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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KBS·MBC, 새누리 공천헌금 논란 10번째 이후 배치…SBS는 첫 번째에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대형 스포츠 이벤트 시즌마다 스포츠 채널로 둔갑하는 KBS와 MBC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박 의원이 정치쇄신을 전면에 내걸고 이끌었던 새누리당의 4·11 총선 과정에서 공천 비리가 있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시즌을 맞아 스포츠 보도에 올인한 KBS와 MBC가 이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헌금 논란, 박근혜 대선길 메가톤급 악재 전망…KBS·MBC는 주요 관심사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김능환)는 4·11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공천 대가로 거액을 주고받은 혐의로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을 지낸 현기환 전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이 같은 발표에 여야 정치권은 순식간에 들썩이기 시작했다.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공천 개혁을 정치쇄신의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여당의 4·11 총선을 이끌었던 박근혜 의원(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연말 대선 구도에 최대 쟁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기완 전 의원은 이른바 ‘친박(親朴)’ 핵심 인사로, 지난 총선 과정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대선 정국을 뒤흔들 변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공영방송 KBS와 MBC의 시청자들은 해당 보도를 저녁뉴스 시작 20분이 다 돼서야 접할 수 있었다. 여당 공천 헌금 논란이 주요뉴스에 포함되지 못한 탓이다.

▲ MBC <뉴스데스크> 8월 2일 열 한 번째 리포트
먼저 MBC <뉴스데스크>는 해당 보도를 뉴스 시작 20분 만인 11번째 리포트에서 다뤘다. <뉴스데스크>는 <검찰, 여야 총선 ‘공천 헌금’ 수사 착수> 리포트에서 중앙선관위가 4·11 공천 비리 혐의로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전·현직 의원들을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실을 전하며 비리 혐의에 연루된 이들의 반박을 연이어 내보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공천 비리 혐의를 같은 수준에서 다뤘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내용을 보면 새누리당 현영희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로 공천해 달라며 현기환 전 의원에게 3억원을 준 혐의가 있다. 반면 선진통일당의 경우 비례대표 김영주 의원이 김광식 대표비서실장에게 공천 대가로 5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의석 과반에 해당하는 149석을 점한 거대 여당인 반면 선진통일당은 5석의 소수 야당이다. 같은 비리 혐의를 받고 있지만 행위에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의석수를 포함한 정치권 내에서의 무게감 또한 매우 다른 것이다.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뉴스데스크>는 여야 정치권 ‘모두가’ 공천 비리 논란에 휩싸였다는 식으로, 여당에 불리한 상황을 ‘물타기’ 한 것과 마찬가지 모습을 보인 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대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가급적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멘트를 덧붙였을 뿐이다.

이어진 <‘공천 헌금’ 정치권 파장…새누리 초비상> 리포트에선 해당 논란이 박 의원에게 미칠 영향을 지적하면서도 새누리당의 검찰에 대한 엄정한 수사 촉구를 우선적으로 배치한 뒤, 박 의원을 향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들과 야당의 공세를 중계했다.

▲ KBS 1TV <뉴스9> 열번째 리포트 ⓒKBS

KBS의 메인뉴스인 1TV <뉴스9>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9>는 공천 비리 논란을 올림픽 관련 보도 중간 10번째 리포트에 배치했다. 뉴스 시작 16분 17초 이후에서야 관련 소식을 전한 것이다.

<뉴스9>는 “중앙선관위가 지난 4월 총선에서 거액의 공천 헌금을 건넨 혐의로 여야 비례대표 의원 두 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뒤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여당의 전·현직 의원들과 김영주 선진통일당 의원의 반박을 자세히 전했다.

<뉴스9>는 해당 논란이 여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박근혜 의원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정면 돌파 의지”와 이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공세 예고를 덧붙임으로써 기계적 균형에 무게를 뒀다.

SBS, 올림픽 보도 일색이지만 공천비리 논란은 머리로 다뤄

반면 민영방송인 SBS <8뉴스>는 전체 리포트의 65%(23개 중 15개) 정도를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채우면서도 KBS·MBC와 달리 공천비리 논란을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배치했다. <8뉴스>는 “오늘은 올림픽 소식이 조금 뒤로 밀렸다”는 앵커 멘트와 함께 먼저 <선관위, 전·현직 의원 3명 공천헌금 수사 의뢰> 리포트에서 중앙선관위의 수사의뢰 내용과 함께 공천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의 반박과 해명을 전했다.

이어 <공천헌금 의혹에 ‘친박’ 당혹감…대선 악재 될까> 리포트에선 “의혹이 사실이라면 총선을 진두지휘한 박근혜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해당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이유를 전했다.

<8뉴스>는 해당 리포트에서 “비대위원장으로 4·11 총선을 지휘한 박근혜 후보는 ‘공천 개혁은 당 쇄신의 뼈대’라며 공정한 공천을 강조했다. 따라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 후보의 대선 가도에 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뒤, 박 후보 측의 입장과 박 후보와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여당의 대선 경성 후보들, 그리고 민주통합당 등의 박 후보에 대한 공세의 내용을 뒤이어 전달했다. 

▲ SBS <8뉴스> 8월 2일 첫 번째 리포트 ⓒSBS
<8뉴스>의 보도 내용 자체는 <뉴스데스크>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해당 사안을 몇 번째로 전하는가는 언론사가 관련 사안의 중대성을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에서 <8뉴스>의 선택은 주목할 하다.

사건이 공개된 후 박 의원은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어긋나니까 검찰에서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총선 전 “공천과 관련해 불법이 발생하며 즉각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한겨레>가 2일자 신문 31면 사설에서 “박 의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과연 검찰이 철저히 파헤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MBC와 KBS는 한국을 대표할 공영방송일 뿐 아니라, 최근까지도 방송 보도의 공정성·공영성 등의 회복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파업으로 길게는 6개월 이상 파행을 겪었다. 공영·공정방송으로의 회복을 주장하는 구성원들에게 이들 방송은 되레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며 공영·공정성 후퇴 등에 대한 판단은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시의 반박이 진실이라면 유력한 미래 권력으로 지목받고 있는 박 의원 체제 아래에서 일어난 여당의 공천비리 논란에 집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는 올림픽 시즌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올림픽은 고작 17일 동안의 이벤트다. 반면 향후 5년 동안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남은 4개월여 동안의 18대 대선 과정 속 권력을 감시하는 사회의 공기(公器)로 기능하는 것은 방송·언론, 특히 공영방송에 무겁게 얹어진 책무이기 때문이다.

MBC와 KBS가 올림픽 시즌이라는 이유로 대선 민심에 영향을 미칠 일련의 보도들을 계속해서 주요하게 다루지 않으며 시청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어낼 경우, 이는 의도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유력한 미래 권력의 대선 가도를 보호해주는 모습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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