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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KBS 전 사장 강제 해임 4년…정권 방송장악 시도 여전

KBS 내부 구성원들에게 4년전 오늘 KBS 본관에서 있었던 일은 잔혹한 기억이자, 다시는 되풀이해선 안 되는 과거다. 2008년 8월 8일 사복경찰이 KBS본관에 난입한 가운데 이사회는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했다. KBS 구성원들이 이른바 ‘8·8사태’라고 명명한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안 처리 과정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의 결정판이라고 불린다.

그날 이후 4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언론 자유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져 있다. 세무 소송 중단으로 KBS에 18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은 이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4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지만 ‘해임안’을 강행한 당사자들 중에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소송중단을 배임죄로 기소한 검찰은 승진길에 올랐고, 정 전 사장에게 배임혐의를 씌운 감사원과 국세청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사장 해임안을 밀어붙인 당시 유재천 KBS 이사장을 비롯해 권혁부, 박만, 이춘호, 강성철, 방성호 등의 이사들도 마찬가지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물러난 것도 결국 측근 비리 때문이었다.

▲ 정연주 KBS사장이 지난 2008년 8월 6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 등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사퇴압력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사장은 기자회견 이틀 뒤인 8월 8일 정권에 의해 강제 해임됐다.(자료사진) ⓒKBS
“MB정부·새누리당의 끝나지 않는 방송장악 시도”

 오히려 4년전 KBS를 덮쳤던 방송장악의 그림자는 아직까지 어른거리고 있다. KBS를 관리 감독하는 KBS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여전히 ‘방송장악’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5·6공 시절 보도본부장을 지내면서 KBS 땡전 뉴스‘를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길영 현 KBS 감사는 차기 KBS 이사로 추천된 상태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면 최연장자가 이사장을 맡는 관행에 따라 이길영 감사가 이사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길영 감사의 KBS 이사 임명에 대해 KBS 구성원뿐만 아니란 언론단체, 정치권에서도 강경하게 반대하고 나선 데에는 이번 정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방송장악 논란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KBS 안팎에서 부적격 인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 감사를 방통위가 이사로 추천한 배경에는 다른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새 KBS 이사들은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 후임 선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2008년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로 활동하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과 함께 파면을 당했던  양승동 PD는 “2008년 당시 불법과 탈법 속에 사장이 선임되면서 정통성 시비가 일고, 구성원들이 큰 혼란이 겪었다”며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가 이사장이 돼서 새 사장을 뽑는데 중심 역할을 한다면 KBS가 제자리를 잡는 게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08년 당시 여권 추천 이사들이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올해 언론사들이 벌였던 연쇄파업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방송을 쟁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한 언론장악 시도에 저항한 언론인들에게 가해지는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정연주 사장에 해임에 반대하다 ‘파면’통보를 받은 김현석  위원장은 올해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최근 또 해임당했다. KBS는 오늘(8일) 인사위원회에서 김현석 위원장을 포함한 KBS 새노조 집행부에 대한 인사위원회 재심을 벌여 징계를 확정한다.

▲ 정연주 KBS 사장이 지난 2008년 8월 8일 KBS 이사회에 의해 강제 해임된 후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 같은해 8월 14일 KBS 본관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 사장공모절차 저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 ⓒPD저널
“밀실 사장 선임 막아야”… 사장추천위원회 법제화 요구 커져

KBS새노조는 8일  ‘끝나지 않은 8·8사태의 악몽’이라는 성명을 내고 “김현석 위원장에게 해임을 통보하던 날 방통위는 KBS 이사장에 이길영 현 KBS 감사를 이사로 추천했다. 김재철을 비호해온 MBC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유임시켰다”며 “이제는 최소한의 염치도 벗어던진 채 양 공영방송을 더욱더 강하게 장악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새노조는 “MB정권과 새누리당이 지난 4년간 저지른 언론장악의 죄악은 언젠가 반드시 역사적인 단죄를 받을 것"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인 언론장악 청문회를 실시하고 낙하산 사장을 거둬 들이고, 이길영 같은 부정부패 이사의 KBS 이사 선임을 철회하는 것이 그나마 MB정권과 새누리당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참회”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KBS새노조 위원장은 “이제 밀실에서 정권과 국정원, 방통위 등의 기관 관계자가 모여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해서는 안된다는 건 명확하다”며 “이사회가 스스로 역할과 권리를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계 안팎에선 ‘낙하산 사장’논란을 겪으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김 위원장은 사장 선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런 일이 반복이 안 되도록 사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해야 한다”며 “사장 추천위원회를 법제화하고 사장 자격 요건을 강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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