냈고, 인국이도 느낌이 좋았죠. 이 가운데 배우 성동일 씨가 흔쾌히 출연을 허락해 극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고 봅니다.”

▲ tvN <응답하라 1997>의 주인공(성시원 역)을 맡은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씨 ⓒtvN

이처럼 신 PD는 모험을 감행했지만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신 PD는 지상파나 케이블이나 시청률을 중요시 여기는 건 매한가지이지만 체감하는 온도 차가 컸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남자의 자격>에서 21.5%의 시청률이 나왔다면 반올림해서 ‘22% 나왔구나’ 했는데 이곳(CJ E&M)에선 다르더라고요. 숫자에 대한 무게감이 달라요. 소수점 세 자리까지 다 따지더라고요. 돌이켜보면 20%를 웃돌던 시청률은 온전히 내 힘이 아니라 소위 지상파의 덕이었던 거죠. 이젠 0.01%가 얼마나 소중한 시청률인지 몸소 알겠다니까요.”(웃음)

결과적으로 <응답하라 1997>의 첫 방송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 따르면 <응답하라 1997>의 지난 24일 방영분의 평균시청률은 1.2%를 기록했으며 최고시청률은 1.8%를 나타내는 등 케이블에서는 나쁘지 않은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희한하게도 첫 방송 이후 프로그램이 어떻더라고 적극적으로 반응해주는 시청자들이 많아 기분이 정말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주변 사람들이 프로그램에 대한 리액션을 이렇게 많이 주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요. 프로그램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는 게 어떤 건지 알 것 같고 앞으로 감사히 여기며 열심히 만들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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