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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가 무슨 ‘죄’기에

|contsmark0|송년특집으로 지난 12월31일 방송된 의 설문조사결과 보도를 놓고 한동안 kbs내에서 논란이 됐었다.
|contsmark1|논란의 발단은 ‘올해의 워스트(worst) 인물’에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오사마빈라덴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3위는 김대중 대통령). 당시 이 방송이 나간 뒤 한나라당은 곧바로 kbs에 항의했고, 박권상 사장이 워스트 인물 설문으로 인해 진노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얼마 전 단행된 인사에서 담당부장이 문책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contsmark2|그렇다면 설문조사는 어떤 내용이었고 어떤 절차에 의해 행해졌을까. 한나라당이 속 좁은 항의를 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박 사장이 진노할 만큼 보도에 문제가 있었을까.
|contsmark3|당시 이 보도를 기획했던 pd는 이슈와 뉴스메이커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본다는 취지에서 설문을 준비했다고 한다. 질문은 올해의 기억하고 싶은 뉴스, 잊고 싶은 뉴스, 베스트 인물, 워스트 인물 등 총 4가지. kbs 방송문화연구원에 의뢰하여 전국 20대 이상의 성인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일차적으로는 완전 개방형 질문으로, 이차적으로는 예시를 주는 보조 개방형으로 설문이 진행됐다.
|contsmark4|4분40초 가량의 해당 뉴스 꼭지 중에 워스트 인물을 언급한 것은 단 10초 정도. 1위인 오사마빈라덴 얼굴을 화면 왼쪽에 크게 넣고, 그 옆에 이회창 총재와 김대중 대통령 얼굴을 상하로 배치한 것이다.
|contsmark5|이번 설문에서 워스트 인물을 부각할 것도 아니었고, 4가지 아이템이 서로 접점을 찾으면서 한해의 이슈를 더듬어 보려 했다면 베스트 인물도 함께 소개해서 애초의 취지에 좀더 부합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췄어야 했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설문에 대한 시비는 적절하지 못하다.
|contsmark6|워스트 인물 화면이 나간 후 바로 이어, pd는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다음과 같은 친절한 해설을 덧붙였다. “잊고 싶은 뉴스 2위가 양대게이트로 얼룩진 정관계 로비의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사람들의 가장 큰 불만은 정치권에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contsmark7|이어서 한 교수의 해설도 따라붙었다. “양당 총수가 실질적인 모든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 불신의 화살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contsmark8|사실 정치적 불신으로 인해 정치인이 최악의 인물로 뽑히는 건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더더욱 적절한 설문구성과 정당한 설문절차, 공정한 통계처리에 의해 행해진 설문조사 보도를 트집 잡아 항의한 한나라당의 그릇이 한없이 작아 보이고, 이에 즉각 반응을 보인 박 사장의 방송관에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contsmark9|이번 설문은 국민들이 참여해서 내놓은 결과다. 따라서 그 결과에 책임을 묻는다면 750명의 국민들에게 일일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회창 총재를 워스트 인물로 꼽은 8.9%의 국민들에게 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contsmark10|조남현 기자|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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