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태준 드라마’ 제작 강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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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노조 “5·16쿠데타, 혁명으로 왜곡… 사전 선거운동 비난 초래”

KBS가 박태준 고 포스코 명예회장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강철왕>을 내년 초에 방송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철왕>을 둘러싸고 역사 왜곡 논란과 함께 사전 선거운동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철왕>은 포항제철소를 건립한 박태준 회장을 소재로 한 드라마로 최근 세트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철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히는 제철산업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내용과 시기 모두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태준이라는 인물을 다루면서 박정희 시대의 치적을 과장하고 박정희에 대한 개인적 미화를 피해 가기 어렵다”며 “실제 드라마 초안에서도 5·16쿠데타를 혁명으로 설정하고 있어 박정희 미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

KBS새노조에 따르면 포항시 홍해읍 일대에 건설 중인 세트장은 오는 11월 15일 완공될 예정이다. 청와대 건물 외벽 세트 공사가 마무리되는 10월 말 첫 촬영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는 내년 1월 방송을 목표로 포항시와 경상북도 측으로부터 각각 10억원씩의 협찬받기로 했다.  

▲ 언론노조 KBS본부는 20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철왕>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PD저널

KBS 측은 <강철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선 이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은 “제작자에서 올해 방송하겠다고 했는데 대선을 끝내고 내년에 하자고 했다”며 “정치적인 논란이 있다면 대선이 지난 뒤에 방송하겠다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하지만 KBS새노조는 대선 이후에 방송되더라도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윤성도 KBS 새노조 정책실장은 “드라마는 그 자체로 대형프로젝트라서 기획단계부터 홍보가 시작된다”며 “드라마가 대선 이후에 방송된다고 하더라도 기획 제작 단계에서 홍보 효과를 볼 수 있고, 사전 선거운동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또 “만약에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인수위 시절에 당선자의 부친을 미화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KBS새노조는 <강철왕>의 제작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현재 제작사인 강호프로덕션은 KBS와 <강철왕> 편성의향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상 드라마국 기획회의와 편제위도 거치지 않고 세트를 세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주장이다.

홍기호 KBS새노조 부위원장은 “1차 기획회의에서 드라마 초안을 보고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사에 편성의향서를 써주고 드라마 제작이 강행되고 있다”며 “편성에 대한 언질 없이 수억원이 소요되는 세트장을 지을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석 KBS새노조 위원장은 <강철왕> 제작 배경에 관련해 “최근에 다큐멘터리국에선 기획안 공모를 통과한 데일리 시사프로그램 대신 요리프로그램을 추진 중인데, 제대로 된 절차없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것은 최고 경영진의 결심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라며 “이 시기에 시사프로그램을 회피하고 이런 드라마를 방송하겠다는 것은 유력한 대선후보에게 시그널을 계속 줌으로써 김인규 사장의 연임이라는 목표가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영탁 국장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편성의향서를 써준 것일 뿐 편성과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다른 드라마처럼 기획회의에서 KBS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인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해 방송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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