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내공, 주위에서 먼저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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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사생활] ‘태극권’ 하는 김형준 KBS PD

30대에 접어들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직장생활에 느는 건 피로와 뱃살뿐이라고 했던가. 큰맘 먹고 헬스클럽에 등록했건만 역시나 ‘작심삼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본격적으로 운동에 나서겠다는 ‘마음’만 굴뚝같다. 이래저래 건강 염려증만 심해질 뿐이다.

김형준 KBS PD는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나 부담없이 운동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한 운동”이리며 몸과 마음을 챙기는 운동으로 태극권을 강추한다. KBS에 입사한 해인 지난 1995년 태극권에 입문한 그는 KBS내에서 태극권의 숨은 고수로 꼽힌다. ‘액션 PD’ 김 PD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만났다.

▲ 태극권 시범을 보이고 있는 김형준 KBS PD.ⓒPD
■무술과 예술의 경계에 놓인 운동= 태극권은 아직까지 ‘무술’의 범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 태극권하면 1990년대 영화 <태극권>에서 이연걸이 바람을 일으키면서 장풍을 쏘는 모습이 연상되는 까닭이다. 태권도와 격투기처럼 태극권도 무술로 시작했지만 요즘에 심신을 단련하는 운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구에서 태극권이 치매예방과 스트레스 관리에 좋다는 연구결과도 본적이 있어요. 특히 관절이 약한 노년층과 여성들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운동이죠.”

김 PD에 따르면 태극권은 관절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실제 태극권의 동작을 봐도 격렬하지 않다. 대부분 하체의 움직임을 자제하고 상체의 근육을 쓰는 동작이 많다.

“태극권은 서서히 움직이면서 몸 속 장기를 자극해요. 드러나는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장기를 튼튼하게 하는 운동인 셈이죠.”

언뜻 보면 춤을 추는 듯 보이기도 한다. 한 개의 동작은 어느새 다음 동작으로 물 흐르듯 이어진다. “태극권은 승부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무용처럼 동작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요. 태극권의 매력에 빠지다보면 예술적 만족감도 느끼게 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나르시즘에 대한 욕구가 큰 PD라는 직업에도 맞는 운동이죠.”

그는 KBS에 입사한 1995년에 태극권을 접했다. 여의도 KBS 앞에 위치한 문화센터에 ‘태극권’ 강좌가 개설된 것을 보고 문을 두드렸던 게 ‘태극권’과의 첫 만남이었다. 유년시절에 도 무술과 관심이 많았다. ‘이소룡’ ‘이연걸’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답게 중국 무술에 심취해 있던 시절이었다. 대학시절에는 친구와 택견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이런 액션본능은 PD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택견 써클 신입생을 모집해야 하는데 학생들에게 인기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뭔가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중국 무술 영상을 편집하면서 그 때부터 ‘편집의 힘’을 느낀 것 같아요.”

■위기에 빠진 프로그램을 살린 태극권= 사생활과 일은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지만 태극권으로 단련된 몸과 무술에 밝은 눈이 위기에 빠진 프로그램을 살린 적도 있다. 지난 2000년 중국 소림사를 직접 취재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 기회는 곧 위기가 됐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의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다.

“‘소림사의 아이들’이라는 PD들이 만드는 5분짜리 보도 뉴스 꼭지였어요. 소림사 안에 있는 무술학교를 취재하는데 코디네이터가 중간에 도망가는 돌발 상황이 생긴 겁니다. 촬영은 해야겠는데 무술학교 교관이랑 언어 소통은 안 되고 참 난감한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택견과 태극권을 익혔던 터라 어떤 동작을 원하는지 의사 전달 정도는 할 수 있겠더라구요. 덕분에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지난해에는 KBS에서 국내 최초로 3D드라마로 제작한 <스마트 액션> 연출도 맡았다. 3D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게임 속에 들어가는 주인공의 활약상이 큰 줄거리였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지만 오랫동안 ‘태극권’을 수련한 덕분에 수월하게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인터뷰 초반에 ‘약장수처럼 들린다’며 주저하던 그의 태극권 예찬은 계속 이어졌다. 태극권은 다른 운동과 비교해도 이점이 많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다른 운동과 달리 태극권은 간편할뿐더러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큰 공간이나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갈 때나 편집실에 앉아 편집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할 수 있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요즘엔 ‘걷기’ 운동만 하더라도 운동화나 보호도구가 필요하잖아요.”

이런 매력 때문인지 그는 17년 동안 한 번도 ‘태극권’을 놓아 본적이 없다고 했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 태극권으로 재활치료를 했을 정도다. “1997년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발목 아킬레스건이 찢어진 일이 있었어요. 그 후유증이 꽤 갔는데 그때에도 아프지 않으려고 운동은 계속했었죠. 그때 재활 치료의 효과도 봤어요.”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태극권에 입문 동료들도 꽤 있다. “처음엔 제가 배가 안나왔다는 이유로 주변에서 태극권에 대해 관심을 보이죠. 그런데 ‘일단 해보라고’ 권한 동료들이 상당히 오래하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듣다 보니 귀가 솔깃해진다. 속마음을 들킨 것일까. “요즘 여성들도 많이 하는 복싱이나 태보같은 과격한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힘들어요. 태극권은 오래 할수록 깊이와 다양한 면을 접할 수 있어 질리지 않거든요. 제가 다니는 문화센터 강좌 시간은 화요일 저녁 7시, 토요일 오전 7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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