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사과’ 위헌 결정 한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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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사과 방송 누가 책임지나… 정권에 굴종한 방송사 책임론 제기

지난 23일 헌법재판소가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규정한 방송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양심의 자유 침해 논란을 빚었던 ‘시청자 사과’ 방송이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위헌 결정은 방송사업자의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헌법재판소는 “‘사과방송 규정이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 위헌 결정은 검열과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방송의 공정성 심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그동안 과도한 심의 제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 2008년 8월 14일 MBC 시사교양국 PD 40여명이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경영진의 ‘광우병’편 사과방송 결정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방송계 안팎에서는 뒤늦은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시청자 사과’ 제재는 그동안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권의 방송 탄압의 근거로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표 사례로 2008년 MBC〈PD수첩〉‘광우병’ 편에 대한 사과 방송 결정을 꼽을수 있다.  당시 MBC는 내부의 거센 반발에 불구하고 MBC 플러스를 통한 우회 송출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사과 방송을 강행했다.

이듬해인 2009년 방송법 개정을 비판적으로 다룬 MBC <뉴스 후>에 ‘시청자 사과’ 제재가 나오자 MBC는 사고 방송 규정이 헌법상 양심의 자유, 인격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유를 들어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조치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2008년 <PD수첩>‘광우병’ 편 CP로 있었던 조능희 MBC PD는 “‘시청자 사과’ 중징계가 나왔을 때 엄기영 전 사장에게 위헌소지가 있으니 재심을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 때 재심 신청을 했으면 이미 위헌 판결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MBC는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해 2008년 방통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중징계에 따른 사과방송 이외에도 지난해 9월 대법원 판결 이후 자발적으로 사과 방송을 내보낸 바 있다.

▲ MBC <PD수첩> 관련 사과방송 장면
조능희 PD는 “공영방송의 경영진들이 언론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짓밟고, 안해도 되는 사과를 했다”며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의 이면에는 헌법적 가치를 팽겨치고 스스로 정권의 앞잪이로 굴종했던 공영방송의 역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애초 위헌소지가 있었던 ‘시청자 사과’ 규정은 방송사들이 소극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생명을 연장했다는 비판이다.

박경신 방통심의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도 “당연히 내려졌어야 할 결정인데, 방송사업자들이 공정성과 양적 균형성에 대한 심의 조항에 대해 이의제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제야 위헌 결정이 나오게 됐다”며 “4년동안 ‘시청자 사과’ 규정이 유지된 것은 헌법적 권리를 찾는 데 소홀히 했던 방송사업자들의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은 위헌 결정의 영향이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이 있었던 방송심의 규정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의원은 “방송심의 규정 9조 2항에 명시한 각 프로그램별로 50대 50의 균형성을 갖추라는 것은 양심의 자유에 대한 심대한 침해”라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 문제를 다투고 있는 CBS <김미화의 여러분>의 소송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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