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물고기의 비명 전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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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지 않는 물고기의 비명 전해졌으면...”
[인터뷰] 화제의 다큐멘터리 KBS ‘슈퍼 피쉬’ 송웅달 PD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8.29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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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슈퍼 피쉬> 송웅달 PD. ⓒPD저널
KBS <슈퍼 피쉬> 촬영 현장. ⓒKBS
다큐멘터리 <슈퍼피쉬> ⓒKBS

명품 다큐멘터리라는 호평 속에 방송된 KBS <슈퍼 피쉬>가 마지막 5부만 남겨놓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이 시작되자 KBS <천상의 길 차마고도>, <인사이트 아시아 - 누들로드>를 잇는 명품다큐멘터리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지난 25일 방송 시청률은 12.5%(AGB닐슨 집계)를 기록했다.

<슈퍼 피쉬>는 10만년 동안 함께 해 온 인류와 물고기의 역사를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용뿐만이 아니라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알려진 타임슬라이스 촬영기법과 초고속 카메라로 찍은 장면에선 감각적인 영상이 돋보였다. <슈퍼 피쉬>는 일본 NHK와 미국 PBS 등과 편당 2만달러로 판매 협상이 완료된 상태다. 아직 협상 중인 방송사들이 많아 내부에선 <차마고도>의 판매 실적을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KBS 연구동에서 마지막 방송분을 편집하고 있는 송웅달 PD를 만나 <슈퍼 피쉬>의 탄생부터 촬영 뒷이야기까지 들어봤다.

▲ KBS <슈퍼 피쉬> 송웅달 PD. ⓒPD저널
■‘슈퍼 피쉬’의 탄생 = 소재 때문인지 방송이 나간 이후 송웅달 PD는 “바닷가 근처에서 자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정작 그는 “물고기라고는 밥상에 올라오는 자반고등어가 유일했던” 산골 출신이다. “<6시 내고향>을 맡았을 때였는데, 어촌에서 펄떡이는 생선을 취재했던 게 기억에 오래 남아있었어요. 글로벌 대기획 기획안 공모가 난 것을 보고 밥상위의 자반고등어와 물고기 사이의 어떤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겠다고생각을 한 것이죠.”

<슈퍼 피쉬>는 특정 소재와 인류를 엮은 KBS의 이전 문명다큐와 궤를 같이 한다. 단순히 소재에 집중하는 자연 다큐멘터리와 구별되는 지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나 BBC에서 물고기를 소재로 한 다큐를 이미 많이 방송했어요. 그런데 물고기와 인간과의 관계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아직까지 없어서 해외 시장에서도 통하겠다 싶었죠.”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다큐와는 다른 작품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제작진들이 카메라 앞에 서서 활약한 MBC 눈물시리즈와 진행자를 내세워 다큐의 흐름을 이끈 <누들로드> 등은 다큐멘터리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작품들이다. <슈퍼 피쉬>는 다른 장치를 배제하고 영상의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정공법을 택했다.

“정통 다큐의 작법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프리젠터나 제작진의 노출을 감행할 것인지 논의하다가 정통다큐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도저히 카메라 앞에 못 서겠더라고요.” 제작진을 방송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있다. 에필로그인 5부에선 배멀미로 고생하는 제작진의 모습과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촬영과정이 살짝 공개된다.

▲ 다큐멘터리 <슈퍼피쉬> ⓒKBS

■빠듯한 촬영일정과 배멀미 = 촬영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을까. 세계 각지에서 동시 다발로 진행되는 행사에 맞춰 촬영을 마쳐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 자연의 생태 주기에 맞춰 움이는 물고기들을 찍을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2주일이었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물고기 낚시행사 뒤에 바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촬영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제작진이라고는 연출 3명, 카메라맨 3명이 전부였어요. 좋은 그림을 담기 위해서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죠.” 생생한 그림을 담기 위해 ENG촬영에 수중촬영, 항공촬영까지 감행했던 것에 비하면 촬영 일정은 빠듯했다.

어렵사리 스케줄 분배를 끝내면 배멀미와 비린내와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작진이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가장 먼저 배멀미 약을 챙겼을 정도다. “해양연구원에 ‘가장 효과가 좋은 배멀미 약이 무엇인지’ 추천까지 받았어요. 미국에서만 판다고 해서 첫 촬영지를 미국으로 정할 정도로 다급한 문제였어요.”

방송에선 윤기가 흐르는 참치와 선홍빛 연어와 함께 보는 것만으로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생선들도 등장했다. 붕어에 밥을 넣어 삭힌 후나즈시와 스웨덴의 절인 청어 등이다. “일본에서 촬영을 하다가 주민 분이 보통 먹기 힘들 음식이라고 권했는데 저희들이 잘 먹으니까 놀라던데요. 젓갈과 홍어 등으로 면역이 생긴 덕분이죠.”
제작진도 혀를 내눌렀던 음식은 ‘도죠스시’다. 미꾸라지와 밥을 함께 삭혀 풍년을 기원하면서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이다.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빈말이 아닙니다. 입에 넣자마자 바로 구토가 나오는 지독한 맛입니다.”

방송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제작진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도 있었다. 방송이 나간 직후 라오스 펜파펭 폭포에서 찍은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장면 등이 BBC 다큐멘터리 <휴먼 플래닛>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그는 “‘KBS에서 직접 촬영한 것이 맞냐’는 이야기도 있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100% 노출이 안된 촬영지는 없어요. 라오스 촬영 6개월을 앞두고 <휴먼플래닛>이 먼저 방영돼 저희도 당혹스러웠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장소라서 부담감을 안고 찍었어요. KBS의 제작력과 기술로 차별화한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판단한 거죠.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후발주자에게 무조건 따라했다는 딱지를 붙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논란은 다큐를 보는 시청자의 눈높이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는 없는 현상이다. “연출자에겐 힘든 계절이죠. 이제는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새롭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느냐가 관건입니다. 국내에서도 당분간 원시로 깊숙이 들어가는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겠지만 스펙터클 영상으로 승부하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지겠죠.”

▲ KBS <슈퍼 피쉬> 촬영 현장. ⓒKBS

■ 생명으로 바라본 물고기=마지막 5부에서 <슈퍼 피쉬>는 어떤 이야기를 더 들려줄까. 송 PD는 상공에서 바라본 지중해 참치잡이 행사인 ‘마탄자’의 이야기를 꺼냈다. 참치의 붉은 피로 물든 지중해는 그동안 싱싱한 음식으로만 바라봤던 생선을 한 생명으로 바라보게 한다.

“촬영을 하면서 물고기들이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역사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들이 가축과 달리 죄책감 없이 물고기를 죽이는 데는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을 겁니다. 조물주가 물고기에게 왕성한 번식력을 주는 대신에 소리를 내는 능력을 가져간 걸까요.”

마지막 5부에선 인간의 욕심으로 물고기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드는 현실도 보여줄 예정이다. 물고기와 함께 한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5부 <슈퍼 피쉬 다이어리>는 9월 1일 밤 9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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