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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4인조 총잡이들의 어설픈 모험극

|contsmark0|총을 든 젊은 여자 넷의 코믹 액션 퍼레이드! 조폭코미디가 몰아 붙이는 흥행 붐을 이으면서 조폭을 때려눕히는 오락영화로 포장한 ‘아프리카’가 내세운 컨셉이다.
|contsmark1|어떤 연유에서건 젊은 여자 넷이 뭉쳐 다니면서 사고를 치고, 게다가 이들이 어디선가 굴러 들어온 총 두 자루를 갖고 있다는 설정이 영화의 뼈대이다. 뻔뻔스런 성 추행범에게 정당방위 삼아 쏜 총이 살인이 되면서 탈주극을 벌이게 된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총 한 자루를 우연히 손에 넣으면서 갑자기 무모한 용기를 내 사고를 치는 한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총잡이’.
|contsmark2|이 두 영화가 ‘아프리카’사이에 숨어있는데 가깝기는 단연코 후자 쪽이다. 퍼즐 조각이 맞지 않는, 아니 아예 맞출 의도조차 없이 계속 일만 저지르고 이유도 해결도 그때마다 때워 가는 식으로 해결해나가는 황망함이 허망한 코미디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contsmark3|우선 영화는 여행을 떠나는 두 여자친구를 등장시킨다. 대학에서 f학점을 받고 의기소침한데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잃은 지원(이요원)과 배우오디션에서 떨어진 소현(김민선)은 기분 전환 겸 강릉으로 여행을 떠난다.
|contsmark4|소현의 남자친구가 훔친 차를 빌려 탄 이들은 차 속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발견하면서 사건이 벌어진다. 장난감이려니 하고 당긴 방아쇠가 유리창을 깨자 혼비백산하지만 결국 이들은 성폭행을 하려던 이들을 혼내주는 데 권총을 요긴하게 사용한다.
|contsmark5|마치 델마와 루이스처럼. 여기까지는 그런 대로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이제 한 명씩 이들의 모험에 가담하면서 갈수록 드라마는 제대로 얽히지도 않은 채 이들의 영웅담을 공든 탑처럼 순식간에 세워 나간다.
|contsmark6|지방 도시에서 티켓다방 아가씨를 하며 늘 도망가기를 꿈꾸던 영미(조은지)가 자청 인질이 되어 2인조는 3인조가 된다. 3인조가 습격한 지방도시에서 양품점을 하던 진아(이영진)는 뭔가 복수의 사연이 있어서 이들을 도피시키는 길잡이 역할을 하며 4인조를 구성하게 된다. 이들은 이제 단순히 배가 고파서 빵집을 털 정도로 일상의 범죄를 저지르는 대담함을 보인다.
|contsmark7|이 과정에서 소현과 영미는 별 생각 없이 사는 푼수조 역할을 하고, 지원과 진아는 무언가 말못할 사연을 지닌 보스기질을 발휘하는 무거운 콤비 캐릭터를 형성한다. 그러니 이들 4명중 어느 누구의 캐릭터도 깊이있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contsmark8|이들의 관계에서도 갈등상황이 발생하지만, 서로 총을 겨눈 상황을 잡는 360도 팬 촬영의 카메라 돌리기로 그저 팬시하고 어지럽기만 한 효과 외에는 드라마적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contsmark9|이들의 이탈범죄와 탈주를 구경스럽게 만드는 것은 총을 졸지에 도난 당한 못난이 조폭원들과 4인조를 숭배하는 네티즌 팬클럽과 모방범죄자들이다. ‘아프리카’라는 영화제목도 지리적 대륙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인데, 바로 네티즌들이 만든 팬클럽, ‘네 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adoring four revo lutionary idols in korean area)이란 길고도 황당한 모임의 이니셜에서 나온 것이다.
|contsmark10|특히 간이 커진 4인조가 pc방에서 통신을 통해 네티즌에게 커밍아웃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n세대용 코미디라고 강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contsmark11|그저 시간 보내기용으로 보는 한 편의 오락영화에서 진지한 기대를 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프리카’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사용될만한 도전적인 소재와 발상을 가벼운 시대정서를 핑계로 너무 쉽게만 풀어간다.
|contsmark12|이 사회에서 젊은 여성이 느끼는 구체적 억압과 일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문제의식 자체를 드라마에서 풀어내려 하는 노고를 너무 소홀히 했다. 좀더 시나리오를 잘 썼더라면, 좀더 퍼즐 맞추기 게임을 치밀하게 했더라면 적어도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가 될 뻔한 소재를 ‘총잡이’ 식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contsmark13|유지나/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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