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채널, ‘4대강’ 덮고 ‘독도’ 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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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채널, ‘4대강’ 덮고 ‘독도’ 띄우고
[비평] 올림픽 기간 주요 현안 보도 실종… 새누리 공천헌금 ‘물타기’도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8.14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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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9> 8월 7일자 보도.
MBC <뉴스데스크> 8월 7일자 보도.

2012년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지상파 3사는 말 그대로 올림픽에 ‘올인’ 했다. ‘올림픽 채널’로 탈바꿈한 방송사들은 드라마,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올림픽 중계, 특집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편성했다.

국가대표팀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친 덕분에 지상파 시청률도 역대 올림픽과 비교해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적지 않은 폐해도 낳았다. 이 기간 동안 지상파 3사 뉴스에서 주요한 정치·사회의 의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방송사들은 뉴스의 절반 이상을 올림픽 소식으로 도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의 올림픽 소식 비중은 SBS가 62.7%로 가장 높았고, MBC가 59.8%, KBS가 54,6%순으로 나타났다.

올림픽 소식에 ‘끼워 넣는’ 수준의 현안 보도에서도 정부의 유불리를 따져 축소하거나 부풀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사업’이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녹조 현상’과 박근혜 책임론이 제기된 ‘새누리당 공천헌금’ 보도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KBS <뉴스 9> 8월 7일자 보도.
■‘녹조현상’보도에 4대강은 금지어? =주요 식수원에서 확산된 ‘녹조 현상’은 ‘부실 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다. 3사 뉴스는 식수와 직결되는 ‘녹조 현상’ 문제를 다루면서 기본적인 원인조차 따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집중진단’, ‘집중취재’, ‘현장M출동’ 등의 심층꼭지로 여러 차례 조명하면서도 “폭염 때문”이라는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녹조 현상의 원인으로 4대강사업으로 인한 유속저하를 꼽고 있는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에는 침묵했다. KBS는 지난 7월 말부터 최근까지 이틀에 한번 꼴로 ‘녹조 현상’을 다루면서 ‘4대강 사업’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7일 KBS <뉴스 9>는 ‘폭염에 낙동강·한강 녹조 확산…수돗물 비상’에서 환경단체 관계자 인터뷰를 실으면서도 “녹조 현상이 구미 바로 코앞까지 진행되고 있다”며 4대강 연관성 대신 녹조 진행 상황에 대한 코멘트를 전달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단순 전달한 뒤 다시 정부의 반박 멘트를 배치하는 식이었다. 지난 9일 <뉴스데스크> ‘녹조 확산 원인은? 독성물질’ 피해우려’리포트에서도 “하천의 보 주변에 녹조가 집중됐다면 4대강 사업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환경단체는 주장에 이어 “북한강 댐들이 30년 전에 건설됐는데 왜 이제야 녹조가 나타났느냐”는 정부의 주장을 뒤에 배치했다.

별다른 대책없이 ‘안정성’만 강조한 정부의 대응에 비판하는 뉴스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SBS <뉴스8>만 지난 9일과 10일 고도정수시설이 서울에 한곳에 불과하다는 문제를 지적하면서 정부의 확실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리포트를 내보내는 정도였다.

 

▲ MBC <뉴스데스크> 8월 7일자 보도.
■ 공천헌금 의혹 보도, ‘박근혜 책임론’에 침묵= 새누리당의 ‘공천 헌금’ 의혹에 대해 지상파 뉴스는 “대선 정국을 뒤흔들 뇌관”, “박근혜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 불가피” 등의 전망을 내놨지만 실제 보도에서는 검찰의 수사를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당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는 4·11총선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후보의 책임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방송 3사는 검찰의 ‘공천 헌금’ 수사와 관련한 보도에서 의혹의 받고 있는 전·현직 의원들의 해명과 이들의 탈당을 권유하고 제명을 추진한 새누리당 지도부를 부각했다. ‘박근혜 책임론’를 제기하고 있는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 내부 쇄신 목소리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이 와중에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8일 “이종걸 최고위원이 오늘 방송에 나와 한 말 때문에 더 큰 비난을 받고 있다”며 이종걸 막말 소식을 ‘검찰이 새누리 공천헌금 전달 의혹의 루이비통 입수’ 소식보다 앞에 배치했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앞선 7일에는 MBC 취재진이 단독 확보한 ‘검찰의 현기환 통화 내역’ 보도가 주요 기사에서 밀려 <뉴스데스크> 24번째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이재훈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기자들이 열심히 뛰어 특종을 해도 방송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지도부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며 “의도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사회 이슈들을 뉴스 후반부에 배치하면 지역에서 MBC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은 이런 소식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된다”라고 말했다.

■비판도 의문도 없는 대통령 독도 방문 보도= 지난 10일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인 독도 방문은 올림픽 축구국가대표팀의 한일전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광복절을 앞둔 국면전환용 이벤트라는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지상파 뉴스는 독도 방문의 의미와 파장을 싣는 데 집중했다.

지난 10일 KBS <뉴스 9>는 톱뉴스에서 ‘이 대통령 독도 전격 방문…“진정한 우리 영토”리포트를 통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소식을 알린 데 이어 ‘[심층 취재] ‘조용한 외교’ 탈피…의미 파장은?’, ‘일본총리 “극히 유감표명”…한일관계 급랭’ 등 3꼭지를 할애했다.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도 톱뉴스부터 3~4꼭지를 연달아 이 소식을 전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었음에도 이들 보도는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길 뿐 정부를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2일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 소식에 이어 ‘히로시마 총영사관 공격 日남성 ,우익단체 소속’ 리포트를 내보냈다. 올림픽으로 달아오른 반일감정에 편승한 뉴스 편집이다. 지난 13일엔 독도 방문에 대한 역풍 조짐이 보이자 ‘이 대통령 독도 방문 3년 전부터 준비했다’리포트를 통해 “독도방문은 외교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대일 외교정책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이명박 정부 들어 두 번째 올림픽인데 이번에도 중요한 이슈를 외면하고, 문제의 논점을 비틀어 보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독도 방문 보도 역시 올림픽에 편승해 이벤트를 만들려는 정부와 여기에 협력한 언론이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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