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면접 “양심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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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 여부’ 단골 질문…지원자들 “코드 맞는 지원자 뽑으려는 의도”

KBS와 MBC가 직원 채용과정에서 사실상 사상 검증 면접을 실시해 예비 언론인들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신입사원들을 뽑는 과정에서 ‘천안함 사태’, ‘MBC <PD수첩> 사태’ 등 정치적 이슈와 ‘노조 가입 의사’를 묻는 질문까지 나와 특정 이념과 답변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는 지난 22일 낸 노보를 통해 39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131명 가운데 28명이 면접에서 ‘언론사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KBS 새노조는 입사 이후 파업 참여 여부나 노조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며 ‘사상검증’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인규 KBS 사장은 지난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해 “노조가 90일 이상 파업을 한 때였던 만큼 파업 관련 질문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인성검사를 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면접을 봤던 입사자들은 ‘사상 검증’이라는 노조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올해 KBS에 입사한 한 39기 방송저널리스트는 “3차 면접에서 면접관이 옆에 앉은 응시생에게 ‘언론사 파업에 대한 질문을 했다”며 “언론사 파업이 사회적인 이슈가 됐던 때라서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질문을 직접 받았으면 솔직하게 답변 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런 사상 검증식 면접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KBS에 입사한 한 기자는 “당시에 <PD수첩> ‘광우병 편’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개인의 소신과 면접관이 원하는 답변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며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적당하게 양비론을 펼치거나 면접관이 싫어할 만한 답변을 피하는 방식으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응시자들이 ‘사상 검증’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런 질문이 단순하게 ‘인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 유례없는 장기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방송사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이런 질문 자체가 지원자들에게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올해 노조 파업에 38기 전원이 참가했는데, 극단적인 성향을 보이는 지원자들은 배제하고 싶어하지 않겠냐”며 “아무래도 방송사 경영진들이 코드에 맞는 인재를 뽑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노조 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은 지난해 MBC 라디오 경력 PD를 뽑는 면접장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MBC에 라디오 경력으로 입사한 한 PD는 “‘입사 후 노조에 가입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완곡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긴 했다”며 “아마 신입이나 계약직 지원자의 경우에는 소신껏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상검증 면접은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 채용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MBC가 노조 파업 기간 대거 채용한 계약직 사원들의 경우 고용불안까지 겹쳐 이런 질문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PD는 “인사과에 가서 노조에 가입 안할테니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시용(계약직)직원들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며 “이들은 불안한 신분 때문에 입사를 한 뒤에도 경영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민조노총 법률원의 신인수 변호사는 “‘노조 가입 여부’같은 질문은 면접관의 자율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현안에 대해 묻는다는 이유로 개인의 신념과 노동 3권에 대한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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